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이슬람교도들이 술 대신 마시던 음료… 맛으로 교황에게 인정받다

입력 : 2016.06.09 03:10

커피

올해 관세청에서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년 기준 338잔이나 된다는 통계를 발표했어요. 어른들은 하루에 한 잔꼴로 커피를 마신다는 거지요. 커피는 피곤함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데다 향이 좋아 인기가 매우 많은 음료예요.

우리나라는 커피를 재배하기 어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커피콩을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해요. 커피콩은 주로 적도 지방에 해당하는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지방에서 잘 자라지요. 그렇다면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시기 시작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19세기 터키 이스탄불의 커피하우스 모습이에요.
19세기 터키 이스탄불의 커피하우스 모습이에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지요.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500년대 이스탄불에서 문을 열었대요. /위키피디아
6세기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목동들이 커피를 맨 처음 발견해 마시기 시작했대요. 그 후 9세기쯤 중동 아라비아 반도로 전래된 커피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술 대신 마시는 음료로 사랑받았어요.

커피는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유럽에 알려졌어요. 십자군 전쟁은 가톨릭을 믿었던 유럽 국가들과 이슬람교를 믿었던 중동 국가들이 맞붙었던 전쟁이에요. 이 전쟁을 통해 동서양 문물이 섞이게 되었답니다.

이슬람 문화였던 커피를 '이슬람교도의 와인'이라고 부르며 반대했던 유럽인들도 있었어요. 16세기 말 로마의 몇몇 사제는 교황 클레멘스 8세에게 커피 금지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어요. "이슬람교도들이 마시는 커피가 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사탄에게 영혼을 잃기 전에 커피 금지령을 내려 주십시오." 하지만 뛰어난 미식가였던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커피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사제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이렇게 매혹적인 음료가 사탄의 음료일 리가 없소!" 클레멘스 8세는 커피를'기독교의 음료'라고 공인했어요. 교황의 공인을 받은 커피는 유럽 전역으로 널리 퍼질 수 있었죠.

[숨어 있는 세계사] 이슬람교도들이 술 대신 마시던 음료… 맛으로 교황에게 인정받다
커피는 18세기 프로이센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어요. 프로이센은 나중에 여러 나라와 합쳐져 독일이 된 나라랍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커피 취향이 상당히 엉뚱했어요. 그는 커피에 샴페인을 넣고 끓인 다음 후춧가루를 뿌려서 마셨대요.

프리드리히 대왕은 백성들의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프로이센은 네덜란드로부터 커피를 수입했는데, 프리드리히 대왕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압하는 정책을 추진했거든요. 프리드리히 대왕은 커피 소비를 막기 위해 의사들을 시켜 커피에 독이 들어 있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어요.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었죠. 커피를 마시기 어려워지자 프로이센 사람들은 씁쓸한 치커리로 치커리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어요. 치커리 커피는 특허까지 받았어요.

보리, 무화과, 사탕수수, 호밀, 땅콩, 도토리, 심지어 해초까지도 끓여서 갈색을 내는 것이면 뭐든지 대용 커피 재료로 이용되었어요. 그래도 진짜 커피가 먹고 싶은 사람들은 몰래 구해 묽게 타서 먹었대요. 대용 커피가 어찌나 유명해졌던지 한동안 '독일 커피' 하면 '대용 커피'라는 인식이 생겨날 정도였지요. 프리드리히 대왕의 커피 억압 정책도 백성들의 커피 사랑을 막을 순 없었던 것이랍니다.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