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땅 아래 지각 깨지면서 건물이 흔들렸어요

입력 : 2016.07.12 03:08

[울산 지진, 얼마나 강했을까?]

우리나라, 규모 큰 지진 날 수도… 진원과 가까우면 '진도' 커져 위험
과학 발전에도 예보 여전히 어려워
내진 설계와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 2차 피해 줄이도록 해야 해요

지난 5일 저녁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에 이르는 큰 지진이 있었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진원(지진이 발생한 곳)과 가까운 경남 지역에서는 건물이 흔들리거나 찬장에 있는 접시가 떨어질 정도로 큰 진동이 있었고,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도 땅이 흔들린 것을 느낀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지진이 없었던 편이에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해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기록에 따르면 과거 한반도에서도 규모 7.0의 큰 지진이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규모'와 '진도'의 차이는?

지진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지표면을 받치는 지각들이 서로를 밀어내다 지각 일부분이 깨지는 현상이에요. 지진이 얼마나 강한지는 '규모'와 '진도'를 통해 알 수 있어요. '규모'는 지진이 발생할 때 에너지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절대적인 단위예요. 규모 2.0 지진이 발생하면 TNT 폭탄 15㎏을 터트렸을 때와 같은 에너지가 발생해요. 규모가 0.2 늘어나면 이는 지진 에너지의 크기가 2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뜻해요. 즉 규모가 0.4 늘어나면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는 4배로 늘어나고, 규모가 1 늘어나면 32배, 규모가 2 차이 나면 1024배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한 거예요.

[재미있는 과학] 땅 아래 지각 깨지면서 건물이 흔들렸어요
/그래픽=안병현
일반적으로 규모 3.0 미만 지진은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땅이 약하게 흔들려요. 규모 3.0이 넘어가면 창문이 흔들리거나 선반에 올려놓은 물건이 떨어질 수 있답니다. 규모가 5.5를 넘으면 건물 벽이 갈라지고 규모 6.1이 넘어가면 집이나 건물이 무너져 심각한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어요. 규모가 8.0을 넘어가면 초대형 지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2011년 2만50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가 9.0이었어요.

'진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특정 장소에 있는 사람이나 건물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상대적인 단위예요. 지난 5일에 있었던 지진을 떠올려 보세요. 진원과 가까운 울산·경남 지역은 큰 진동이 있었지만, 진원과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요?

사람들이 느낀 진도는 이렇게 진원과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과거에는 규모와 진도를 헷갈려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진원과의 거리와 상관없이 지진의 강도를 보여줄 수 있는 규모를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답니다.

◇'전조 현상'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진이 일어나기 전 종종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어요. 이를 지진의 '전조(前兆) 현상'이라고 해요. 전조 현상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지진이 일어나기 전 동물들이 갑자기 떼를 지어 이동하거나 떼죽음하는 현상 등이 있어요.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두꺼비 수만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답니다. 일부 학자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하늘에 가늘고 기다란 구름이 나란히 떠다니는 것도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조 현상이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는 학자들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요. 전조 현상이 실제로 지진을 예측하는 단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구름의 모양을 바꾸거나 동물들의 뇌 신경을 교란해 전조 현상을 일으킨다"고 말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지진학자는 전조 현상을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에요. 왜냐하면 모든 지진에서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결론을 말하자면 전조 현상이나 현대 과학으로도 지진이 언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지진 피해 막으려면 '내진 설계'와 '조기 경보 시스템'이 필요해요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대비책을 미리미리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지진 피해를 줄일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는 지진이 일어나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진 설계'를 하는 것이에요. 일본은 큰 지진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잘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해요.

다행히 1988년부터 내진 설계에 대한 법률이 생긴 이후 내진 설계 수준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요. 지난해부터는 3층 이상 건물이거나 연면적이 500㎡ 이상인 건물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둘째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에요. 지진이 발생하는 즉시 경보가 내려지면 달리던 고속열차가 곧장 멈추고, 도시가스 공급과 원자력 발전소 가동도 중단되는 시스템을 말하죠.

조기 경보 시스템이 있으면 지진을 막을 수는 없어도, 지진에 따른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터키와 대만, 일본 등에서는 이미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지진 피해를 줄이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도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혹시 큰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