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앙코르' '비스'… 커튼 뒤 연주자를 불러내는 말이래요

입력 : 2016.07.01 03:07

['앙코르'와 '커튼콜']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돼…
청중 요청에 따라 두세 곡 더 연주, 분위기 전환하는 곡 선택하기도
출연자 다시 불러내는 '커튼콜' 박수가 힘찰수록 좋아요

멋진 연주회가 끝났습니다. 연주자들의 마지막 음이 울려 퍼지고, 엄청난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성공적인 음악회였기에 청중과 음악가 모두 상기된 얼굴이군요. 손바닥이 빨갛게 될 정도로 박수를 치고 있는 청중이 계속 뭐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앙코르!(en core·프랑스어로 '다시')"라는 말이군요.

감동적인 연주회가 끝나는 게 아쉬운 청중이 다시 한 번 연주를 들려달라고 연주자에게 요청하는 것을 바로 앙코르라고 불러요. 이때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여러 번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풍경이 벌어진답니다. 그러다 연주자가 이 앙코르에 화답하여 다시 연주할 준비를 하면 청중의 환호는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과연 어떤 곡을 연주해줄까 귀를 세우고 집중하게 되죠.

연주회와 관련 있는 작품 두세 곡 골라

연주자가 환호하는 청중에게 감사의 표시로 앙코르 연주를 하는 관습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전해져요. 당시 음악회장은 본격적으로 많은 청중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오페라 가수를 비롯한 뛰어난 음악가들이 멋진 활약을 했어요. 공연이 완전히 끝나기 전 관객이 다시 한 번 연주를 들려달라고 박수로 부탁하는 앙코르 관습은 이때부터 등장하게 되었답니다.

지난 2009년 미국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운데)와 두 피아니스트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오른쪽)와 마키 나메카와(왼쪽)가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앙코르” 연호를 받고 있어요.
지난 2009년 미국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작곡가 필립 글래스(가운데)와 두 피아니스트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오른쪽)와 마키 나메카와(왼쪽)가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앙코르” 연호를 받고 있어요. /Getty Images / 이매진스

재밌는 사실은 프랑스어인 앙코르를 주로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한다는 거예요.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는 "비스!(bi s·프랑스어로 '되풀이하여')"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요.

앙코르는 연주자가 다시 연주하는 작품들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해요. 대개 앙코르는 그날 연주된 작품과 같은 작곡가의 작품 혹은 주제나 시대적 배경 등에서 관련이 있는 곡 중에 선택돼요. 그러나 연주자의 개성에 따라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앞의 프로그램과 아주 다른 기분의 곡이 선택되기도 해요. 조금 생소한 곡을 연주할 경우에는 연주자가 직접 곡의 제목을 말해주기도 하지요.

앙코르는 청중의 박수가 이어지면 두세 곡 정도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그러나 피아노 등의 독주 무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곡이 연주되기도 해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은 매우 많은 앙코르를 연주하는 걸로 유명한데, 어떤 날은 무려 열 곡이 넘는 앙코르를 한 시간 동안이나 들려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지난 2006년과 2009년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할 때도 그랬지요. 그날의 청중은 정말 행복했겠죠? 그리고리 소콜로프 역시 앙코르를 많이 해주는 피아니스트인데, 어찌 된 일인지 반드시 여섯 곡까지만 연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대요.

박수를 받고서도 일부러 앙코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예정된 프로그램이 너무 길었거나 마지막 곡의 감동을 청중이 오래 간직하게 하려는 것이죠. 이는 좋은 음악회를 만들려 하는 연주자들의 노력이랍니다. 그러니 박수를 오래 쳤는데도 앙코르가 안 나왔다고 서운해하지 말아야겠죠?

음악회의 마지막 박수 예절은?

마지막 커튼콜 땐 박수 치세요 - 지휘자 주빈 메타가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를 걷고 있어요.
마지막 커튼콜 땐 박수 치세요 - 지휘자 주빈 메타가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를 걷고 있어요. /Getty Images / 이매진스
클래식 음악회의 마지막에 연주자가 그냥 서 있지 않고 무대 뒤와 앞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이걸 '커튼콜(curtain call)'이라고 불러요. 커튼이 내려진 무대에서 관객이 함성과 박수로 연주자를 다시 불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공연이 감동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출연자는 무대 앞과 뒤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내죠. 성공적인 공연이 끝난 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과정이니 이때 오래 박수를 쳐주는 것이 예의랍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박수를 치는 법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대중음악 콘서트 또는 뮤지컬 관람을 할 때처럼 박수를 보내야 할 땐 아주 크게 열정적으로 박수 쳐주세요. 반면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박수를 치지 않아야 하죠. 지나치게 큰 환호성도 음악회에 방해가 될 수 있고요.

어떤 순간에 박수를 쳐야 하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여러 악장으로 나뉜 곡에서는 모든 악장이 다 끝난 후 박수를 쳐야 해요. 그 지점을 착각해서 나 혼자 박수 칠 것 같아 걱정된다고요? 그럴 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짝 기다렸다가, 연주자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할 때 박수를 시작하면 돼요. 마지막 음이 사라지는 여운도 감상할 수 있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답니다.

앙코르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하지 않은 곡을 즉석에서 생각해내다니 참 대단하다'고 느꼈죠? 사실 연주자들은 앙코르곡도 연주회를 열기 한참 전부터 세심하게 골라 많이 연습해 놓아요. 물론 연주를 자주 하고 레퍼토리가 넓은 사람일수록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많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하기 위해 그날의 마지막 곡이 될 앙코르들까지도 진지하게 준비하는 것이죠. 멋진 앙코르로 그의 다음 연주회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가들은 음악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늘 긴장을 풀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김주영·피아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