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먹이 앞에선 꾀돌이… 알고 보면 '사랑꾼'이에요

입력 : 2016.08.24 03:09

[갈매기]

어부가 잡은 물고기 가로채거나 빵 조각으로 유인해 영악하게 사냥
부부로 짝 이루면 평생 함께해

희귀종 뿔제비갈매기 전남서 발견… 새끼 태어나 6마리 돼 떠났어요

최근 국립생태원의 무인도 생태조사에서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뿔제비갈매기 5마리가 전라남도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됐어요. 머리에 작은 뿔이 달린 듯 검은 털이 솟은 모습이 인상적인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1급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 아직 정식 이름도 없고 법적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도 못한 상황이에요. '뿔제비갈매기'라는 이름은 임시로 지어둔 이름이고요. 뿔제비갈매기는 1930년대에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서만 관찰된 후 자취를 감추어 한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지난 2000년 중국 푸젠성의 마츠섬에서 4쌍이 발견되었답니다. 이후 중국 저장성에 있는 지안섬과 우즈산섬에서 추가로 발견되었고,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발견된 거예요.

이번에 발견된 뿔제비갈매기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괭이갈매기의 무리에 섞여 있었답니다. 5마리 중 4마리가 쌍을 이루어 번식했는데, 안타깝게도 한 쌍은 알이 부화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른 한 쌍의 알에서 아기 갈매기 1마리가 태어나 총 6마리가 무사히 무인도를 떠났답니다.

◇영악한 사냥꾼, 알고 보면 가정적

뿔제비갈매기와 달리 대부분의 갈매기는 무리를 지어 사는 사회성동물이에요. 전 세계에 약 100여 종의 갈매기들이 사는데 뿔제비갈매기처럼 그 수가 극히 적은 경우를 빼면 대부분 집단생활을 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독도에는 괭이갈매기들이 5000마리 넘게 모여서 살기도 해요.

지난봄 전라남도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된 뿔제비갈매기 부부가 알을 보살피고 있어요.
지난봄 전라남도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된 뿔제비갈매기 부부가 알을 보살피고 있어요. 뿔제비갈매기는 전 세계에 100마리도 남지 않은 멸종 위기 동물이에요. /환경부
갈매기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이유는 매나 독수리 같은 외부 공격자들을 힘을 합쳐 막아내기 위해서예요. 갈매기 무리는 외부자가 서식지를 침입하면 함께 날아다니며 소리를 내고 어지럽게 똥을 싸기 때문에 사람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요. 갈매기를 잡아먹는 동물들도 떼로 뭉쳐 덤비는 갈매기에게 한 번 혼쭐이 나면 두려워서 다시는 덤비지 못한다고 해요.

사회생활을 한 덕분인지 갈매기는 지능이 뛰어나고 영악하기로 유명하답니다. 바닷가에 사는 갈매기들은 사람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는 건 물론 손에 쥐어진 과자를 잽싸게 채서 날아가기도 해요.

여객선을 따라다니며 사람들이 주는 과자를 천연덕스럽게 받아먹기도 하고요. 갈매기들은 특히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를 좋아합니다. 어선을 따라다니며 어부들이 잡아 올린 물고기를 잽싸게 채가요. 외국에 사는 갈매기 중에서는 거대한 고래의 등에 올라타 살을 뜯어 먹는 흉악한 녀석들도 있어요.

어떤 녀석들은 물고기를 잡은 다른 새에게 달려들어 물고기를 뺏어가거나 쓰레기매립장 근처에 모여 살면서 쓰레기에 섞인 버린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기도 해요. 심지어 낚시를 하는 갈매기도 있어요. 사람이 먹다 버린 빵 조각을 물 위에 떨어트린 뒤 빵 조각을 먹으러 온 물고기를 낚아채는 것이죠.

이렇게 먹을 것 앞에서는 영악한 갈매기지만 알고 보면 가정에는 아주 충실하답니다. 수천~수만 마리가 모여 살지만 한 번 부부의 연을 맺은 갈매기들은 한눈 팔지 않고 평생 짝을 이루어 살아가요.

갈매기의 프러포즈 방식도 조금 특이해요. 수컷 갈매기가 마음에 드는 암컷 갈매기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것이죠. 암컷 갈매기가 먹을 것을 받으면 프러포즈를 승낙한 것이고, 받지 않으면 프러포즈를 거절한 거예요.

신기하게도 갈매기는 바닷물을 마셔도 사람과 다르게 탈이 나지 않아요. 갈매기의 몸 안에 바닷물에 든 소금을 걸러주는 '소금샘'이라는 독특한 기관이 있기 때문이죠. 목 마른 갈매기가 바닷물을 마시면, 소금샘에서 소금기를 걸러 눈물을 통해 갈매기의 몸 밖으로 소금을 배출한답니다.

◇압구정은 '갈매기와 노니는 정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갈매기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어요. 지구의 끝인 북극과 남극에도 갈매기가 있답니다. 북극에 사는 상아갈매기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마냥 온몸이 눈부실 정도로 하얀빛을 띠어요.

남극에서도 볼 수 있는 극제비갈매기는 몸무게가 100g 정도밖에 되지 않답니다. 하지만 몸무게가 적다고 무시해선 안 돼요. 극제비갈매기는 영국과 대서양, 남극과 인도양을 오가며 일 년에 9만5000㎞를 날아다녀요. 일 년에 지구를 두 바퀴나 도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는 괭이갈매기예요.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번식을 하고 러시아 시베리아·바이칼 호수에서 살기도 한답니다.

괭이갈매기가 반드시 바닷가에만 사는 건 아니에요. 바다에서 1400㎞가 떨어진 중국 충칭에도, 바다와 600㎞ 떨어져 있고 해발고도가 2000m에 달하는 중국 쿤밍에도 괭이갈매기가 있어요. 쿤밍 도심에 있는 취호 호수에서도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괭이갈매기 떼를 볼 수 있답니다.

바다뿐만 아니라 강가에도 갈매기가 살아요. 조선시대에는 한강에서도 갈매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압구정동이라는 지명에서 '압구정'은 '갈매기와 어울려 노는 정자'라는 뜻이에요. 조선시대 권세가인 한명회가 지금의 압구정동에 정자를 짓고 한강에 있는 갈매기를 구경하며 노년 시절을 보냈는데, 이 정자의 이름이 바로 압구정이었어요.

김종민 국립생태원 생태조사평가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