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인성 이야기] 마음 비울수록 갈등·집착서 벗어나… 행복해질 수 있어요

입력 : 2016.05.19 03:09

비움의 지혜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56~323년)은 그리스에서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대제국을 건설한 인물이에요.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은 늘 불안과 갈등에 시달렸다고 해요. 반면 그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마음이 매우 평온했대요.

디오게네스는 모든 것을 다 버린 채 나무통에 들어가 살았는데,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넓은 땅을 정복해도 늘 마음이 허전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어느 날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행복의 비결을 물었어요.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죠. "폐하, 저는 지금 햇빛을 즐기고 있으니 가리지 말고 좀 비켜주십시오." 알렉산더 대왕은 자리를 떠나며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아무 걱정 없이 햇빛 한 줄기만으로도 저렇게 감사해하고 행복할 수 있다니, 참으로 부럽구나!"

우리는 뭐든지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마음이 만족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까 봐 근심도 점점 커질 수 있어요.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이 정복한 나라들이 혹시 배신하지는 않을까 항상 두려워했다고 해요. 무조건 욕심내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면 마음속 근심, 걱정만 늘지요.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인도의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시는 사람들에게 비움의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빈 배와 부딪치면 아무리 사나운 사람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마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낼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온갖 갈등과 집착에서 벗어나 평온해질 수 있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실현하려고 모자란 것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때로는 그 욕구가 너무 지나쳐 자신을 옥죌 수도 있어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에요.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을 비울수록 미움, 오해, 절망 같은 부정적인 마음도 비워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빈 땅이 있으면 그 자리에 집과 건물을 지으려 하고, 항아리나 바구니가 비어 있으면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해요. 이처럼 무엇이든지 빈자리를 가득 채워야만 비로소 만족스럽게 여기죠.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그릇에 텅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어요. 수레바퀴도 바퀴살 사이에 텅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수레를 굴러가게 하지요. 방도 그 안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하고, 항아리나 바구니도 그 속에 빈 공간이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우리 몸도 비움의 지혜를 아는 것 같아요. 우리의 배 속도 너무 가득 차면 좋지 않아요. 배가 부를 땐 피곤하고 늘어지게 되지만, 위장이 적당히 비어 있으면 몸이 가볍답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 불안을 없애고 편안함을 얻고자 마음을 비우는 명상을 하곤 해요. 디오게네스, 오쇼 라즈니시, 노자를 비롯한 수많은 철학자가 아주 오랫동안 비움의 지혜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빈 공간이 지닌 가치를 깨달아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김진락·조선소리봄인성교육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