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총알 막는 인공 피부, 거미줄 단백질로 만들어요

입력 : 2016.05.31 03:10

[영화 속 초능력 현실화 시도]

거미 유전자 심은 염소의 젖 통해 생산된 단백질로 방탄 피부 가공
'수퍼맨 피부'는 아직 개발 단계
펄럭거리지 않는 '배트맨 망토', 정전기 원리 이용한 것이래요
스파이더맨처럼 벽 오르내리려면 사람 몸의 40% 벽에 밀착해야 하죠

영화에 등장하는 수퍼 히어로들은 선망의 대상이지요. 누구나 한 번쯤 수퍼맨 같은 튼튼한 몸, 배트맨의 첨단 장비, 스파이더맨의 끈끈이를 가지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을 거예요. 과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수퍼 히어로의 능력들이 실현 가능해질까요?

방탄 피부, 총알도 막아낼 수 있어요

수퍼맨은 총알도 튕겨내는 단단한 피부를 가졌기 때문에 악당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영화 '수퍼맨 리턴즈'(2006)에서는 악당이 쏜 총알이 수퍼맨의 몸에 부딪혀 찌그러진 채 튕겨 나오지만, 수퍼맨의 몸에는 아무런 흠집이 나지 않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이런 장면을 현실화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요.

지난 2011년 네덜란드의 유전자 전문가 잘릴라 에세디 박사팀은 튼튼한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답니다. 에세디 박사는 인간의 피부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인 케라틴을 훨씬 더 질기고 튼튼한 거미줄 단백질 성분으로 대체했다고 했어요.

거미줄 단백질 성분을 원료로 선택한 것은 "거미줄은 원나라를 세운 칭기즈칸의 병사들이 화살을 막기 위해 전쟁에서 사용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방탄 소재"라고 설명했대요.

영화 속 초능력 현실화 시도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그런데 거미가 만들어내는 거미줄의 양은 인공 피부를 생산할 만큼 많지 않았어요. 연구팀에 따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염소의 유전자 속에 무당거미의 유전자를 심었다고 해요. 그리고 염소의 젖에서 거미줄 단백질 성분을 대량으로 뽑아내 방탄 피부를 만들었대요. 하지만 이 연구팀이 인공 피부 개발을 완료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아직은 수퍼맨처럼 피부가 강한 인간이 나오기는 어려워요. 일부 과학자는 인공 피부 연구를 통해 수퍼맨 몸이 실현될 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다고 말해요.

정전기 효과로 만든 영화 속 배트맨 망토

배트맨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으로 첨단 무기를 만드는 수퍼 히어로지요. 박쥐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그의 복장 '배트 슈트(bat suit·박쥐 옷)'는 특히 망토가 참 멋지지요. 이 망토는 평소 배트맨이 어둠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질 때는 자유자재로 펄럭이지만, 하늘을 비행할 때는 행글라이더처럼 활짝 펴져요. 영화 속의 배트맨 망토는 정전기(靜電氣)의 원리를 활용해 제작한 것이랍니다.

정전기 현상이란 전기적 마찰이나 번개가 치는 등 강한 전기 자극이 일어날 때, 순간 강한 전류가 흘러 양(+)전하와 음(-)전하 가운데 한 가지 성질의 전하만 고르게 퍼지는 것을 뜻해요. 그럼 전하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한 상태가 되는데, 이때 정전기를 띤 물체는 빳빳하게 펴져요. 건조한 날씨에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곤두서지요? 이것도 정전기 현상 때문이에요.

배트맨 영화 제작팀은 낙하산 재료로 쓰이는 나일론 천에 접착제를 바르고 섬유 입자를 뿌리는 방식으로 배트맨 망토에 정전기가 쉽게 일어날 수 있게 했어요. 이 나일론 망토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기 자극을 주면 정전기가 일어나 빳빳하게 펼쳐져요. 영화 속 배트맨 망토는 정전기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아직 실제로 비행 가능한 배트맨 망토는 발명되지 않았어요. 과학자들은 앞으로 신소재 연구를 통해 배트맨 망토를 실제로 만들 날을 꿈꾸고 있지요.

스파이더맨처럼 벽 타기 어려워

그런데 의외로 과학으로도 구현하기 어려운 능력이 바로 스파이더맨의 자유자재로 벽에 달라붙는 능력이에요. 스파이더맨처럼 끈끈이액이 손에서 나오면 좁다란 빌딩 숲을 공중그네 타듯 활공하고 벽을 기어오를 수 있을까요? 지난 1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월터 페델레 교수팀은 사람이 스파이더맨처럼 손발 접착력만으로 벽에 붙기는 어렵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어요. 인간이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라고 해요.

과학자들은 진드기부터 거미·개구리·도마뱀까지 끈적끈적한 발바닥으로 벽을 타거나 거꾸로 매달리는 생물 225종류를 관찰했어요. 그랬더니 동물의 몸집이 커지고 몸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벽면과 달라붙는 발바닥의 면적이 늘어났대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진드기가 벽에 달라붙기 위해 쓰는 발바닥 면적은 몸 전체 표면적의 0.02%에 불과했어요. 몸무게가 0.5~7g인 거미는 0.92%, 30~40g인 개구리는 2%, 몸무게 약 500g인 게코도마뱀은 4.3%의 발바닥 면적을 사용해 벽에 붙는대요. 곤충·개구리 등은 발바닥에 끈끈한 액체를 분비하고, 도마뱀은 발바닥에 돋아난 미세한 털 주름을 이용하여 벽면에 몸을 붙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은 몸 표면적의 40%를 벽에 맞닿게 해야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오르내릴 수 있대요. 몸의 한쪽 면을 전부 벽에 밀착해야 하니 스파이더맨처럼 멋있게 적과 싸우는 것은 힘든 셈이죠. 하지만 앞으로 게코도마뱀의 털 주름과 곤충 점액의 장점을 결합해 더욱 강력한 접착 기술이 나올 수도 있겠죠? 영화 속 히어로들의 멋진 모습은 더 이상 상상에 불과하지 않아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서금영·과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