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인상주의가 그려낸 휴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죠?

입력 : 2016.08.05 03:07

[피서 풍경 그린 화가들]

모네는 부르주아의 휴가 문화 표현, 쇠라는 점묘법으로 피서 풍경 담아
이상원, 여러 나라 피서지 섞어 그려… 일상서 벗어난 자유 보여줬어요

근대 유럽에서는 피서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예술가 집단이 있었어요. 바로 인상주의 화가들입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림의 모양보다 색깔을 잘 드러내는 데 관심을 가졌어요. 햇빛이 비치는 정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풍경의 변화를 한 폭의 그림에 담으려고도 했지요. 작품1은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인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에요. 당시 프랑스 최고의 인기 해수욕장으로 꼽힌 트루빌 해변을 그린 풍경화예요. 해변의 산책로를 따라 프랑스 국기와 가스등, 세련된 호텔 건축물이 이어져 있어요. 그런데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해변 도로를 산책하는 멋쟁이 피서객들의 모습만 눈에 띄어요. 모네는 당시 새롭게 유행하는 부르주아의 피서 문화를 화폭에 담고 싶었던 것이지요. 당시 프랑스의 부르주아 사이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해변으로 가서 호화로운 호텔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해수욕이 건강에 좋고, 일상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고요.

작품1~3
[작품1] 클로드 모네.‘ 트루빌, 로슈 누아 호텔’. 1870.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작품2] 메리 카사트.‘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 1884.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소장. [작품3] 조르주 쇠라.‘ 아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1884.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미국 출신의 인상주의 여성 화가 메리 카사트는 해변에서 즐겁게 노는 두 아이의 모습을 작품2에 담았어요. 피서지의 두 아이를 여성 특유의 따뜻한 눈길로 관찰하고 그린 이 그림은 어린이를 더 귀하게 여기는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 평가받기도 해요.

프랑스의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에 따르면 19세기 전까지 어린이는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다고 해요. 메리 카사트가 활동했던 19세기가 되어서야 어린이의 권리를 인정하고 어린이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해요. 두 아이를 따듯한 시선으로 그린 이 작품은 19세기를 '어린이의 세기'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프랑스 화가 쇠라는 파리에서 멀지 않은 아니에르라는 곳에서 센 강 주변에 모여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작품3에 담았어요. 색깔을 연구했던 쇠라는 이 작품을 그릴 때 점묘법을 이용했어요. 점묘법이란 붓끝으로 작은 점을 무수히 찍어 하나의 형태를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이렇게 하면 약간 거리를 두고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점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색깔이 섞여서 보여요. 그러면서도 팔레트에 물감을 섞어 붓질할 때보다 훨씬 밝고 또렷해 보인답니다.

작품 속 남자들은 수영하거나 강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멀리 보이는 공장의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네요. 당시에는 산업혁명이 유럽으로 퍼져 나가면서 여기저기에 많은 공장이 세워졌어요. 쇠라는 이런 사회적인 변화를 피서 그림으로 보여준 거죠.

작품4
[작품4] 이상원.‘ In Summer’. 2013. 종이에 수채화.
이상원 화가는 한여름에 수많은 인파가 해수욕장에 떼를 지어 몰려가는 모습을 작품4에 표현했어요. 그런데 재밌게도 작품 속 피서지는 한 장소가 아니에요. 등장하는 인물의 인종도 각각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인 프랑스의 도빌·생말로 해변과 이탈리아의 리도 해변, 그리고 우리나라의 해운대와 경포대 해수욕장과 한강시민공원 야외 풀장의 피서철 풍경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하나의 화폭에 섞어서 새롭게 그린 것이에요. 왜 여러 나라의 피서지 풍경을 한 그림에 담았을까요? 이상원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피서 문화는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종종 '남들이 다 가는' 여행을 가지 못하면 초조하고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죠? 이상원은 겉으로는 개성과 다양성,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마음을 피서 그림으로 드러낸 거예요. 여러분도 매번 다른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피서를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이번 여름은 자신만의 독특한 피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