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의학 이야기] 생각·감정 조절 안 되는 병… 약으로 재발 막아요
[조현병]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흔한 병
뇌에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져 환청·망상 나타나고 의욕 상실해
규칙적 생활·운동이 병 악화 막아… 환자라고 기피 말고 함께 살아요
최근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사건들이 연달아 있었지요.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한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채 발견됐죠. 두 사건의 범인들은 피해자와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모두 조현병(調絃病·생각, 감정, 의지, 충동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어요.
연달아 일어난 두 범죄 때문에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이 남을 해칠 수 있다는 오해가 커졌어요. 과연 조현병을 앓는 사람들은 위험할까요?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 사람에 비해 낮다고 해요. 조현병 환자 대부분은 오히려 수줍음이 많고, 마음이 약한 성격이며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한답니다.
◇뇌 신경세포를 현에 비유해 지어진 병명
조현병의 과거 이름은 정신분열병이었답니다. 예전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자 새 이름을 지은 거예요. 의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의 뇌는 신경세포 연결에 문제가 있다고 해요. 뇌 신경세포는 현악기의 줄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줄'은 한자로 '絃(현)'이라고 하지요. 이 현은 정기적으로 조율해주어야 해요. '조율하다'는 한자로 '調(조)'라고 하지요. 현을 조율하는 데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병이라는 조현병(調絃病)은 참 은유적인 표현이지요.
- ▲ 그림=안병현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이나 걸리는 흔한 병이에요. 발병 시기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사이로 이른 것이 특징이지요. 조현병에 걸릴 아이들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데, 남들과 다르다 보니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소리에 예민하거나, 감정 기복이 있다든지, 친구 관계가 힘들다든지, 별일이 아닌데도 불안해지는 증상이 나타나요. 친구 관계가 힘들어서 때론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사춘기의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지만, 만일 큰병에 걸릴 조짐이라면 병을 키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절대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족과 상의하세요. 필요하다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고요.
발병한 이후에는 외부의 자극이 없는데도 귀에서 사람 목소리를 듣는 환청이 생기게 돼요.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인 망상(妄想)을 하게 되거나, 생활에서 의욕을 상실하고,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도 겪게 돼요. 이러한 증상 가운데에는 누가 자신을 해치려고 계속 미행하거나 감시한다고 믿는 피해망상이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가끔 조현병 환자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피해망상으로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할 것 같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거예요.
◇도파민 균형 유지, 재발 방지가 중요해
- ▲ 지난달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에서 한 20대 여성이 잘 아는 사이가 아닌 30대 남성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어요. 그 다음 날인 18일 시민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 수천장을 붙여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어요. /조인원 기자
그러나 이 병을 방치해 자꾸 재발하게 놔두면 뇌 기능이 점점 나빠져 치료도 어려워지고, 뇌에 후유증이 남게 돼요. 그러니 재발을 방지하려면 고혈압이나 당뇨를 치료하듯이 약을 규칙적으로 먹어야만 하지요. 그런데 증상이 좋아진다고 약을 먹지 않아서 뇌가 다시 불균형 상태로 되돌아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으니 안타깝지요. 최근에는 한 달에 1번 주사만 맞으면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 지속형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들의 재발·재입원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요.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남들이 알까 봐 두려워하는 환자들은 병원에 오기를 꺼려 치료가 어려워요. 우리나라에는 조현병 환자가 약 40만-50만명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만명도 되지 않을 정도예요. 퇴원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병원과의 상의 없이 약을 중단하기도 해 걱정스러워요.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기피하거나 격리해야 할 대상도 아니죠. 치료를 통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거든요.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로 정신병 환자들이 모두 범죄자처럼 오해받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은 옳지 못해요. 정신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들이에요. 정신병을 앓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치료를 도와주세요. 그 편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