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혼자만의 방에서 '나는 누구일까' 정체성 찾아요
입력 : 2016.06.01 03:11
[청소년기 자기 방에 대한 욕구]
청소년기, 자기인식 발달 시기
아동기에 비해 생각 깊어지고 당연시하던 일을 고민하기 시작해
잘하는 분야·적성 찾으려면 부모에게서 독립된 시간 가져야
민혁이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혼자 자라는 부모님 말씀이 서운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부모님 방에 가서 자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었지요. 부모님이 조용히 방에서 공부하라고 권유해도 가족이 있는 거실에서 공부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된 후로 민혁이는 방에서 혼자 있으려고만 해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잘 나오지 않아요. 부모님이 거실에서 영화를 같이 보자 해도 떨떠름해하며 "내 방에서 유튜브로 보는 게 더 좋은데"라고 말해요. 또 행여나 엄마가 일기 같은 사적인 것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방은 내가 알아서 정리할게" 하고 선을 긋지요. 좋아하는 운동선수 포스터, 아이돌 그룹 브로마이드도 벽에 붙여 놓고 "이것들은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중학생이 된 민혁이가 자기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소년기에는 뇌가 변화하면서 자기 방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랍니다.
◇뇌의 감정·사회성 부분 발달해 나만의 공간 찾아
자기 방은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나 혼자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잔소리하는 부모님과 귀찮게 하는 동생을 피할 수 있고, 친한 친구와 전화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속상한 일이나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에는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울 수 있어요. 가끔은 짝사랑하는 이성 친구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황홀한 기분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된 후로 민혁이는 방에서 혼자 있으려고만 해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잘 나오지 않아요. 부모님이 거실에서 영화를 같이 보자 해도 떨떠름해하며 "내 방에서 유튜브로 보는 게 더 좋은데"라고 말해요. 또 행여나 엄마가 일기 같은 사적인 것을 보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방은 내가 알아서 정리할게" 하고 선을 긋지요. 좋아하는 운동선수 포스터, 아이돌 그룹 브로마이드도 벽에 붙여 놓고 "이것들은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중학생이 된 민혁이가 자기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소년기에는 뇌가 변화하면서 자기 방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랍니다.
◇뇌의 감정·사회성 부분 발달해 나만의 공간 찾아
자기 방은 다른 사람과 분리되어 나 혼자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잔소리하는 부모님과 귀찮게 하는 동생을 피할 수 있고, 친한 친구와 전화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속상한 일이나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에는 눈치 보지 않고 혼자 울 수 있어요. 가끔은 짝사랑하는 이성 친구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황홀한 기분에 빠지기도 하지요.
- ▲ /그림=정서용
청소년기 뇌는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발달하면서 불안, 격정, 외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더 깊이 있게 느끼게 돼요. 추상적 생각을 할 수 있는 사고력도 키워지고요. 그러다 보니 부모 말씀을 잘 따르던 어린이 시절과 달리 독립성이 강해져요.
또한 청소년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답니다. 청소년기가 어른이 될 준비를 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이에요.
청소년기에는 사회성과 관계된 뇌도 발달해요. 이에 따라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요. 마치 관객들 앞에서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것처럼, 자신이 늘 모든 사람에게 주시받고 있다고 느끼기도 해요. 이 현상을 '상상 속 청중'이라고 불러요. 청소년들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지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특히나 요즘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학원 등에 가느라 집 밖에서 밤늦게까지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남의 이목을 신경 쓸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또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해 타인에게 받는 평가인 '좋아요'나 댓글에 민감해지기도 하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집에서만이라도 자신만의 방에 들어가 숨으려 하는 거지요.
◇청소년 뇌는 개성과 적성 발달
청소년기에는 뇌에서도 자신만의 방이 만들어진다는 연구가 있답니다. 청소년들의 뇌 영상을 촬영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10세 어린이와 13세 청소년에게 자기 인식과 자아 정체성, 또래 사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뇌 사진을 찍었대요. 연구팀에 따르면 자아 정체성 등 자신에 관한 질문을 할 때 보이는 전두엽 활성도가 만 10세보다 청소년기인 13세 때 훨씬 강했다고 해요.
이 밖에도 어린이의 뇌는 전체적으로 발달하는 반면, 청소년의 뇌는 자신만의 특성에 맞게 발달하는 특징이 있어요. 어린 시절에 비해 경험이 많이 쌓이는 약 15세 이후부터 우리 뇌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회로만 남기고 나머지를 줄이는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되거든요. 그래서 이 나이부터 앞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나 적성, 나의 정체성,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의 특성이 명확해지는 것이지요. 청소년 뇌는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개성, 독립성, 자기 방에 대한 욕구가 충만할 수밖에 없어요. 자신만의 독립적인 방이 있는 것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청소년이 책임감 있게 학교 등에서 일상생활을 잘해 나간다면 청소년의 '방문을 닫을 권리'는 존중해야 해요.
그러나 언제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려고만 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은 문제가 돼요. 그러다 보면 게을러져 전혀 방 정리를 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에만 빠져들 수도 있거든요. 아직 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들은 닫힌 방에서 혼자 게임이나 성적 행동을 지나치게 하기도 해요. 또 술이나 담배 등 청소년에게 금지된 문제 행동을 할 수도 있어요. 심할 때는 우울증에 빠져 자해하기도 하고요. 청소년은 아직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보살피는 부모는 '이런 행동은 우리 집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권리가 있지요. 특히 의지가 약하고 자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워하거나, 우울·불안 등 정서 문제를 겪고 있는 자녀들은 부모가 일부러라도 닫힌 방문을 열고 들어갈 필요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