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판다의 귀여운 하얀 털… 대나무 먹어 진화한 거래요
판다와 대나무
최근 경기도 용인시 애버랜드에서 중국에서 선물한 판다 한 쌍이 온종일 대나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판다와 대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대나무의 생태를 알면 판다의 습성도 알 수 있답니다. 대나무는 나무처럼 생겼지만 풀이에요. 대나무 줄기에는 나무에 있어야 하는 관다발의 형성층(나이테를 만드는 세포층)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물 분류상 대나무는 볏과에 속해요.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을 맺는 벼가 대나무의 친척이라니?' 아무리 봐도 둘은 닮은 데가 없는 것 같아서 고개가 갸우뚱해지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벼와 대나무는 닮은 점이 많답니다.
벼 이삭을 뽑아보면 그 속이 마치 대나무처럼 텅 비었어요. 또 둘 다 줄기가 마디마디 나뉘어져 있지요. 벼는 12~18개 정도의 마디에 잎을 촘촘히 돋우며 성장하고, 대나무는 24~54개의 마디들을 새싹인 죽순에 미리 만들어 놓고 태어나요. 대나무는 마디마다 있는 생장점에서 강력한 성장촉진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에 급속 성장이 가능하답니다. 벼의 키는 다 자라도 고작 1m 안팎이지만, 대나무는 한 해 여름에 30m까지 클 수가 있지요.
- ▲ 지난 5월 에버랜드에서 중국으로부터 선물 받은 판다의 모습이 공개됐어요(왼쪽 사진). 키 큰 대나무가 모여 있는 전남 담양군 대숲이에요(오른쪽 사진). /김지호 기자·박중환 제공
벼도 대나무도 물을 무척 좋아해요. 벼는 여름 내내 물이 가득한 논에서, 대나무는 하천이나 계곡 물가에서 잘 살지요. 지난 2014년 중국과학원 쿤밍식물연구소 연구팀이 대나무와 볏과 식물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더니, 두 식물이 같은 유전자에서 번식과 변이를 거듭하며 서로 달리 진화한 후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흔히 육식동물로 분류되는 곰과인 판다가 어쩌다 식물인 대나무에 푹 빠지게 된 걸까요? 수백만 년 전 중국 쓰촨성 산림 지대에 살던 판다의 조상 무리는 덩치가 작은 데다 굼떠서 사냥 때마다 다른 동물에게 뒤졌어요. 그래서 굶기 일쑤였지요. 이 무리가 어느 봄날 깊은 산골짜기를 헤매다 비쭉비쭉 돋은 대나무 새싹 죽순을 발견하고 허기를 때웠어요. 그리고 판다의 조상은 뜻밖에도 입맛에 잘 맞는 부드럽고 향긋한 죽순에 그만 빠지고 말았답니다. 죽순은 영양소가 아주 풍부해요. 100g당 영양 성분을 쌀과 비교하면 칼륨·칼슘·철분 등 미네랄과 비타민 함유량은 3~13배나 많아요. 체력을 높이는 영양소인 탄수화물이 쌀의 20% 정도 수준으로 낮다는 것은 흠이지만, 지방·단백질 비율은 비슷해 먹을 만했지요. 그래서 이들은 봄과 여름이면 쓰촨성 인근의 해발 2500m 산림을 오르내리며 시차를 두고 땅에서 돋아나는 죽순을 찾아 먹게 되었어요. 죽순이 없는 계절에는 대나무 줄기 속살과 잎을 하루 30㎏이나 먹었고요. 대나무는 껍질이 매우 딱딱하고 속살은 아주 질겨서 강한 이빨을 가진 노루도, 배고프면 나무껍질도 벗겨 먹는 반달곰조차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지요.
판다의 매력은 머리와 허리 부분을 감싼 하얀 털이지요. 하얀 털은 죽순의 키를 쑥쑥 크게 하는 성장 촉진 호르몬, '타이로신'의 영향으로 생긴 것이래요. 사람도 이 호르몬을 과다 섭취하면 머리카락 색소결핍증으로 백발이 될 수 있답니다. 판다가 먹고 배설하는 시간 외에 틈만 나면 잠을 자는 이유도 영양이 부족한 대나무를 주로 먹어서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