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자외선 막아주는 선팅… 시야 어두워져 안전 해친대요

입력 : 2016.06.14 03:09

[자동차 선팅]

파란 필름·갈색 필름으로 만들어져 자외선·적외선 차단하게 돼
자동차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 앞유리 70%, 옆유리 40% 이상이 교통사고 피해 줄이게 해준대요

지난 2013년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 존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들이받았어요.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옆유리의 선팅이 너무 짙어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대요. 선팅은 햇빛 차단 효과가 있지만 심하면 교통안전을 위협하지요.

어두컴컴한 밤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활동하지 않죠? 자동차 유리창에 짙은 선팅을 하는 것은 깜깜한 밤에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런데 선팅한 유리창은 왜 까만색일까요? 까만색이 아니라면 교통사고도 덜 날 텐데 말이죠.

색깔 이용해 자외선·적외선 차단

주차장에 가보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게 선팅이 되어 있는 자동차를 흔히 발견할 수 있어요. 선팅을 찬성하는 자동차 소유주들은 우리 몸에 해로운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 앞유리를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주변 차량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도 만만치 않아 적외선과 자외선에 따른 피해가 큰 것도 사실이거든요.

[재미있는 과학] 자외선 막아주는 선팅… 시야 어두워져 안전 해친대요
/그래픽=안병현
자외선은 백내장 등 눈 질환, 피부병을 일으키는 주범이에요. 열을 내는 적외선은 차량 내부 온도를 상승시켜 찜통처럼 만들지요. 그렇다면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색깔을 이용하면 된답니다. 유리창에 부착하는 선팅용 필름은 자외선을 잘 차단하는 파란색과, 적외선·자외선을 둘 다 차단하지만 적외선을 더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갈색층의 필름을 겹쳐 만들어요. 그러다 보니 검은색 필름이 제작되는 거지요. 사실 선팅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고, 정확한 영어 표현은 창문에 해당하는 윈도(Window)에 색깔을 입힌다는 뜻의 틴팅(Tinting)을 합친 '윈도 틴팅'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선팅용 필름을 만들 때 얇은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 원단에 금속 막을 입히는 방법을 썼어요. 금속 필름이 태양 에너지를 반사·차단하는 원리였는데, 야간 운전 시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의 불빛으로 번쩍거려 눈을 피로하게 했답니다. 또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 전파 수신에도 문제를 일으켰어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속 막을 입히는 대신 나노 분자를 유리창에 코팅하는 필름도 개발됐어요. 이 선팅 필름은 운전자 기호에 맞춰 더 다양하고 화려한 색으로 제작할 수 있답니다.

운전자 시각도 같이 차단한대요

지나치게 검은 선팅을 고집하는 운전자들 가운데 일부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내세워요. 피부병 예방이나 열 차단보다 차량 내부가 잘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중요한 셈이죠.

하지만 짙은 선팅은 자외선·적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可視光線)을 차단해 문제를 일으켜요. 가시광선은 말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는 파장의 빛이에요. 흔히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으로 비유되는데, 우리 눈의 시각 신경은 가시광선의 파장은 파악할 수 있지만 자외선·적외선은 보지 못해요. 가시광선이 잘 투과되어야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파악하고, 보행자가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보고, 전반적인 교통 상황은 어떤지 알 수 있겠지요. 모두 교통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에요. 현재 도로교통법 기준은 자동차의 앞면 창유리가 가시광선을 70% 이상 투과하도록,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는 40% 이상 투과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가시광선 투과율이 70%라면, 10m 앞에 있는 사람이 운전자의 얼굴 윤곽을 구분할 수 있어요. 가시광선 투과율이 40%인 차량은 밖에 있는 사람이 4~5m 거리까지 접근해야 겨우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해요.

교통사고 피해자가 운전자 얼굴도 못 알아보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라도 진한 선팅은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옅은 선팅을 하면 햇빛에 피부가 따가울 수 있겠지만, 교통사고는 운전자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도 해치니까요. 앞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을 측정해 70%보다 낮은 50%밖에 되지 않았을 경우 기준치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경찰 단속 대상이 된답니다.

복잡한 도로를 달리는 많은 차량 사이에는 운전자끼리 통하는 '교통 예의'가 있어요. 비상등을 켜서 간단하게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손을 들어 상대방의 양해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는 것 등이지요. 선팅 차량은 시야가 제한돼 주변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신호들을 놓치기 쉬워요. 그러다 보니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의 상황을 배려하며 운전하기 쉽지 않아요. 간단한 손짓으로 풀 수 있었던 오해가 보복 운전으로 번지기도 하고요.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일종의 물감인 '염료 분자'를 활용해 반투명하게 만든 태양 전지를 자동차 유리에 붙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래요.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선팅 효과를 내고, 낮에는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답니다. 태양 전지는 대부분 실리콘 반도체로 만드는데, 색깔은 불투명한 남색이에요. 그런데 염료 분자를 활용하면 반투명한 선팅 유리 전지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자동차가 운행 중 햇빛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서, 태양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답니다.

이희나 정발중 교사·EBS 화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