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상상력으로 만든 '노틸러스호'와 함께하는 해저 탐험

입력 : 2016.09.08 03:08

'해저 2만리'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는 여러 대양에서 괴물을 목격했다는 배들이 1866년에 속속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소문을 들은 프랑스의 해양생물학자 아로낙스 박사는 바다 괴물을 찾아 없애려는 원정에 참여하기 위해 미 해군 전함 링컨호에 승선하게 되지요. 석 달 동안 바다 위를 헤매던 어느 날 링컨호 앞에 마침내 소문 속 괴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순간 아로낙스 박사는 괴물이 일으킨 물줄기에 휩쓸려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말아요.

아로낙스 박사가 파도에 휩쓸리다 도착한 곳은 바로 괴물의 등 위였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괴물의 등은 금속으로 만든 것처럼 단단합니다. 알고 보니 괴물의 정체는 인간이 만든 잠수함 '노틸러스호'였어요. 노틸러스호의 주인인 네모 선장은 이 잠수함을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었는데, 이 잠수함을 우연히 본 사람들이 "바다에서 괴물을 봤다"는 소문을 낸 것이죠.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오늘날에는 잠수함이 낯설지 않지만,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바닷속을 수직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잠수정만 있었을 뿐 잠수함이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쥘 베른은 지금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울 정도의 최첨단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상상의 힘으로 탄생시킨 거예요.

아로낙스 박사가 바라본 노틸러스호 내부에는 깔끔한 객실과 엄청난 수의 책이 꽂혀 있는 서재, 갖가지 음식이 나오는 식당, 다양한 예술품이 전시된 커다란 방이 있어요. 노틸러스호는 바닷물을 이용해 식수와 전기를 얻고, 선원들은 바닷속 생명체를 이용해 옷을 만들기도 합니다. 개인용 잠수복과 공기총이 마련되어 있어 바닷속에서 사냥도 할 수 있어요.

'해저 2만리'에는 지금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심해(深海)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네모 선장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뿐만 아니라 남극과 북극 아래 바다를 다니며 아로낙스 박사에게 진기한 바닷속 세상을 보여 줍니다. 난파선의 보물은 물론이고 8미터가 넘는 크기의 문어, 어마어마한 떼로 몰려다니는 기이한 물고기가 등장합니다. '해저 2만리'에 나타난 바닷속 세상이 실제로 그런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해요. 수심 200m 아래 심해는 현재 과학기술로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죠.

과학자도 발명가도 아닌 쥘 베른은 어떻게 이런 작품을 써낼 수 있었을까요? 프랑스 항구도시 낭트에서 태어난 쥘 베른은 늘 바다를 보며 자랐다고 합니다.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 소설도 즐겨 읽었다고 해요. 이렇게 바다와 책을 가까이하며 자신만의 상상력을 키워나간 것이죠.

동시에 쥘 베른은 철저한 탐구정신을 갖고 있었어요. 해저 2만리를 쓰기 전 쥘 베른은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과학 이론을 꼼꼼하게 공부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쥘 베른의 또 다른 작품 '20세기 파리'에는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우주선이나 초고층 빌딩, 에어컨 등이 등장하는데, 그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 오늘날에는 모두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이 된 것이죠. 쥘 베른의 상상력과 노력이 결합한 소설 '해저 2만리'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영감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