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이야기] 목표와 마음속 가치 함께 추구할 때, 성공할 수 있어요

입력 : 2016.05.26 03:10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정신']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일만 하거나 기도만 하는 사람은 목표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서양서 자본주의 먼저 발달한 이유… 개신교 정신이라고 주장했어요

여러분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요? 여기 큰돈을 벌겠다는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세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들은 모두 굳게 믿는 종교가 서로 달라요.

그런데 이 세 친구가 평소 생활하는 모습은 매우 달라요. 첫 번째 친구는 주말에도 절이나 교회에 가지 않고 일주일 내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요. 두 번째 친구는 평일에는 일에 전념하고 주말에는 종교 활동에만 전념해요. 세 번째 친구는 오로지 자신이 믿는 신에게 큰돈을 벌게 해달라고 늘 기도만 해요. 이 세 친구 가운데 과연 누가 큰돈을 벌게 될까요?

큰돈 버는 목표와 종교 활동 함께 추구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두 번째 친구가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첫 번째 친구와 세 번째 친구는 왜 큰돈을 벌 수 없을까요? 우선 일주일 내내 일만 하는 첫 번째 친구는 금방 지쳐서 큰돈을 벌 수 없을 거예요. 막스 베버는 종교 활동과 일을 함께 추구하지 않으면 결국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철학이야기] 목표와 마음속 가치 함께 추구할 때, 성공할 수 있어요
/그림=정서용
세 번째 친구는 열심히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신에게 큰돈을 벌게 해달라고 기도만 해요. 노력은 하지 않고 신에게 부탁만 하니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거예요.

과연 어떤 신이 이런 나약한 부탁을 들어줄까요? 막스 베버는 실천 없이 신에게 부탁만 하는 습관 때문에 사람들이 미신에 빠지곤 한다고 봤어요. 예를 들어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장사가 잘될 곳을 찾아다녀야 하겠지요. 그러려면 직접 지도를 찾아보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돌아다녀야 해요. 그런데 신에게만 의지하는 사람들은 어느 곳이 음식점을 열기에 좋은 장소인지 직접 다녀보지 않고 점집을 찾아가게 되지요. 그리고 점을 쳐서 음식점 자리를 정하지요. 이렇게 미신으로 정한 곳에서 장사가 잘 안되면 음식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요.

막스 베버는 두 번째 친구가 가장 똑 부러진다고 주장해요. 두 번째 친구는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와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기는 종교적 믿음 중 하나만을 택하지 않아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평일에는 큰돈을 벌겠다는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믿는 종교 활동에만 전념해요. 이렇게 똑 부러지게 목표와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두 번째 친구야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막스 베버의 주장이에요.

서양의 개신교 정신만 중시해 비판받기도

앞에서 세 친구의 종교가 다 다르다고 말했죠? 막스 베버는 자신이 믿는 종교인 서양의 개신교 정신이 자본주의에 가장 알맞다고 주장했어요. 큰돈을 버는 두 번째 친구의 종교도 개신교일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개신교는 신에 대한 믿음과 세상일을 똑 부러지게 구분한다는 것이 막스 베버의 생각이었어요. 개신교의 논리에 의하면 사람이 죽은 다음에 그 영혼이 구원을 받을지 그렇지 않을지 알고 있는 건 오직 신뿐이에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구원받을지 그렇지 않을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은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기도만 한다고 신이 무조건 큰돈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어요. 신이 세상일에 시시콜콜 간섭하지도 않는다고 믿었지요. 덕분에 미신에 빠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절약 정신이 뛰어났고, 일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 자본주의가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고요. 막스 베버는 개신교라는 서양의 정신적 뿌리에서 근대 자본주의 발달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던 거예요.

물론 베버의 생각이 완전히 옳은 건 아니에요. 베버는 유교를 믿는 나라들은 자본주의를 발달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막스 베버는 첫 번째 친구의 종교는 유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동양인들은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문화가 없어 일주일 내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유교 문화에서는 보통 부모님을 극진히 섬기는 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요. 돈을 벌거나 일할 때도 부모님이나 내 가족과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삼지요. 막스 베버는 이렇게 가치와 목표를 구분하지 못하면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어렵다고 봤어요. 일할 때는 일 생각만 해야 하는데 너무 가족만 중시한다는 거예요.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 등 유교를 믿었던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경제 기적을 일으켰어요. 심지어 이 나라들의 성공 원인은 가족을 소중히 여겨 열심히 교육열을 불태우고 경제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요. 개신교를 믿는 사회만 자본주의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막스 베버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렸던 거지요.

하지만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도 있답니다. 꼭 큰돈이 아니라도 성공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꼭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거고요.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종교 활동을 하라는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주중에는 열심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주말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해 보세요.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를 장기간 집중력을 갖고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채석용 대전대 교수(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