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영국군에 패배하자 대륙과 영국의 무역 통제하다

입력 : 2016.06.23 03:09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영국인들이 아주 중요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어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가 23일(현지 시각) 치러지거든요. 지난 2012년 유럽연합 재정 위기가 닥친 이후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고 해요. 최근에는 유럽에 난민이 유입돼 생기는 문제도 늘어나고 있죠.

19세기 프랑스 제국이 내린‘대륙봉쇄령’으로 영국과 유럽 대륙이 대립하고 있음을 풍자하는 그림이에요.
19세기 프랑스 제국이 내린‘대륙봉쇄령’으로 영국과 유럽 대륙이 대립하고 있음을 풍자하는 그림이에요. /파이브 칼리지 콘소시엄
영국은 유럽 대륙에서 따돌림을 당해온 역사가 있답니다. 섬나라 영국과 대륙의 강대국 프랑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못했어요. 이 두 나라는 116년에 달하는 백년전쟁(1337~1453년)을 치른 역사도 있지요. 19세기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도 영국을 누르고 유럽 전역을 프랑스 세력권에 두겠다는 야심에 가득 차 있었죠. 1805년 프랑스는 스페인과 연합해 영국을 공격했어요. 그러나 영국 해군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바다 세상을 주름잡고 있던 터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영국의 넬슨 제독이 나폴레옹의 군대를 완전히 무찔러 버렸어요. 이 전쟁이 바로 유명한 '트라팔가르 해전'이지요.

이듬해인 1806년 나폴레옹은 '대륙봉쇄령'을 내렸어요. 영국을 유럽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단절시키려는 작전이지요. 당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프랑스 세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대륙봉쇄령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대륙봉쇄령은 역효과를 불러왔어요. 영국은 거꾸로 프랑스의 해상 무역을 막는 '해상봉쇄령'으로 맞받아쳤어요. 섬나라 영국이 대륙을 역으로 따돌리는 방법이었죠. 게다가 영국은 해군이 강해서 식민지가 많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어요. 오히려 영국과 무역을 하던 다른 유럽 국가들이 대륙봉쇄령으로 큰 고통을 겪게 되었죠. 특히 러시아는 나폴레옹의 눈치를 보며 대륙봉쇄령에 참여했다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당시 러시아는 농업 위주의 국가라서 공산품을 영국에서 수입해 썼거든요. 곤란해진 유럽 국가들은 영국과 몰래 무역을 하며 필요한 물건을 얻었어요. 그 결과 대륙봉쇄령이 유효했던 1811년쯤 영국의 무역량은 오히려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고 해요.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주장했던 나폴레옹에게도 불가능이 있었으니, 대륙 봉쇄를 통한 영국 고립 작전은 대실패했다고 봐야겠죠?

봉쇄령 참여 나라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영국에 이기지 못하자 나폴레옹의 분노는 극에 달했어요. "교역하지 말라 했더니 몰래 무역을 하고 있었다 이거지?" 그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1812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원정을 단행했지만 실패했지요. 그리고 이어진 워털루 전투(1815)에서 나폴레옹은 영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프로이센 등이 뭉친 연합군에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당했어요. 결국 프랑스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 유배를 갔지요.

강대했던 프랑스 제국의 대륙봉쇄령도 먹히지 않을 만큼 당시 영국은 무역에 관해선 유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답니다. 현재의 영국도 유럽연합 안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해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지 남을지 여부에 국제적 이목이 쏠리고 있거든요. 영국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또 앞으로 유럽연합은 어떤 방향으로 더불어 살아갈지 지켜보도록 합시다.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