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다섯 마리 코끼리 똥으로 1년에 나무 1000그루 살린대요

입력 : 2016.07.20 04:27

[코끼리]

어른 코끼리, 하루 식사량 102㎏
소화 시간 짧고 배설량이 더 많아… '섬유질 똥'으로 종이도 만들 수 있어
코끼리 코, 근육만 15만개… 개보다 냄새도 2배 이상 잘 맡아요

지난달 24일 서울대공원에서 22년 만에 아기 코끼리가 태어났어요. 아빠 코끼리 '가자바'와 엄마 코끼리 '수겔라'는 2010년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왔어요. 서울대공원에는 이미 아시아코끼리 세 마리가 있었지만 그동안 아기 코끼리를 낳지 못했어요. 그래서 스리랑카 정부가 한국에 가자바·수겔라 부부를 선물한 것인데, 이 코끼리 부부가 마침내 귀여운 아기 코끼리를 낳은 것이에요.

아기 코끼리가 태어난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아기 코끼리가 커질수록 동물원 조련사는 할 일이 많아진답니다. 왜냐하면 코끼리의 엄청난 식사량과 배변량 때문이에요. 도대체 코끼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어 치울까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고?

서울대공원에 있는 어른 코끼리 한 마리의 하루 식사량은 약 102㎏이에요. 지구에서 가장 큰 육상동물답게 먹는 양이 엄청나죠? 하루 24시간 중에 18~20시간을 먹는 데 보낸다고 해요. 서울대공원에 있는 동물 중에서도 코끼리는 단연 '가장 많이 먹는 동물 1위'랍니다. 2위는 덩치 큰 흰코뿔소, 3위는 기린인데 하루 식사량이 각각 27㎏, 19.6㎏이에요. 코끼리의 식사량은 흰코뿔소의 4배, 기린의 5배나 될 정도니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서울대공원에 사는 코끼리들이 무더운 여름날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어요.
서울대공원에 사는 코끼리들이 무더운 여름날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어요. /조인원 기자
더 놀라운 사실은 코끼리의 하루 배설량이 150㎏ 이상으로 식사량보다 더 많다는 점이에요. 소나 양은 위 여러 개를 가지고 되새김질을 하지만, 코끼리는 위가 1개밖에 없고 되새김질도 하지 않아 소화 시간이 짧아요. 그래서 먹은 것의 절반 정도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몸 안에 있던 수분과 섞여서 똥으로 배출되어 배설량이 더 많다고 해요. 그래서 코끼리 배설물의 40~45%가 섬유질이고, 냄새도 심하지 않아요.

코끼리 똥의 모양은 둥글고 크기는 럭비공 정도인데 2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도 그 모양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만큼 질퍽거리지 않아요. 만약 코끼리의 똥이 소똥처럼 질퍽거렸다면 동물원의 조련사들은 코끼리 똥을 치우느라 곤혹스러웠을 거예요.

지난해부터 서울대공원은 이런 코끼리 똥의 특징을 이용해 코끼리 똥에 섞인 섬유질로 종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섬유질을 쉽게 종이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서울대공원에 사는 어른 코끼리 다섯 마리가 하루 동안 배출하는 똥의 양은 약 400㎏인데, 이 중 60㎏을 종이로 만들고 있어요. 코끼리 한 마리의 하루 배설물로 A4용지 660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년이면 A4용지 24만장을 만들 수 있고 이는 30년 된 나무 200그루를 살릴 수 있는 양이에요.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다섯 마리가 잘 먹고 똥을 잘 누는 것만으로도 1년에 나무 1000그루를 살리고 있는 것이지요.

◇개 코보다 뛰어난 코끼리 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동요 노랫말처럼 코끼리는 윗입술과 하나로 붙어 있는 긴 코를 자유자재로 이용합니다. 코끼리 코에는 15만개가 넘는 근육이 있어 무거운 나무를 들어 옮기고, 물을 빨아들였다가 몸에 뿌려 더위를 식힐 수 있어요. 코끼리는 코를 마치 사람의 손처럼 쓰는 것이죠. 때로는 코로 '뿌우'하고 소리를 내어 다른 코끼리와 의사소통도 한답니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코끼리는 아예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도 한답니다. /윤동진 기자
날씨가 너무 더우면 코끼리는 아예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도 한답니다. /윤동진 기자

심지어 코끼리 코는 개 코보다 냄새를 두 배 이상 더 잘 맡는다고 해요. 일본 도쿄대 응용생화학과 니무라 요시히토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코끼리와 오랑우탄, 쥐, 개 등 포유동물 13종류의 코에 있는 후각세포의 종류를 비교해 보았어요. 후각세포는 냄새를 뇌 신호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후각세포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어요. 연구 결과 아프리카코끼리 코에 있는 후각세포의 종류가 개 코에 있는 후각세포보다 2000여 개 더 많고, 덕분에 아프리카코끼리가 개보다 두 배 이상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인간보다는 다섯 배 이상 냄새를 더 잘 맡는 것이랍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연구팀은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36마리의 야생 코끼리 무리를 연구한 결과, 야생 코끼리들이 냄새로 자기 무리에서 떨어진 식구가 누군지 구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연구팀이 한 코끼리의 무리가 지나가는 길에 같은 무리에 있는 한 암컷 코끼리의 소변을 뿌려두었어요. 그러자 이 길을 지나가던 코끼리들은 암컷 코끼리의 소변 냄새를 맡고 이 암컷이 무리를 벗어나 먼저 이 길을 지나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바로 옆에 그 암컷 코끼리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고 해요.

코끼리는 심지어 냄새로 자기를 공격하는 사람도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해요. 케냐의 야생 코끼리들은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지만, 마사이족 사람은 공격한다고 합니다. 유독 마사이족이 코끼리 사냥을 자주 하다 보니 코끼리들이 냄새로 마사이족인 사람만 가려내어 공격하는 것이죠. 실제로 마사이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케냐의 야생 코끼리들 앞에서 뾰족한 창을 휘둘러도 코끼리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이쯤 되면 냄새 잘 맡는 친구의 코를 '개코'가 아닌 '코끼리코'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