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여름 '한 달' 지내려고… 땅속에서 17년 굼벵이로 산대요

입력 : 2016.08.03 03:10

[매미]

허물 벗어도 10시간 동안 못 날아 참새 등 천적에게 잡아 먹히기도
암컷 부르는 수컷 매미 울음소리, 진공청소기 사용할 때와 비슷한 크기
빛공해·기온 상승으로 해마다 커져

여름철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동물이 있지요. 바로 매미랍니다. 약 2억5000만년 전 지구에 등장한 매미는 우리나라에 현재 13종류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참매미가 가장 많고, 말매미와 쓰름매미, 나무가 아닌 풀밭에 사는 풀매미 등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 중에 덩치가 가장 큰 말매미는 특히 무더운 날씨를 좋아해요. 예전에는 제주도에 많이 살았는데 최근 여름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말매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매미는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도 크게 울어대서 밤잠을 설치게 하는 소음 공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해요. 하지만 매미가 이렇게 한밤중에도 크게 울어대는 건 사실 순전히 인간의 탓이랍니다.

◇갈수록 매미 울음소리가 커져요

매미는 수컷만 울음소리를 냅니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울음소리로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거지요. 수컷 매미는 몸통 안쪽에 있는 근육으로 옆구리의 진동막을 흔들어 소리를 내는데, 진동막 자체에서 나는 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매미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커지는 비밀은 텅 비어 있는 수컷 매미의 배에 있습니다. 진동막을 흔들어 낸 소리가 배에 닿으면 소리가 울리면서 더 커지는 것이죠. 이렇게 소리가 울리면서 더 커지는 현상을 '공명(共鳴)현상'이라고 합니다. 참매미와 말매미는 이런 공명현상을 이용해 65~75dB(데시벨·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크기의 울음소리를 내요. 대형 덤프트럭이 옆을 지나가거나 진공청소기를 켰을 때 나는 소리크기와 비슷하다고 하니 대단하죠?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가로수에 매미들이 붙어 있어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가로수에 매미들이 붙어 있어요. /조선일보 DB
매미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아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만 살 수 있어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배필을 만나야 하고, 게다가 옆 나무에는 다른 수컷들이 경쟁하듯 힘차게 울고 있으니 자신의 위치를 암컷에게 정확히 알리려면 울음소리를 최대한 크게 내야 하는 것이지요.

매미 울음소리가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얘기도 있어요. 과학자들은 과거보다 여름이 더 더워지면서 울음소리가 큰 말매미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참매미보다 10dB 정도 더 크다고 해요. 게다가 울음소리의 주파수도 사람 귀에 가장 잘 들리는 6㎑(킬로헤르츠·주파수 단위)라고 하니 더 시끄럽게 들릴 수밖에 없겠죠.

한밤중에 들리는 매미 울음소리가 더 커진 것에 대해선 도심의 빛공해가 원인으로 꼽힌답니다. 참매미는 온도와 상관없이 주변이 밝으면 울음소리를 내고,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면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특성이 있어요.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히는 도시가 과거에 비해 더 늘어나면서 도시에 사는 참매미들이 밤에도 맘껏 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참매미 울음소리도 4㎑의 주파수를 가져 사람 귀에 비교적 잘 들리는 편이라고 합니다.

◇매미의 일생

참매미가 허물을 벗은 직후의 모습이에요.
참매미가 허물을 벗은 직후의 모습이에요. /조선일보 DB
1년 전 암컷 매미가 나무껍질에 낳은 알에서 부화한 매미 굼벵이가 고개를 내밀더니 나무 아래로 툭 떨어져요. 땅에 떨어진 매미 굼벵이는 땅속으로 40㎝ 정도를 파고 들어갑니다. 매미 굼벵이는 땅속 암흑세계에서 벚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같은 활엽수의 뿌리에 붙어 흠집을 내고 수액을 빨아먹고 살지요.

이렇게 매미 굼벵이가 지하 생활을 하는 기간은 종에 따라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이나 됩니다. 참매미와 말매미 굼벵이는 각각 5년, 7년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굼벵이로 답답한 지하 생활을 수년간 하고 나서야 매미가 되지만, 정작 매미로 살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니 어떻게 보면 기구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하 생활을 마친 매미 굼벵이는 천적들이 잠을 자는 저녁 시간 슬며시 땅 위로 올라와 나무를 타고 올라요. 나무에 올라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기 위해서지요. 이 순간이 매미 굼벵이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에요. 허물을 벗는 데에만 2~3시간이 걸리고, 허물을 벗고 난 뒤에도 흐물흐물하고 축축한 몸이 딱딱해지기까지 10시간을 옴짝달싹 못하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때 직박구리, 참새, 찌르레기나 들고양이 같은 천적들의 눈에 띄면 꼼짝없이 먹이가 되고 맙니다. 심지어 개미 떼가 몰려와 갓 허물을 벗은 매미를 들고 개미집으로 데려가기도 해요. 우리 주변에서 크게 울고 있는 매미들은 이런 험난한 과정을 모두 이겨낸 녀석들이랍니다.

수컷 매미는 암컷과 짝짓기를 마치면 곧 수명을 다한다고 해요. 짝짓기를 마친 암컷 매미는 배에 200~600개 정도 담긴 알을 배마디 끝에 달린 바늘 모양의 산란관을 나무껍질에다 밀어 넣는 방식으로 알을 낳아요. 참매미 암컷의 경우 한 번에 5~10개씩 알을 30~40곳에 나누어 산란한답니다.

말매미가 2~3년 된 어린나무의 가지에 알을 낳으면 가지가 말라 죽어버리기도 해요. 말매미가 수액을 빨아먹은 나무 구멍으로 수액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병균이 번식해 나무 자체가 병에 걸리게 되는 거지요. 감귤이 많은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에 해를 입히는 말매미가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서울 강남에서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비해 말매미가 훨씬 더 많이 산다고 해요. 처음 강남 지역이 개발되던 1970년대에 말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나무와 벚나무를 가로수나 아파트 단지 정원에 많이 심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