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한국 양궁 '10·10·10' 뒤엔 '뉴로피드백' 있었죠

입력 : 2016.08.16 03:09

[올림픽과 스포츠과학]

양궁 선수는 긍정적인 뇌파 키워 실전에서 긴장·부담감 덜어내

펜싱 선수들의 '3D 모션 캡처 기술'
미세한 동작도 파악해 약점 분석… 과학 원리로 선수 기량 끌어올렸죠

지구촌이 '2016 리우올림픽'으로 후끈 달아올랐어요. 우리 선수들이 연이어 값진 메달 소식을 보내고 있지요? 선수들의 재능과 헌신적인 노력에 스포츠과학의 든든한 지원이 더해진 결과랍니다. 특히 스포츠과학의 발전으로 오늘날 선수들은 최첨단 장비와 과학기술을 통해 작은 실수까지 미리 잡아낼 정도로 기량을 올릴 수 있답니다.

◇뇌파 길들이는 '뉴로피드백'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은 단체전과 개인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어요. 바람이 불어도, 경기장이 소란스러워도 우리 선수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10점을 연거푸 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죠. 우리 선수들이 침착하게 집중력을 유지한 데에는 '뉴로피드백' 훈련이 도움이 되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과학] 한국 양궁 '10·10·10' 뒤엔 '뉴로피드백' 있었죠
/그래픽=안병현
뉴로피드백은 선수들의 뇌파를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실전에서도 긍정적인 뇌파를 만들어내어 긴장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뇌파는 우리 두뇌가 활동을 하는 동안 뇌에서 발생하는 전류예요. 뇌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의 뇌파가 발생한답니다. 깊이 잠잘 때는 델타파(1~3㎐)가 나오고, 일반적인 수면 상태에서는 세타파(4~7㎐)가 측정돼요. 긴장을 풀고 휴식할 때는 알파파(8~13㎐)가, 열심히 공부할 때는 베타파(14~30㎐)가 나와요. 뉴로피드백은 어떤 조건을 주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스스로 원하는 뇌파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요.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훈련을 할 때 머리에 전극을 붙여 어떤 상황에서 긍정적인 뇌파와 부정적인 뇌파가 나오는지 미리 분석했어요.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나 조준이 잘돼서 과녁이 크게 보였던 순간에는 긍정적인 뇌파가 나와요. 이때 선수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기억하도록 알려주는 것이죠.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올림픽에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스스로 긍정적인 뇌파가 나왔던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떠올려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거예요. 스포츠에서 '정신력'이라고 부르는 것도 뉴로피드백을 통해 키울 수 있는 것이죠.

뉴로피드백은 1960년대 의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1990년대에 스포츠 분야에도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두뇌는 아직 완벽히 분석된 것이 아니라 뉴로피드백의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운동에 뉴로피드백이 활용되진 않아요. 현재로서는 사격, 양궁, 골프처럼 집중력과 침착함이 중요한 종목에서만 뉴로피드백을 활용하고 있어요.

◇과학 훈련으로 더 강해진 한국 검객

이번 올림픽 명장면 중 하나로 펜싱 에페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박상영 선수의 경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상대 선수에게 4점을 뒤진 위기 상황에서도 박상영 선수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었고 연이어 5점을 따내며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뒀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박상영 선수의 마음가짐이 기적을 가져온 것이에요.

이런 마음가짐과 더불어 과학적인 훈련 방식도 박상영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나라 펜싱 선수들은 올림픽 전부터 '3D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훈련을 했어요. 3D 모션 캡처는 몸에 센서를 붙여서 그 움직임을 디지털로 기록해 분석하는 기술이에요. 원래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가상현실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에요. 영화 '아바타'에서 가상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것도 이 기술을 활용해 영화를 촬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펜싱 선수들은 훈련 때 몸의 관절 부분마다 센서 수십 개를 붙이고 연습을 했어요. 이때 적외선카메라로 움직임을 촬영해 눈으로는 못 보고 지나칠 미세한 동작을 기록하는 것이죠. 펜싱 선수들은 단 0.04초의 순간에 상대방보다 먼저 공격을 하거나 방어를 해야 합니다. 찰나의 순간에 승패가 결정되니 눈으로는 선수들의 동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이렇게 3D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하면 선수들이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할 때 어떤 각도로 손과 다리를 움직이는지 아주 정밀하게 알 수 있어요.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자세를 고칠 수 있는 것이죠. 박상영 선수가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과학적인 훈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GPS(위치 정보 시스템)를 이용한 여자 하키팀의 과학 훈련도 인상적이랍니다. 여자 하키 선수들은 목 뒷부분 유니폼에 GPS 장치를 붙이고 연습 시합을 뛰었어요. 이렇게 하면 GPS를 통해 경기 중 선수들의 달리기 속도와 이동 거리, 활동 반경을 모두 측정할 수 있답니다. 감독은 이 정보를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과 현재 컨디션까지 알 수 있지요. 어떤 선수를 어떤 포지션에 활용해야 할지도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는 선수들 뒤에 각국의 최첨단 과학기술과 연구자들이 함께 뛰고 있답니다.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환호성 없는 훈련장에서 묵묵히 선수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분석해 훈련을 돕는 스포츠과학 연구자들에게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만큼 큰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