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 이야기] 끔찍한 사형 도구, 교회의 상징이 되다

입력 : 2016.08.24 03:09

예수와 십자가

캄캄한 밤 높은 곳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 빨간 십자가가 많이 보여요. 교회마다 십자가를 철탑에 높이 달아 놓았기 때문이죠. 십자가는 교회를 상징하는 조형물이자 기독교의 상징이기도 해요. 그런데 십자가가 처음부터 기독교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랍니다.

십자가가 처음 등장한 곳은 고대 페르시아와 이집트, 아시리아예요. 당시 십자가는 사람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어 죄수를 고문하고 사형에 처하는 형틀로 사용되었어요. 십자가에 죄수를 매달아 처형하는 '십자가형'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고대 페르시아인이었어요. 페르시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토가 자신들이 믿는 신인 오르무즈드(Orm uzd)에게 바쳐진 신성한 대지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죄를 지은 죄인들을 처형할 때 신에게 바쳐진 신성한 땅이 죄인에 의해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십자가에 매달아 죄수를 처형했다고 합니다.

15세기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한 화가가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15세기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의 한 화가가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위키피디아
십자가형은 페르시아를 거쳐 고대 로마로도 전해졌어요. 십자가의 모양도 지금과 다르게 X자 형태와 T자 형태가 있었고, 십자가의 튀어나온 부분에 죄수의 이름과 죄수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기록했다고 합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고 십자가에 적혀 있었다고 해요.

십자가형은 아주 끔찍한 처형 방법이에요. 십자가에 사람을 못 박아 놓고 죽기 전까지 고통을 느끼게 하는 곳이죠. 십자가에 매단 죄수를 채찍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로마 사람들은 해적이나 노예 등 사형에 처해야 할 중범죄자들에게만 십자가를 사용했고, 로마인에게는 십자가형을 쓰지 않았다고 해요. 대신 자신들이 지배했던 유대인들에게 잔인한 십자가형을 사용했어요. 유대인들도 "나무에 매달린 자는 저주를 받은 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십자가형을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십자가는 곧 '저주받은 죽음'을 상징했고, 십자기형은 아주 치욕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예수가 로마인들에 의해 십자가형을 받게 되면서 십자가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졌다"고 말해요. 그래서 십자가는 '저주받은 죽음'이라는 의미에서 예수의 희생과, 그리고 용서와 사랑의 의미로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고요. 이후 기독교의 십자가는 용서와 사랑, 희생과 하나님과 예수, 그리고 기독교 신자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상징으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한편 예수가 짊어지고 매달렸던 십자가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해요. 다만 곧게 자라는 나무는 아니었다는 추측만 하고 있답니다. '신의 아들인 예수를 처형하는 데 사용된 나무는 그 이후로 수치심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굽어졌다'는 전설이 내려오기 때문이에요. 잔인한 십자가형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312년 기독교로 개종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십자가형을 금지한 이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십자가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해요. 1500년대 일본에서도 기독교 신자를 탄압할 때 십자가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곽상학 온누리교회 교육목사·세종한솔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