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스페인 속 영국 땅… 300년 넘게 영토 분쟁 중

입력 : 2016.06.06 03:09

지브롤터

18세기까지 스페인 땅이었지만 현재 영국 땅인 '지브롤터'를 두고 최근까지 영국과 스페인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베리아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영국령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이 '위트레흐트' 조약을 맺고 당시 스페인 왕을 지지하는 대가로 스페인으로부터 넘겨받은 지역이에요. 그 후 300년간 스페인과 영국은 이 땅을 두고 서로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게 되었지요.

스페인이 1713년 영국에 넘긴 땅인 지브롤터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지브롤터의 바위’가 있어요.
스페인이 1713년 영국에 넘긴 땅인 지브롤터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지브롤터의 바위’가 있어요. /Getty Images/이매진스
최근 지브롤터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을 뜻하는 'Britain'과 탈퇴를 뜻하는 'exit'의 합성어) 문제를 놓고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영국·스페인 공동 주권까지 주장하고 있어요. 지리적으로 스페인과 가까운 지브롤터의 경제와 일자리 때문이에요. 현재는 영국이나 스페인이 모두 유럽연합 회원국이기 때문에 지브롤터에서 스페인 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간단해요. 하지만 만약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면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한 국경 통과 절차를 엄격하게 통제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지브롤터에 스페인을 통해 오가는 관광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지브롤터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돼요. 영국은 오는 23일 유럽연합을 탈퇴할지 여부를 두고 국민 투표를 벌일 예정이래요. 현재 지브롤터 주민의 88%가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영국 전체 투표권자의 0.05% 정도에 불과해 국민 투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래요. 그래서 지브롤터 자치 정부의 파비안 피카르도 수석장관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지브롤터 지역은 스페인·영국의 공동 주권을 주장하겠다"고 말한 거지요.

지브롤터 위치 지도
지브롤터의 인구는 약 3만여 명이고, 면적이 우리나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과거 스페인이 통치하던 시절에는 '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쓰인 표지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고 해요. 지중해를 중심으로 살아오던 옛날 유럽 사람들은 무역과 항해가 활발해진 15세기 후반이 되기 전까지 지브롤터 해협을 세상의 끝으로 여겼대요. 그래서 세상의 끝을 빠져나가면 절벽으로 떨어져 죽을 거라고 착각했지요.

지브롤터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 '지브롤터의 바위'도 있어요. 헤라클레스가 모험을 떠나다 지중해의 길목이 거대한 바위들로 막혀 있는 것을 보고, 맨손으로 그 바위들을 갈라서 양쪽으로 내던져 길을 만들었대요. 헤라클레스가 던진 바위가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절벽 땅에 떨어져 산을 이룬 것이 바로 지브롤터의 바위라고 해요. 지브롤터의 바위에서는 이곳의 명물인 수많은 원숭이를 만날 수 있죠. 이곳에 왜 이렇게 원숭이들이 많은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요. 먼 옛날 아프리카에 살던 원숭이들이 지중해를 넘어 지브롤터에 온 뒤 살아남았다는 설과, 아랍이나 영국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데려다 놓았다는 설이 있지요. 이 원숭이들에게 마음대로 먹이를 주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요. 만일 먹이를 주다가 적발되면 우리 돈으로 약 700만원 정도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 꼭 주의해야겠죠?

민병권·중동고 교사(EBS 세계지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