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달타냥 삶에 상상력 더해, 모험심을 자극하다

입력 : 2016.05.19 03:09

[알렉상드르 뒤마 '삼총사']

시골 출신 하급 귀족 달타냥, 왕 지키는 총사대 '삼총사'와 합심
리슐리외 추기경의 근위대 물리쳐… 왕 루이 13세에게 인정받게 돼요
가난한 청년 달타냥의 성공 이야기, 당시 독자들 모험 욕망 해소해줬죠

지난 16일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맨부커 문학상의 외국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어요.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일이었지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예술적인 한국 문학이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고, 널리 읽히길 바라는 사람이 많아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지금까지 세계 170개국 7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4000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어요. 굉장한 인기를 얻은 셈이지요. 게다가 간결한 문체, 흥미진진한 이야기,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몰입감을 끌어내는 구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아요.

달타냥의 성공 이야기가 독자들 충족시켜'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 시골 출신 하급 귀족 달타냥이 세 명의 총사(銃士·총을 쏘는 근위 병사)인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뭉쳐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에 맞서는 모험 이야기예요. 총사란 머스켓 총을 무기로 사용해 프랑스 왕을 지키는 근위병을 뜻해요. 그러나 삼총사에 등장하는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세 명의 총사는 직책만 총사일 뿐, 소설 안에서 총보다는 칼로 적과 싸운다는 것도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이랍니다.

1625년 4월 첫째 월요일, 시골 출신 하급 귀족 달타냥이 볼품없는 누런색 조랑말을 탄 채, 출세의 꿈을 안고 파리로 향해요. 달타냥은 파리에 도착하면 총사들의 군대인 총사대에 지원할 예정이었어요. 달타냥의 아버지가 총사대의 대장 '트레빌'과 아는 사이였거든요. 달타냥의 품 안에는 아버지가 써준 소개장도 한 통 있었어요. 하지만 상경 첫날부터 일이 꼬여 자신의 행색을 비웃는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 이 소개장을 빼앗겼죠.

삼총사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총사대장 트레빌을 찾아간 달타냥은 소개장이 없으니 총사대에 받아줄 수 없다는 거절의 말을 들어요. 설상가상으로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세 명의 총사와도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 세 사람 각자와 세 번의 결투를 해야 할 판이었어요. 아토스와 달타냥이 결투를 시작하려는 순간이었어요. 총사대와는 견원지간(犬猿之間·개와 원숭이 사이처럼 사이가 매우 나쁜 관계)인 리슐리외 추기경을 호위하는 근위대가 나타났어요. 달타냥은 순발력을 발휘하여 삼총사와 힘을 합쳤고, 근위대의 우두머리에게 치명상을 입혔어요. 이 일로 달타냥은 삼총사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됐어요. 프랑스 왕 루이 13세와 총사대장 트레빌도 달타냥을 주목하게 됐죠. 리슐리외 추기경은 달타냥과 계속 대립하지만 그 과정에서 달타냥의 뛰어난 실력을 인정하고 총사대의 부관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하게 돼요.

'추기경은 고개를 들더니, 성실하고 솔직하고 영리한 젊은이의 얼굴을 독수리 같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물 자국이 난 그 얼굴에서 그가 지난 한 달 동안 견딘 온갖 고초를 보고, 이 스물한 살의 젊은이 앞에 얼마나 창창한 미래가 놓여 있는지, 그의 활동력과 용기와 지혜가 훌륭한 주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몇 번씩 곱씹어 생각했다. (중략) 그것은 리슐리외 추기경이 내리는 총사대 부관 임명 사령장이었다.'

가난한 시골 청년이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당시 평범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독자들은 성공과 모험에 대한 욕망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속 달타냥을 통해 해소했던 거죠.

상업적 비판 들었지만, 고전 반열에 올라

알렉상드르 뒤마 초상화
/위키피디아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대문호가 아닌 '상업 작가' 또는 '대중 작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동시대를 살며 거장으로 평가받은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와 대조적이었지요. 빅토르 위고는 죽고 나서 바로 프랑스 국가 공로자만 묻힐 수 있는 묘지 '판테온(Pantheon)'에 묻혔어요. 그러나 뒤마는 죽은 뒤 130년이 지나서야 판테온에 잠들 수 있었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뒤마는 쉼 없이 작품을 생산한 '상업 작가'로 유명했어요. 인기 작가였던 그는 밀려드는 집필 계약서에 거의 모두 서명했고, 다른 작가들을 고용해 소설 집필을 분업했어요. 뒤마가 줄거리와 인물 성격을 스케치하면, 고용된 작가들이 이야기를 보충하거나 세부적인 묘사를 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소설을 '찍어 냈던' 거예요. 작가의 순수한 창의성을 중시하던 당대의 풍토에서 뒤마가 만들어내는 '공장 소설'은 비판의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 '삼총사'는 문학성을 재평가받게 되었어요. 음모와 암투, 천진난만하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권력과 대립하는 모습, 극단적인 악당, 악에 대한 심판 등 이 작품만이 가진 가치를 인정받게 된 거죠. 이런 내용은 오늘날의 드라마나 영화, 게임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실존 인물인 달타냥, 리슐리외 추기경, 루이 13세의 삶 위에 뒤마의 상상력을 덧바른 '퓨전 사극' 형식 역시 오늘날 창작물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심지어 여러 명의 작가가 함께 창작하며 공장처럼 소설을 찍어 내는 분업 방식마저 효과적인 시나리오 작업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달타냥과 삼총사의 모험담을 읽으며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을 마음껏 해소해 보세요. 왜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가 늦게나마 상업 소설에서 명작으로 재평가되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이 책의 작가는?]

알렉상드르 뒤마(1802~ 1870)는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철가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예요. 1840년대 뒤마는 작가 오귀스트 마케와 손잡고 엄청난 양의 연재소설을 쏟아 냈어요.

 

정다운·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