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고대올림픽 그림 속 선수들은 왜 알몸일까?

입력 : 2016.08.25 03:09

[올림픽의 기원]

전차 경주 뺀 다른 종목에선 신에게 아름다운 몸 바친다 생각, 옷 입지 않고 시합했어요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전쟁 멈췄던 '평화 정신' 주장
1896년 아테네올림픽 부활시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31회 하계올림픽이 지난 22일 폐막했어요. 17일간 이어진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따내 종합 순위 8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하계올림픽에서는 1등에게 금메달을 주지 않았다고 해요. 대신 1등에게는 은메달과 올리브 화환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1·2·3등에게 금·은·동메달을 주는 방식은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3회 하계올림픽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요.

근대 올림픽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에서는 1등에게 올리브 잎을 엮어 만든 관을 머리에 씌워 주었어요. 지금부터 약 27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펼쳐진 올림픽은 오늘날의 올림픽과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고대올림픽의 인기 종목은 '전차 경주'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각 폴리스에서는 자신의 도시를 수호하는 신을 위한 제사를 치르면서 동시에 신을 경배하기 위한 여러 운동경기를 하였어요. 이런 경기들을 델피에서는 '피티아', 아르골리스에서는 '네메아', 코린트에서는 '이스토미아'라고 불렀답니다.

올림픽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반도에 있는 도시국가 올림피아에서 열린 경기를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여러 도시국가의 경기 중 올림픽이 가장 유명했던 건 그리스 각지의 젊은 남성들이 참가하는 규모가 가장 큰 경기였기 때문이에요. 4년에 한 번 올림픽이 열리면 전쟁을 벌이던 도시국가들은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도시국가 스파르타가 올림픽 도중에 전쟁을 벌여 다른 도시국가들에 벌금을 내기도 했어요.

고대올림픽에서 1등을 한 선수가 올리브 잎으로 만든 관과 머리띠를 받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이에요.
고대올림픽에서 1등을 한 선수가 올리브 잎으로 만든 관과 머리띠를 받는 모습을 나타낸 그림이에요. /AFP

고대올림픽에서는 지금처럼 특별히 경기장을 짓지 않았어요. 선수들은 경기장 대신 신전 근처에서 시합을 펼쳤답니다. 경기장도 없으니 선수촌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겠죠? 당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벌판에 각자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상인들도 모여들어 술이나 음식, 말 등을 팔기도 하고, 각 도시국가의 정치인들이 모여 은밀하게 외교 회담을 갖기도 했어요.

고대올림픽의 경기 종목은 레슬링, 달리기,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처럼 근대 올림픽과 비슷한 종목이 있었고, 전차 경주나 레슬링과 복싱을 결합한 격투 경기 '판크라티온'처럼 근대 올림픽에 없는 종목도 있었어요. 이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은 기수가 말 4마리가 끄는 전차를 모는 전차 경주였다고 합니다. 재미난 점은 전차 경주의 주인공은 기수가 아니라 바로 전차를 끈 말의 주인이었다는 것이죠. 그리스인들은 1등을 한 전차는 전차를 끈 말의 주인이 튼튼하고 날쌔게 말을 잘 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종목에 출전하는 남성들은 모두 옷을 입지 않은 나체 상태로 시합에 나섰다고 합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운동할 때 당연히 알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알몸으로 경기하는 것은 신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제물로 바친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1·2·3등에게 금·은·동메달이 주어지는 근대 올림픽과 달리 고대올림픽에서는 오로지 1등만 승자로 인정하였다고 해요. 고대올림픽에서 1등 한 사람에게는 올리브 관을 씌워 주었다고 했죠? 나뭇잎을 엮은 관을 1등에게 선사한 이유는 고대 그리스에서 나무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농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는 여름철이 무덥고 건조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했다고 해요. 그나마 뿌리를 깊이 박고 자라는 포도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잘 자랐는데, 올리브 나무도 제대로 열매를 맺으려면 40여 년이 걸려 아주 귀한 나무로 여겼다고 해요. 올리브 나무는 또 '아테네 여신이 준 지혜의 작물'이라는 신성한 의미도 담고 있었지요.

◇쿠베르탱, 올림픽을 부활시키다

올림피아 위치 지도
고대올림픽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다만 기원전 776년부터 올림픽이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요. 올림픽은 마케도니아의 정복왕 알렉산더대왕이 폴리스 국가들을 정복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열렸고, 로마제국이 그리스를 통치할 때에도 계속되었다고 해요. 그러다 393년 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올림픽은 이교도의 제사 의식이니 금지하라'고 명령하면서 자취를 감추었어요.

그렇게 잊혔던 올림픽이 근대 올림픽으로 재탄생한 건 프랑스의 남작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에 의해서예요. 고대올림픽 기간에는 모두 전쟁을 멈추었다는 사실에 감동한 쿠베르탱이 전 세계에 평화의 정신을 퍼트리자는 취지로 올림픽 부활을 추진했어요. 그 결과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가 생겨났고, 2년 뒤인 1896년 올림픽의 기원지 그리스에서 제1회 하계올림픽이 막을 올렸답니다. 근대 올림픽은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변함없이 전 세계 스포츠인이 모여 스포츠 정신과 평화의 정신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