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곡선 구간 빠르게 달리면 내 몸이 쏠리는 이유는?

입력 : 2016.08.09 03:35

[원심력과 구심력 원리]

회전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원심력', 회전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
균형 맞지 않으면 미끄러지게 돼
곡선 구간서 바깥 레일 높게 만들어 열차의 레일 이탈 막아요

지난 4월 전남 여수 율촌역 부근을 달리던 코레일 무궁화호 열차가 레일을 이탈하면서 1명이 죽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선로를 바꾸는 곡선 구간에서 뒤늦게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규정 속도인 시속 35㎞의 3배가 넘는 시속 117㎞로 달린 탓이에요.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급한 곡선 구간이 나오면 "속도를 줄이세요"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걸 본 적 있나요? 기차든 자동차든 곡선 구간을 돌 때에는 원심력이 생기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커진답니다. 곡선 구간을 돌 때 생기는 원심력은 대체 무엇일까요?

◇원운동으로 생기는 구심력과 원심력

실의 끝에 공을 매달고 빙빙 돌려보세요. 공이 계속 원을 그리고 돌려면 내가 실을 꼭 잡고 있어야 하고, 실이 끊어지지 않아야겠죠. 공이 무거울수록, 그리고 돌리는 속도가 빠를수록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힘이 바로 원심력이에요. 반대로 공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실이 버티는 힘, 그리고 실의 끝을 붙잡고 있는 힘이 바로 구심력입니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크기가 같아야 물체는 안정적인 원운동을 할 수 있어요.

자동차가 곡선 구간을 빠르게 달릴수록 몸이 바깥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 역시 원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회전하는 놀이 기구를 탈 때 마치 내 몸이 바깥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랍니다. 원심력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강해져요.

원심력과 구심력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자동차가 곡선 구간을 돌 때 원심력이 생기는데도 도로 바깥쪽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건 타이어와 바닥 사이의 마찰력이 구심력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곡선 구간에서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리게 되면 원심력이 마찰력(구심력)보다 커지면서 차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바깥쪽으로 밀리게 됩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도로가 미끄러워지면서 타이어와 바닥 사이의 마찰력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차가 평소보다 더 쉽게 바깥쪽으로 밀려나게 됩니다.이런 날씨에는 속도를 더 줄여야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열차가 레일을 이탈하는 탈선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원심력 때문에 열차가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안쪽 바퀴부터 레일을 벗어나게 돼요. 열차가 선로를 완전히 벗어나 주변 시설물과 충돌하게 되면 지난 4월 무궁화호 탈선 사고처럼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큰 사고로 이어지게 돼요.

사실 우리가 타는 열차에는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을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등 여러 안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그럼에도 기관사가 주의를 기울여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지요.

시속 300㎞로 달리는 KTX 같은 고속 열차는 곡선 구간을 돌 때 원심력이 아주 강하게 생기겠죠? 그래서 고속철 선로의 경우 다른 열차의 선로보다 곡선 구간을 최대한 완만하게 만들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일반적인 선로를 설치할 때보다 고속철 선로를 설치할 때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가게 돼요.

◇과학으로 원심력을 이겨내는 철도와 도로

기차 선로에는 원심력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숨어 있어요. 곡선 구간 선로에서 바깥쪽 레일의 높이를 안쪽 레일보다 더 높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열차가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열차의 무게가 안쪽으로 더 쏠리면서 원심력으로 열차가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바깥쪽 레일과 안쪽 레일의 높이 차이를 '캔트(cant)'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캔트가 원심력과 무게중심을 이용한 과학적인 안전장치예요.

그렇다면 '캔트'는 얼마나 크게 만들어야 할까요? 두 레일의 높이 차이가 너무 작으면 열차가 빠르게 지나갈 때 생기는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열차가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탈선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두 레일의 높이 차이를 너무 크게 해버려도 문제가 생겨요. 천천히 지나가는 열차는 원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열차가 선로 안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레일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같은 철로에도 이렇게 여러 열차가 각자 다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보통 캔트는 '열차가 평균적인 속도로 지나갈 때 철로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를 계산해 그 높이를 정한다고 합니다.이런 원리는 철도 외에 다른 곳에서도 활용되고 있어요.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는 곡선 구간의 도로를 안쪽으로 살짝 경사지게 만들어요. 자동차가 빠르게 달려도 원심력으로 인해 차가 바깥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쇼트트랙 선수들은 곡선 구간을 돌 때 왼손을 빙상에 짚을 정도로 몸을 안쪽으로 최대한 눕혀요. 이렇게 무게중심을 안쪽으로 두고 곡선 구간을 돌면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으면서도 원심력으로 인해 몸이 바깥쪽 코스로 밀려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답니다.


글=홍준기 기자 |
감수=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미래전략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