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최고의 연주자, 왕 아닌 대중 앞에 서다
[콘서트의 유래]
17세기 초 오페라 유행하면서 대중 위한 대규모 극장 생겨 왕족·귀족만 보던 공연 벗어났죠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최초로 솔로 콘서트 열었대요
콘서트(concert)는 청중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는 음악회를 말해요. 최근에는 이 콘서트라는 단어가 여러 행사에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을 청중과 나누는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작가는 책을 출판하는 '북 콘서트'를 열어요. TV에서는 코미디언의 '개그 콘서트'가 나오고 인기 셰프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시연하는 '푸드 콘서트'를 열기도 해요. 음악과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행사도 이제는 흔히 콘서트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콘서트란 말은 어디에서 처음 유래한 것일까요?
◇여러 명의 음악가가 함께 연주하는 공연
'콘서트'는 라틴어 '콘체르토(conce- rto·협주곡)'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거예요. '콘(con-)'은 함께, '체르토(certo)'는 이야기하다 또는 부딪히다라는 뜻이지요. '콘체르토'는 악기 여러 개가 합주를 하는 협주곡, '콘서트'는 여러 음악가가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공연을 뜻하니 의미가 확장된 셈이네요.
클래식에서는 정말 수많은 종류의 콘서트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콘서트, 체임버(chamber·실내악) 콘서트, 솔로 콘서트(recital·리사이틀)가 있어요. 그 밖에 주연급 성악가가 등장해 특정 작품의 명장면만 보여주는 갈라(gala) 콘서트, 오페라를 전통 오페라 극장이 아닌 현대식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콘서트 오페라' 등도 있어요. 대개 두 시간 내외의 시간이 걸리는 이 음악회들은 중간에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 '인터미션(intermission)'을 가지는 게 보통이지요. 이때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급한 전화를 받을 수 있답니다.
서양 음악사를 보면 17세기쯤에 해당하는 바로크 시대까지 음악 공연은 규모가 아주 작거나 유럽 왕가에서 음악가들을 초대해 음악을 듣는 정도였다고 해요. 지금의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이 대규모 공연장에 모여서 함께 듣는 연주회는 없었던 것이죠. 바로크 시대 음악가는 궁정이나 귀족 가문에서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3~4시간의 공연을 했어요. 최근 열리는 클래식 음악 콘서트의 공연시간이 일반적으로 2시간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길었던 것이죠. 유럽 왕가에서 이뤄지는 공연은 왕이 공연 중간에 불쑥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했대요. 이럴 경우 음악가는 전곡을 연주하지 않고 왕이 원하는 특정 곡의 악장만 발췌해서 연주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의 콘서트가 정해진 큐시트(cue sheet·무대 감독이 곡의 순서를 정해 놓은 표)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진행되는 것을 떠올리면 아주 다른 풍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중적인 콘서트는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오페라(opera·이탈리아어로 '작품들'이라는 뜻으로, 성악이 중심이 되는 음악 연극) 예술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대규모 관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거대한 극장이 건설됐죠. 콘서트가 열릴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셈이지요.
◇프란츠 리스트, 콘서트를 바꾸다
1830년대 낭만주의 시대가 시작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정교하게 계획된 콘서트는 등장하지 않았어요. 좋은 연주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공연 도중에 틀리게 연주하는 일도 잦았고, 유명한 아티스트와 서툴게 연주하는 음악가가 한 무대에 서는 일도 많았다고 해요. 유명한 스타 음악가를 보러 간 관객 앞에 엉뚱한 찬조 출연자가 많이 나와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죠.
- ▲ 19세기 프란츠 리스트가 연 연주회에 대규모 관객이 참석한 모습이에요. 관객석 첫 줄은 헝가리 왕가 사람들이라고 해요. 왕족도 대중 가운데 섞여 리스트가 기획한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거예요. /토픽이미지
음악가 1명이 혼자 연주하는 리사이틀(recital)은 '암송하다' 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reciter'에서 온 말이지요. 리사이틀은 리스트가 악보를 보지 않고 외워서 곡을 연주하던 것에서 비롯된 말이랍니다. 참고로 2~3명이 연주를 하더라도 반주자가 필요한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에는 비록 연주자가 1명이 아니라도 리사이틀이라고 불러요.
리스트가 살았던 낭만주의 시대엔 음악가라는 직업이 지휘자, 연주자, 음악 선생님, 편곡자, 기획자 등 여러 종류로 나뉘기 직전이었어요. 리스트의 선배인 베토벤 시대까지는 작곡가라면 능히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휘하거나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점점 작곡이 정교해지고 작품 연주도 기술적으로 너무나 어려워지자, 음악가들은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만 맡아서 하게 됐어요. 연주 분야도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오보이스트(오보에), 트럼페터(트럼펫) 등으로 나뉘게 되었죠.
유행은 되돌아와요. 21세기인 지금 다시 리스트처럼 '멀티 음악가'가 나타나고 있어요. 요즘 잘나가는 음악가 중에는 전반부에는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후반부에는 재즈와 뉴에이지 연주자로 변신하는 사람도 있죠. 앞으로 리스트의 후예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