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 이야기] 철부지 아들이 베풀 줄 아는 성자가 된 사연은?
수닷타와 칼라
칼라는 이 수닷타의 아들이랍니다. 칼라는 그야말로 '철부지 아들'이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부처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이를 실천했던 아버지 수닷타와 달리 칼라는 돈이나 물건을 아껴서 쓸 줄 모르고, 친구들과 먹을 것을 사이좋게 나누지도 않았어요.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칼라를 보며 수닷타는 "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제멋대로인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며 크게 걱정했어요.
- ▲ 미얀마의 한 수도승이 사찰에서 명상하는 모습이에요. 수닷타의 아들 칼라는 절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부처의 말을 되새긴 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요. /토픽 이미지
아들 칼라를 가르칠 방법을 늘 고민하던 수닷타는 어느 날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어요. 수닷타는 칼라를 불러 대뜸 이런 제안을 했어요. "얘, 칼라야. 오늘 절에 가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오지 않겠니? 그러면 내가 용돈을 듬뿍 주마."
용돈을 준다는 말에 신이 난 칼라는 한달음에 부처가 있는 절로 갔어요. 하지만 부처와 스님들의 얘기는 칼라에겐 따분하게만 들렸답니다. 자리를 뜬 칼라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수닷타는 칼라를 의심하지 않고 약속대로 용돈을 주었어요.
다음 날 수닷타는 다시 칼라를 불렀어요. "칼라야, 오늘도 절에 다녀오지 않겠니? 이번에는 부처님 말씀을 잘 기억했다가 내게도 들려줬으면 좋겠구나. 그러면 어제보다 용돈을 더 많이 주도록 하마." 용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더 신이 난 칼라는 다시 절로 달려갔어요. 이번에는 나무 그늘이 아니라 부처의 말이 잘 들리는 곳에 앉았어요. 아버지에게 부처의 말을 잘 전해야 용돈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마침 낯선 소년이 진지하게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본 부처는 칼라를 위해 '사람은 늘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해주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칼라도 전날과 다르게 따분함을 느끼지 않고 부처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었어요.
어느새 날이 저물었고 칼라는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어요. 칼라는 낮에 들었던 부처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어요. 처음에는 용돈을 받기 위해서였지만, 그렇게 부처의 말을 되짚으면서 칼라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이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철부지였던 칼라가 나눔과 베풂의 가치를 아는 부처의 제자가 된 것이에요.
다음 날 아들을 기다리던 수닷타는 먼발치에서 칼라가 부처와 스님들을 모시고 집으로 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칼라가 힘든 수행을 이어가는 부처와 스님들을 아침 식사에 초대한 것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알게 된 아들의 모습을 본 수닷타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칼라와 부처의 일행을 맞았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칼라는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성자(聖者)의 삶을 살았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