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4개의 위 가진 양, 왜 계속 트림할까
[양(羊)]
올해 복제 양 돌리 탄생 20주년… 1998년 새끼 양 '보니' 낳기도
양들 소화할 때 섬유소 분해하려 어미 양에 물려받은 세균 이용해 토하고 삼키기 반복해요
- ▲ 세계 최초의 복제 동물인 돌리(오른쪽)는 1998년 새끼 양 보니(왼쪽)를 낳았어요. /로슬린연구소
올해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양 '돌리(Dolly)'가 태어난 지 20년이 된 해예요. 1996년 돌리를 복제한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로슬린연구소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 없이, 어미 양 한 마리의 유전자를 이용해 277번의 시도만에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요. '돌리'라는 이름은 미국의 유명한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해요. 몇 달 동안 수많은 관광객과 사진기자가 돌리에게 몰려들어 엄청나게 많은 과자를 선물했어요. 돌리는 과자를 주는 대로 받아먹다 뚱뚱해졌고, '복제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거대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어요. 그 후 돌리는 수개월 만에 몸무게를 5~6㎏(보통 양 몸무게는 45~100㎏)이나 줄이는 맹렬한 다이어트를 했지요.
건강을 되찾은 돌리는 1998년 같은 품종의 숫양과 결혼해 새끼 양 '보니'를 낳았어요. 보니는 엄마와 아빠 유전자를 반씩 물려받은 평범한 자연산 양이었지요. 당시 로슬린연구소 측은 "복제 동물도 정상 동물과 똑같이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러던 돌리는 6년 6개월 만에 안락사 되었어요. 다섯 살 때 관절염에 걸리고, 여섯 살에 폐선종이라는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심각한 폐병에 걸렸거든요. 보통 양 수명이 12년인 것을 감안하면 돌리는 그 절반을 살다 간 셈이에요. 돌리에게 유전자를 제공한 어미 양이 애초에 여섯 살이었기 때문에, 복제 동물인 돌리가 일찍 늙고 병들었던 것이지요. 돌리는 안락사한 뒤 박제되어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돌리와 달리 지금은 동물 복제 기술이 개선되어 복제 쥐의 경우 어미 수명의 95%까지 살 수 있다고 해요. 돌리 이후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약 20종이 넘는 동물이 복제되었다고 합니다.
◇털갈이 못하는 '메라노' 양
양털은 섬유업계에서 흔히 울(wool)이라고 불리는데, 보온성이 뛰어난 데다 몇 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돼 환경에도 좋아요.
- ▲ 독일 남서부의 한 목초지에서 양들이 풀을 먹고 있어요. 위 네 개를 가진 양은 삼킨 풀을 되새김질해 영양분을 소화하지요. /토픽 이미지
가축으로 기르는 양은 얼굴이나 발에 나는 털과 몸통 털의 촉감이 달라요. 몸통 털은 가늘고 부드러운 반면 얼굴과 발에서 나는 털은 굵고 곱슬곱슬하답니다. 이 굵은 털은 옷을 만드는 데 쓰이지 않아요. 솜같이 부드러운 몸통 털이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거지요. 반면 야생 양의 몸에선 굵은 털과 가는 털이 섞여 난다고 해요.
우리가 털을 얻는 양은 대부분 '메라노'라는 종인데, 부드러운 털이 많이 자라고 털갈이도 잘 하지 않도록 인간이 개량한 품종이랍니다. 야생 양은 매년 봄에 스스로 털갈이를 하는 반면 '메라노' 양은 털갈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이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 주지 않으면 여름에 벌레가 털에 번식해서 병에 걸리거나 더위를 이기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해요.
◇풀 소화할 능력 없어…위 4개 갖게 됐죠
양은 소, 사슴, 기린 등과 함께 위가 넷인 초식 동물이에요. 위가 4개로 발달한 초식동물은 원래 풀에 들어 있는 섬유소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능력이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동물들은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생김 '혹위(제1위)', 내벽에 벌집 모양 주름이 난 '벌집위(제2위)', 잔주름이 있는 '겹주름위(제3위)', 수많은 주름이 난 '주름위(제4위)'를 갖추도록 진화했어요.
양이 풀을 삼키면 우선 혹위로 풀이 들어가요. 혹위에는 아빠 양과 어미 양이 물려준 유익한 세균이 양과 지혜로운 공생을 하고 있지요. 이 세균들은 양이 만들지 못하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요. 양을 기르는 축산 농가에서는 가축들이 걸리는 병을 고치기 위해 항생제를 과도하게 쓰지 않도록 조심한답니다. 항생제가 이 유익한 세균마저 죽여버리면 양이 풀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혹위에서는 1차적인 풀 분해가 이루어지는데, 식물 섬유소는 한 번에 분해하기는 버거워요. 그래서 양은 풀과 미생물, 침을 뒤섞어 둘째 위장인 벌집위로 보내요. 벌집위에선 소화되던 음식이 동그란 덩어리가 되어 굴려진답니다.
그러다 양이 트림하면 이 덩어리는 다시 입으로 토해져요. 양은 이빨로 덩어리를 꼭꼭 씹어 다시 삼켜요. 이렇게 소화되던 음식을 토하고 삼키기를 반복하며 다른 위장으로 보내는 과정이 바로 되새김질이에요. 이렇게 수 시간을 보낸 풀 덩어리를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해 포도당으로 변하게 하지요. 양은 셋째 겹주름위, 마지막 주름위에서 풀 속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