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수백만원짜리 수입 명품 쓰면서 北 주민에겐 국산품 애용 강조
입력 : 2016.08.03 03:10
김정은의 사치
최근 대부분 UN 회원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세계 평화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 행위라는 이유에서지요. 김정은이 유학 생활을 한 스위스도 대북 제재에 동참했어요. 북한은 스위스로부터 롤렉스·오메가 등 고급 시계와 수제 승마용품·스키 장비, 명품 골프용품, 고급 술과 시가 등 다양한 사치품을 수입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번에 스위스 정부는 김정은이 좋아한다는 명품들과 코냑, 시가, 초콜릿, 이탈리아 송로버섯, 러시아 캐비아(철갑상어 알) 등을 북한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어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사치품을 마구 수입해 고위 계층 측근들에게 나눠 주며 충성을 요구하곤 했는데 이젠 이런 일들을 하기 어려워지게 된 것이죠.
- ▲ 지난 2015년 평양 국제순안공항이 준공될 때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고위층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시설을 살펴보고 있어요. /노동신문
김정은은 이처럼 외국에서 수입한 사치품을 애용하지만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는 국산품 사용 장려 정책이라고 해요. 북한의 신문이나 TV에서는 국산품을 애용하자며 "수입 만능주의자는 매국노"라거나 수입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수입병'이 든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대요. 그러나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층에게는 이러한 수입품 통제가 예외이니 모순된 정책이지요.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갓난아기에게 북한이 생산한 분유를 먹이라고 지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독일산 고급 분유를 먹이고 있다고 해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착용하는 목걸이는 200만원이 넘고, 김정은의 인민복도 수백만원 하는 영국제 명품 원단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북한에서는 "당 간부는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선전해요. 그런데 실상 최고 지도부들은 일반 주민들이 쓰지 못하는 사치품을 애용하고 있는 거예요.
옛 소련이나 통일 전 동독, 사회주의 시절 헝가리·루마니아·폴란드 같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어요. 특히 동독의 경우 수도 베를린 근처 반들리츠 지역에 '숲 속 마을(Waldsiedlung)'이라는 별천지를 만들고 당 고위 간부들과 그 가족들만 호사를 누리게 했대요. 동독 공산당은 간부 사치품을 조달하는 일만 하는 부서를 따로 두기도 했어요. 벤츠 등 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간부들이 몰게 하고, 외국에서 수입한 각종 고급 생활용품도 공급했다고 해요.
북한은 과거 동독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김정은은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핵과 미사일에만 집착하고, 북한의 민생 경제는 거의 마비되었는데도 김정은과 북한 고위층들은 사치품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죠.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도외시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소수만을 생각하며 기득권만 챙기고 있는 것이지요. 사치품에 집착하는 김정은과 북한 고위층들을 보면서 헐벗은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분노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