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분명 여기 묻어 뒀는데…" 도토리 숨긴 곳 깜박깜박
입력 : 2016.09.07 03:09
[다람쥐와 청설모]
겨울 되기 전 도토리 저장하지만 대부분 어디 숨겼는지 찾지 못해… 덕분에 참나무 번식에 도움
다람쥐는 땅굴집·청설모는 둥지… 생김새 비슷하지만 사는 건 달라요
선선한 가을이 되면 숲에서는 참나무에 맺히는 도토리를 차지하기 위한 동물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답니다. 멧돼지와 곰, 꿩과 어치 등 여러 동물이 도토리를 찾아다니는 가운데 자그마한 몸집의 다람쥐도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열심히 도토리를 모은답니다. 가을에는 참나무 한 그루에 적게는 300개에서 많이는 도토리 1만개가 맺히는데, 다람쥐는 이 도토리를 잘 모아 겨울을 보내요. 그런데 다람쥐는 이 많은 도토리를 어떻게 저장하는 걸까요?
◇겨울잠 자다가도 배가 고프면 깨어나요
다람쥐가 나무를 잘 타기 때문에 딱따구리처럼 나무에 집을 짓고 산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있을 거예요. 간혹 나무 둥지를 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다람쥐는 땅굴을 파서 집으로 삼는답니다. 네 다리와 발가락이 짧아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보다 땅에 구멍을 파고 살기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낮에는 먹이를 찾으러 나무에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땅 위에서 생활해요.
◇겨울잠 자다가도 배가 고프면 깨어나요
다람쥐가 나무를 잘 타기 때문에 딱따구리처럼 나무에 집을 짓고 산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있을 거예요. 간혹 나무 둥지를 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다람쥐는 땅굴을 파서 집으로 삼는답니다. 네 다리와 발가락이 짧아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보다 땅에 구멍을 파고 살기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낮에는 먹이를 찾으러 나무에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땅 위에서 생활해요.
- ▲ 다람쥐는 가을철 참나무에 맺히는 도토리를 모아 겨울을 보내요. 종종 개구리나 작은 뱀을 사냥해 잡아먹기도 하는 잡식성 동물이랍니다. /Flick
다람쥐의 또 다른 특징은 겨울잠을 자면서도 깊이 잠들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겨울잠을 자는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 한번 잠에 들면 봄이 오기 전에는 깨어나지 않아요. 반달가슴곰도 겨울잠에 들기 전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 지방을 축적한 뒤 봄이 오기까지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다람쥐는 지방을 축적하지 않고 겨울잠을 자다가 배가 고프면 잠에서 깨어나요. 그리고 식량 창고로 가서 저장해 둔 도토리를 먹어 배를 채운 뒤 다시 잠을 잔답니다. 먹고 자는 즐거움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셈이죠.
◇청설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다람쥐와 청설모는 생김새도 비슷하고 생활 방식도 비슷한 친척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둘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도 있답니다. 굴을 파고 사는 다람쥐와 달리 청설모는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모아 집을 짓거나 나무 구멍 안에서 살아요. 또 다람쥐와 다르게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답니다. 대신 청설모는 여름보다 2배 정도 털을 길게 길러 추운 겨울에도 먹이를 찾아다녀요. 특히 겨울에만 귀 부분에 4㎝가량의 긴 털이 자라는데, 일종의 보온용 귀마개 역할을 합니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겨울이 오기 전 미리 도토리나 밤을 주워 땅에 묻어 두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둘 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묻어 둔 도토리의 대부분을 찾지 못한다고 해요. 이렇게 청설모와 다람쥐가 묻어 두고 찾지 못한 도토리는 다음 해에 싹을 틔워 참나무로 자라게 돼요.
- ▲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청설모는 겨울이 되면 귀 주변에 4㎝ 길이의 털이 자라나요.
청설모는 웬만해선 육식을 하지 않아요. 육식을 하더라도 아주 간혹 벌레나 작은 새의 알을 먹는데 이 역시 아주 예외적인 일이랍니다. 당연히 다람쥐를 잡아먹지도 않고요. 청설모의 주식은 99%가 나무 열매랍니다. 오히려 잡식성인 다람쥐가 귀여운 외모와 달리 개구리나 작은 뱀을 종종 잡아먹는답니다.
그리고 청설모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온 토종 동물이에요. 우리 조상은 붓의 재료로 청설모의 꼬리털을 많이 이용했는데, 이것만 봐도 청설모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참고로 청설모의 영어 이름은 '한국 다람쥐'라는 뜻의 'Korean squirrel'이에요.
다람쥐가 도토리가 많은 참나무 숲과 풀밭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청설모는 솔방울이 많은 잣나무 숲을 좋아해요. 다람쥐와 달리 청설모는 잣나무에서 나오는 송진(나무가 손상을 입었을 때 분비되는 끈적거리는 액체)을 지울 수 있는 기름샘을 가슴 부분에 지니고 있어요. 기름 성분인 송진은 물로 잘 지워지지 않지만, 청설모는 손과 입가에 묻은 송진을 기름샘에 문질러 쉽게 지울 수 있답니다.
◇산에서 도토리 가져오지 마세요
최근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도토리를 채집하면서 다람쥐와 청설모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겨울 식량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해요.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심과 민가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것 역시 등산객의 무분별한 도토리 채집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도토리가 부족해지면 다른 야생동물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는데, 이때 차도로 들어왔다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로드킬(Road Kill)'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1~2013년 사이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한 야생동물이 바로 다람쥐(562마리·전체 사고의 14.4%)였어요. 등산을 하며 재미로 마구 주워 온 도토리가 다람쥐와 청설모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