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의학이야기] 모기 DNA 구조 바꿔, 바이러스 전파 막아요

입력 : 2016.05.11 03:26

[말라리아모기 퇴치 방법]

2012년 약 63만명 말라리아로 숨져…
유전자 변형 모기와 교배시켜 '불임 모기'로 만들어 멸종 추진
곤충 몸속 사는 세균 '월바키아'
말라리아모기에 주입하면 감염병 확산 1/3로 줄어들기도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의 한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려 아파하는 모습이에요. 말라리아는 원충이라는 조그만 기생 생물이 일으키는데, 이 말라리아 원충은 주로 모기를 통해 옮겨진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말라리아로 열대열말라리아처럼 치명적이지 않아요.
아프리카 대륙 에티오피아의 한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려 아파하는 모습이에요. 말라리아는 원충이라는 조그만 기생 생물이 일으키는데, 이 말라리아 원충은 주로 모기를 통해 옮겨진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말라리아로 열대열말라리아처럼 치명적이지 않아요. /위키피디아

세계화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모기의 서식지가 점점 확장되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모기가 옮기는 병으로 숨지는 사람 수는 해마다 72만5000명에 달한대요. 그중에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병은 말라리아라는 병이랍니다. 2012년에는 한 해 동안에만 2억7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그중 62만7000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거예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 전 세계가 많은 연구비를 들여서 살충제, 치료제, 예방 백신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지만 말라리아 환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죠.

최근 말라리아모기들을 후손을 낳지 못하는 '불임(不妊) 모기'로 만들어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영국,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3개국의 연구소 16곳과 힘을 합쳐 말라리아모기의 '인도적인 멸종(humanitarian extinction)'을 추진 중이에요. 어떻게 말라리아모기를 멸종시킨다는 것일까요? 오늘은 자세한 원리와 예상되는 문제점을 같이 짚어 보기로 해요.

유전자 가위로 2년 안에 씨 말려요

불임 모기를 만드는 핵심 기술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쓰였어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원래 있던 DNA를 잘라내고 내가 원하는 DNA를 끼워 넣을 수 있는 기술이에요. 과학자들은 불임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형 모기를 만들었어요. 이 유전자 변형 모기 자체는 불임이 아니랍니다. 그런데 이 모기의 후손부터는 불임이 된다고 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 변형 모기를 야생 모기와 교배시켰어요. 태어난 수정란은 원래 부모의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받아야 해요. 그런데 특이한 일이 벌어져요. 유전자에서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낸 후, 불임 유전자를 복제해 메워버리는 거예요. 결국 수정란은 완전한 불임 모기가 되죠. 이렇게 태어난 모기는 자식을 만들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이런 모기가 생태계로 널리 퍼지면 말라리아모기는 결국 멸종하게 돼요. 게이츠 재단은 이 방법이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말라리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최대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이것은 유전자를 변형해 확산한다는 의미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라고 불려요.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의 유전자를 변형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풀어놓으면, 2년 안에 모기 수가 지금의 1%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요.

말라리아 모기 멸종방법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그러나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모기를 먹이로 먹고 사는 새나 곤충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모기에 심은 불임 유전자가 다른 생물로 옮겨 간다면 다른 생물의 멸종과 같은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죠. 또한 아무리 모기일지라도 인간이 한 생물의 멸종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요.

이처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에 대한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해요. 미국 과학 아카데미는 이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에요. 또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기술이 인류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을 만드는 데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할 계획이에요. 말라리아모기에 대한 인도적 멸종을 추진 중인 게이츠 재단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부 동의하기 전까지는 유전자 변형 모기를 자연에 풀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대유행한 브라질에서도 모기를 없애는 유전자 변형 기술이 신의료 기술로 분류됐지만, 기술의 안전성과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진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대요.

대안으로 모기 몸에 사는 세균 이용하기도

모기를 멸종시키지 않고도 감염병 대유행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모기 안에 사는 세균을 이용해 말라리아 전파력만 감소시키는 방법이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에 의해서 지난 2013년 개발됐어요. 월바키아라는 세균을 말라리아모기에 주입했더니, 암컷 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키는 능력이 3분의 1로 줄었대요. 이 세균이 말라리아 원충을 경쟁자로 여기고 공격했거든요. 월바키아 균은 숲모기 몸속에서 뎅기열 바이러스의 복제도 막아요. 올해 브라질에서는 월바키아가 지카 바이러스의 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어요. 월바키아에 감염된 숲모기와 그렇지 않은 숲모기를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뒤, 사람의 피를 먹여 키웠을 때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에서는 지카 바이러스의 수가 적었대요. 게다가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의 침에서는 감염력이 없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월바키아 세균을 이용하는 방법은 비용이 저렴하고 장점이 많아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추천하는 방법이랍니다.



이근화·제주대 의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