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 산소량 부족해 어지러울 수 있대요

입력 : 2016.05.09 03:23

에콰도르 수도 '키토'

지난달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에콰도르에서 강력한 연쇄 지진이 발생했어요. 270여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고 해요. 에콰도르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전 세계에서 구호물자가 에콰도르로 몰려들고 있죠. 에콰도르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서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까닭은 이 나라들이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기 때문이에요.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판·유라시아판·북아메리카판 등 지각판이 부딪치는 경계 지역인데, 지진·화산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에서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기도 하죠. 오늘은 지진으로 고생하는 에콰도르가 가진 다양한 특징들을 함께 알아보기로 해요.

에콰도르(Ecuador)는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이에요. 에콰도르는 이름처럼 지구의 자전축 중심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적도(赤道·지구 위에 '위도 0도'를 그은 가상의 선)가 지나가는 나라예요. 그런데 유럽에 있는 스페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남아메리카의 나라가 왜 스페인어를 쓰는 걸까요? 19세기 초까지 에콰도르가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스페인은 브라질을 제외한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을 300여 년간 지배했어요. 그래서 현재도 에콰도르를 비롯한 많은 남미 지역에서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지난달 강력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요.
지난달 강력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는 안데스 산맥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요. /Getty Images Bank
이번에 지진 피해가 심했던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도 스페인 문화와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어요. 키토의 또 다른 특징은 안데스 산맥의 해발고도 2850m에 자리해 있다는 점이에요. 판과 판의 충돌로 남미에는 높고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형성됐거든요. 만약 여러분이 키토를 여행한다면 고산병을 조심해야 해요. 해수면 높이에서의 산소량을 100%로 봤을 때 키토의 산소량은 약 70% 정도예요. 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던 사람들한테는 문제가 없지만, 저지대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산소 부족으로 구토, 어지럼증, 피로감이 생기는 고산병에 걸릴 수 있지요.

키토에는 적도가 지나고 있기 때문에 '적도 박물관'이 있어요. 여기서는 신기하게도 뾰족한 못 위에 달걀을 세울 수 있어요. 또 수조에 담긴 물을 빼면 흔히 보이는 소용돌이가 생기지 않고 쑥 내려간답니다. 적도에서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전향력(轉向力·코리올리힘)이라는 힘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전향력은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물체가 회전하면서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힘이에요. 예를 들어 수조의 물이 돌아서 빠져나가게 하는 작용을 하죠. 북반구에서는 물을 내리면 시계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내려가요. 하지만 적도 지방인 에콰도르에선 전향력이 없어 쑥 내려가고요.

적도 지방의 고산 지대에 위치한 키토는 1년 내내 온건한 기후가 일정하게 이어진다고 해서 '상춘(常春·항상 봄 날씨와 같다는 뜻) 기후'라고 불려요. 하지만 실제로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심해 포근한 봄 날씨만 기대하면 안 돼요. 고산 지대는 햇빛을 받는 낮에는 쉽게 더워지고, 밤에는 땅으로부터 반사열을 받지 못해서 쉽게 추워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현지 주민들은 '키토는 봄 같은 아침, 여름 같은 오후, 가을 같은 저녁, 겨울 같은 밤을 가졌다'고 말한대요. 실제로 남미 고산 지대 도시의 주민들은 큰 일교차에 대비하기 위해 입고 벗기 편한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에콰도르는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해요. 특이한 생물이 많은 갈라파고스 군도, 사바나 기후 지역, 안데스 고산 지역, 아마존 열대 밀림 지역까지 갖췄지요. 다양한 자연계의 보물 창고 에콰도르가 하루빨리 지진의 아픔을 이겨내길 바랍니다.

민병권·중동고 교사(EBS 세계지리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