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위대한 작곡가에게는 '9의 징크스'가 있다?

입력 : 2016.08.12 03:32

[교향곡]

베토벤·슈베르트·브루크너 등 교향곡 9곡 남기고 목숨 잃어
17세기 오페라 반주였던 '심포니', 청중 요구에 맞춰 악기만 합주
하이든이 '4개 악장' 형식 갖췄죠

베토벤의 '운명' 슈베르트의 '미완성'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 작품들은 모두 교향곡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오케스트라가 출연하는 대규모 음악회에서는 이런 교향곡을 반드시 한 곡은 연주한답니다. '교향곡(交響曲)'은 영어 '심포니(symphony)'를 번역한 말인데, 심포니는 '소리의 조화' 또는 '연주회'를 뜻하는 그리스어 '심포니아(symphonia)'에서 유래한 단어예요. 15세기 말까지 유럽에서 심포니는 '함께 소리를 낸다'는 뜻이 있었다고 합니다. 즉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합주'를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지금처럼 '오케스트라가 조화로운 합주를 하는 클래식 작품'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은 17세기 초부터라고 합니다.

◇오페라의 반주였던 '심포니'

하지만 17세기 초 유럽에도 지금 같은 거대한 오케스트라는 없었어요. 그저 음역이 높고 낮은 다양한 악기가 모여 합주하는 정도였죠. 이런 합주는 주로 성악곡의 반주나 오페라의 배경음악으로 활용되었다고 해요. 그러다 성악가들이 쉬는 틈이나 오페라 막간에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악기만 합주하는 '심포니'가 등장했다고 해요.

그런데 오페라보다 오히려 심포니를 더 재미있어하는 관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오페라나 성악가의 콘서트가 아니라 심포니만을 연주하는 음악회도 생기기 시작했답니다. 자연스레 작곡가들도 이런 청중의 요구에 맞추어 '심포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게 바로 교향곡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때 만든 심포니도 엄밀한 의미에서 교향곡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짤막하게 만든 합주 음악을 모아놓다 보니 악장이 너무 많고 중간중간에 춤곡을 많이 넣어 산만한 '댄스 메들리'처럼 들리는 작품이 많았어요.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교향곡의 아버지' 요제프 하이든이에요.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이렇게 뒤죽박죽이던 교향곡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하이든은 '교항곡의 악장은 넷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템포 느린 곡, 3악장은 세 박자로 된 춤곡, 4악장은 템포 빠른 곡으로 지어야 훌륭한 심포니가 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이든은 이런 기준에 따라 직접 교향곡 104곡을 작곡했는데, 이 작품들이 비로소 초창기 심포니와 구별되는 '교향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위대한 작곡가의 '교향곡 아홉수'

하이든이 교향곡 시대를 열자 천재적 작곡가들이 뒤를 이어 훌륭한 교향곡을 쏟아냈어요. '불후의 천재' 모차르트는 35년이란 짧은 생애에 41곡을 남겼어요.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해 자신의 독창성을 불어넣은 교향곡을 9곡 지었는데, 이 작품들은 지금도 위대한 걸작으로 일컫는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베토벤, 드보르자크, 슈베르트, 윌리엄스예요. 위대한 작곡가로 불리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4명 모두 죽기 전까지 교향곡 9곡을 남겼어요.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베토벤, 드보르자크, 슈베르트, 윌리엄스예요. 위대한 작곡가로 불리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4명 모두 죽기 전까지 교향곡 9곡을 남겼어요. /Getty Images / 이매진스·위키피디아

베토벤 이후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베토벤의 교향곡을 능가하려고 애썼어요. 베토벤을 너무나 사랑했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비슷한 작품들을 작곡한 반면, 멘델스존이나 슈만 같은 작곡가들은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음색을 부각해 낭만적 정서를 강조한 교향곡을 지었어요. 프란츠 리스트는 교향곡 형식을 조금 부드럽게 한 '교향시'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안톤 브루크너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은 지금도 세계적 지휘자의 내한 공연이나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 공연 때 단골처럼 등장합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두 사람은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웅장한 교향곡으로 유명해요. 말러의 8번 교향곡이 처음 공연됐을 때에는 연주자가 무려 1000명 동원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말러의 8번 교향곡을 '1000명의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해요.

한편 음악계에서는 "위대한 작곡가는 교향곡을 10곡 이상 지을 수 없는 '9'의 징크스가 있다"는 말이 있어요. 브루크너를 비롯해 베토벤과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본 윌리엄스 같은 훌륭한 작곡가들 모두 교향곡 9곡을 작곡한 뒤 세상을 떠났어요. 말러도 10번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1악장 악보만을 남긴 채 숨을 거두어 '9의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9의 징크스'가 모든 작곡가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에요. 20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소련 공산주의 정권의 검열과 탄압에도 교향곡을 15곡 남겼고, 그의 선배 격인 니콜라이 먀스콥스키도 무려 27곡을 남겼답니다.

◇교향곡의 부제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처음 교향곡을 접할 때에는 우선 제목에 흥미가 가는 교향곡부터 들어보는 것이 좋아요. 유명한 교향곡은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곡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교향곡이 갖춰야 할 네 악장 중 1·2악장만이 남아있고 3·4악장의 완성된 악보가 발견되지 않아 '미완성'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이에요.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베토벤이 1악장 첫 부분을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표현한 것을 계기로 '운명 교향곡'이라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김주영 피아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