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36년 만에 열려… 김일성·김정일 이어 3대째 위원장 된 김정은

입력 : 2016.05.11 03:24

북한의 노동당 대회

지난 9일 북한에서는 제7차 노동당 대회가 폐막했어요. 당 대회는 북한과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 동독,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 과거 사회주의 체제였던 국가들에만 있는 특별한 정치적 행사랍니다. 당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거나 앞으로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토의하는 등 아주 중요한 일을 하지요. 당 대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그대로 정부로 전달되어 집행돼요. 그래서 북한이나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당이 지배하는 국가'라고 해요.

역대 사회주의 국가의 당 대회는 공산당 지도부가 정해놓은 결정 사항에 대해 박수만 치는 역할을 하거나, 독재자 우상화를 강조하던 공산당원들만의 잔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번 북한의 당 대회 또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각본에 따라서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박수만 치는 형식적인 절차를 따랐답니다. 북한처럼 1인 독재 체제를 따랐던 과거 루마니아의 경우에는 당 대회란 독재자 차우셰스쿠 한 사람을 우상화하기 위한 지지 대회에 불과했어요. 호네커가 장기 집권하던 시절 동독에서도 당 대회의 주요 안건은 호네커 우상화였다고 해요. 동독의 사회주의 이웃 나라였던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당 대회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위한 선전장에 지나지 않았지요.

9일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취임해 박수를 받고 있어요.
9일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당 위원장에 취임해 박수를 받고 있어요. /연합뉴스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당 위원장'으로 추대되었죠. 결국 이번 당 대회는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3대째 북한을 통치하게 된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고, 이제부터 김정은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하는 의미가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왕조 국가가 아니고서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손자가 권좌에 오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1980년 제6차 당 대회가 개최된 후로 36년 만에 열린 올해 제7차 당 대회는 김정은과 그 추종 세력들이 자신의 권력만을 위해 연 잔치였어요.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70일 전투라는 것을 강행하여 온갖 건설 사업과 행사에 주민들을 동원하며 괴롭혔어요. 이미 무모한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지요.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먹을 것도 생기지 않는 당 대회 때문에 삶은 고달파지고, 김정은이 자신의 최대 성과라고 내세우는 수소탄 실험과 탄도탄 발사가 도대체 평범한 사람들에게 무슨 이익을 주었느냐"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해요.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선전하기 위해서 외국 기자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허락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당 대회 장소에서 200m 떨어진 곳까지만 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멀리서 회의장의 바깥 모습만 촬영할 수 있었대요. 그래서 외국 기자들은 '북한 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대요. 뉴욕 타임스는 이번 7차 당 대회를 비꼬아서 '미스터 김의 대관식(Mr. Kim's coron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북한의 행로가 과거 몰락을 자초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걸었던 길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점이에요. 시대착오적인 김정은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북한 사람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독재 체제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미래가 걱정스러운 것이지요. 북한에도 많은 주민이 원하는 지도자가 정치를 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대한민국 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