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 이야기] '새로움 추구' '위험 회피'… 나는 어디에 속할까

입력 : 2016.06.29 03:11

[선천적인 기질]

네 가지 개인기질 유전자 영향 받아
칭찬 바라거나 지속성 지니면서 내향성·외향성 아이로 나뉘어
자신의 고유한 기질 바꾸기보다는 단점 보완하면서 개성 살려야 해요

초등학교 4학년 성훈이는 이번 여름 방학 때,'워터 파크'에 같이 가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받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애들은 분명히 경사가 높은 미끄럼틀을 타자고 할 텐데, 나는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못 타겠어. 친구들이 겁쟁이라고 놀리면 어쩌지? 그렇다고 참여하지 않았다가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면 어쩌나.' 성훈이는 낯선 상황에서는 쉽게 긴장하는 성격이에요. 우리는 유전자가 결정하는 타고난 성격을 지닌답니다. 이것을 '기질'이라고 불러요. 여러분은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을지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세요.

네 가지 타고난 기질마다 장·단점 달라

성격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정신과 의사 로버트 클로닝거 박사는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기질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해요.

첫째는 '위험 회피' 기질이에요. 이 기질이 높은 아이들은 신중하지만 내성적이에요. 걱정이 많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편이라 낯선 곳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쉽게 피곤해지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하고 익숙한 방법을 택하는 편이에요. 단조로운 일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장점이랍니다. 게다가 조심성이 많으므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고, 위험한 상황에서 규칙을 잘 어기지 않아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둘째로 '새로움 추구' 기질이 있어요. 이런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에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몸으로 부딪쳐 도전해보고 싶어해요. 적극적으로 낯선 사람과 친해지고, 집단 안에서는 리더십을 발휘하지요. 하지만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반복적인 일을 쉽게 지루해합니다. 그러다 보니 "산만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다"며 야단맞기도 한답니다.

셋째로 '보상 의존(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기질이지요. 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살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과도하게 눈치를 보는 성격 때문에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해 속만 끙끙 앓는 단점이 있어요.

넷째로 '지속성' 기질의 아이들은 인내심이 강해 집중력이 높아요. 무슨 일이든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끈기 있게 노력하지요.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불편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죠. 그러나 융통성이나 요령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어요. 어떤 아이들은 고집이 너무 센 나머지 완벽주의에 빠져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모르게 되기도 하고요.

현재까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바에 따르면, 기질은 부모님께 물려받는 유전자에 따라 절반 이상 결정된다고 해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눈동자나 머리카락 색깔이 다른 것처럼 말이지요.

미국의 제롬 케이건 교수는 "아이들의 기질, 특히 수줍음을 타는 경향은 유전 영향을 많이 받으며, 이런 성향은 만 1-2세의 아이에게도 벌써 감지된다"고 밝혔어요. 기질이 환경과 만나 형성되는 것이 바로 성격이에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바로 가정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성격은 가족들, 특히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여러분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나요, 혹은 못마땅하게 여겨 고치라고 하나요? 부모가 아이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성장하는 아이들이 자신과 남을 모두 편안하게 해주는 안정적인 사람으로 클 수 있어요.

앞서 얘기한 성훈이는 위험을 회피하는 기질을 타고났고 자라나면서 수줍은 성격을 갖게 된 거지요. 성훈이는 처음에 자기의 수줍은 성격이 맘에 안 들어 적극적인 성격의 친구들을 한없이 부러워했어요. 자기의 성격을 억지로 고치려고만 했고요. 하지만 기질의 특성에 대해 알고 난 지금은 달라요.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는 대신, '나는 이런 성격이구나. 내 성격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법은 뭘까?'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렇게 하니 우선 마음이 편해지고 걱정이 줄었어요. 또 "침착하고 신중하다"는 주변의 칭찬이 기분 좋게 들리기 시작했죠. 성훈이네 부모님도 성훈이를 낯선 환경에 무조건 내보내지 않게 됐어요. 대신 성훈이가 느끼는 불안감에 공감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하게 되었죠. 성훈이는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스스로 가진 기질의 장점인 '성실한 태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답니다.

뇌가 외향성, 내향성 결정한대요

그렇다면 왜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에 차이가 생길까요? 우리 뇌 안에는 두려움을 느끼고, 위험을 회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인 편도체와 전두엽이 있어요. 또 쾌감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게 하는 복측피개영역도 있지요.

이러한 뇌 부위들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 또는 외향성과 관련된 물질이에요. 억제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세로토닌은 위험 회피 성향 또는 내향성과 관련되지요. 신경전달물질의 양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외향적이고 어떤 사람은 내향적인 거지요. 타고난 성격이 내향적이라고 해서 외향적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 없어요. 외향적인 사람은 위험을 회피하지 못할 확률도 있기 때문이죠. 자신 고유의 기질 안에서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자기다운 자기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