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식물] 2억년 전에 존재…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물

입력 : 2016.05.30 03:46 | 수정 : 2016.05.30 03:49

메타세쿼이아

헌칠하고 우람한 몸집을 뽐내는 멋진 나무 메타세쿼이아는 '살아있는 화석 식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 나무가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식물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메타세쿼이아의 조상은 지금부터 약 2억년 전, 나뭇잎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던 초식 공룡 세상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해요. 게다가 조상과 현재의 메타세쿼이아 형태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하니, 말 그대로 화석처럼 원래 모습을 유지한 나무인 셈이에요. 오래되기로 유명한 다른 나무인 은행나무도 신생대 이오세(5580만~3390만년 전)에 등장해 사실상 메타세쿼이아보다 한참 후배랍니다.

메타세쿼이아는 한때 식물학자들에게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1943년 중국 후베이성 양쯔강 상류의 계곡에서 우연히 모습이 발견됐어요. 3년 연구 결과 중국에서 발견된 이 나무가 2억년 전에 살았던 신비로운 메타세쿼이아로 판명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이후 이 메타세쿼이아는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꺾꽂이로 대량 복제 번식에 성공하게 돼요. 오늘날 우리가 가로수로 살펴볼 수 있는 모든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에서 우연히 발견된 나무를 복제한 것(클론·clone·유전적으로 같은 개체)이랍니다.

지난 2011년 7월 경남 진주시 진주수목원 안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여름을 맞아 짙게 올라온 푸른 잎을 뽐내고 있어요.
지난 2011년 7월 경남 진주시 진주수목원 안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여름을 맞아 짙게 올라온 푸른 잎을 뽐내고 있어요. /박중춘 제공

그렇다면 이 나무는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요? 메타세쿼이아는 1956년 식물 육종가인 현신규 박사가 수입한 뒤 산림청이 10여 년간 번식시켜 1970년대부터 가로수로 보급해 지금처럼 널리 퍼졌답니다.

메타세쿼이아의 이름은 삼나무를 뜻하는 '세쿼이아' 앞에다 변화라는 뜻을 가진 접두어 '메타'를 붙인 것이랍니다. 삼나무가 변화한 나무라는 의미지요. 삼나무 품종 나무는 대부분 거대한 덩치를 자랑해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자이언트 레드우드'는 키가 112m, 무게는 3300t이나 된답니다. 덩치가 큰 만큼 오래 살기도 해요. 자이언트 레드우드의 최고 수명은 4844년이에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세쿼이아'도 100m에 육박하는 키와 어른 대여섯이 둘러싸 안아야 할 정도의 밑동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메타세쿼이아의 키는 30~60m, 둥치는 어른 두셋이면 끌어안을 수 있대요. 유전적으로 비슷한 다른 삼나무 친척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크기지요. 메타세쿼이아가 중생대 시절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으니, 다른 삼나무 후손이 크기를 키워 진화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왜 세쿼이아 계열 품종 나무들은 키와 덩치를 키운 걸까요? 1억9000만년 전쯤 한 대륙이었던 판게아는 시간 흐름에 따라 여섯 대륙으로 쪼개졌어요. 북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삼나무들은 거대한 초식 공룡의 포식을 피하기 위해 위로 쑥쑥 자랐답니다. 이웃한 식물보다 높은 곳에서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도 커다란 덩치가 유리했고요.

메타세쿼이아는 여름에 짙은 푸른 잎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단풍 감상이 가능해 매력이 많은 나무랍니다. 또 둥근 열매가 맺히는데, 익으면 갈색으로 변한 뒤 입술 모양으로 벌어져요. 그러곤 날개가 달린 납작한 타원 모양 씨를 내보내지요. 이제는 메타세쿼이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으니 우연히 길가에서 보더라도 새롭게 보이겠죠? 혹시 나무 이름을 외우기 어려우면 수삼나무라고 부르세요. '물을 좋아하는 삼나무'라 해서 붙은 우리말 이름입니다.

박중환·식물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