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장난감 따로 살 필요 없이 의자 갖고 놀자!

입력 : 2016.05.06 03:07

[어린이 가구 디자인]

1930년대 어린이 놀이가구 첫 등장… 다양한 색·모양으로 안전하게 제작
독일 뮐러, 장애 있는 아이들 위해 삼베·가죽으로 인형 의자 만들기도

최근 전남 순천시가 초등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디자인 설문 조사를 실시해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특별한 놀이터를 개장했어요. 이 '엉뚱발뚱 어린이 놀이터'는 기존의 놀이기구 대신 거대한 모래밭과 통나무, 잔디 미끄럼틀을 갖추고 있어서, 아이들의 창의력과 모험심을 기르는 데 제격이래요. 오늘은 어린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함께 살펴보기로 해요.

20세기부터 발달한 어린이 가구의 세계

1900년대 초반까지 어린이 가구는 어른의 가구를 어린이에게 맞는 비율로 축소시킨 모양이었어요. 의자면 의자, 책상이면 책상, 침대면 침대로서의 기능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었죠. 그러다 1930년대부터는 드디어 놀이를 고려한 어린이 가구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튼튼해서 안전한 가구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린이 스스로 놀이법과 사용법을 발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답니다.

작품1~3, 사진1.
/금호미술관 제공
사진1을 보세요.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의자들이 보이나요? 나무로 된 흔들의자, 철로 만든 단단한 책상용 의자,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푹신푹신한 휴식용 의자도 있어요. 1960년대에는 플라스틱 재료가 가구에 활발하게 쓰이게 되면서, 색상도 풍부해지고 모양도 둥글둥글해졌어요.

작품1을 보세요. 이것은 독일의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1928-)가 만든 의자예요.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상관없고 작은 테이블이 붙어 있어 장난감이나 간식을 올려놓거나, 테이블에 기대서 책을 읽을 수도 있지요. 작품2는 독일의 레나테 뮐러(1945-)가 만든 인형 의자예요. 가족이 운영하는 장난감 공장에서 일을 돕던 뮐러는 1960년대 초반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신체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위한 동물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뮐러가 삼베와 가죽으로 만든 동물 인형은 폭신하여 마음의 안정감을 줬고, 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받았어요.

아이들 눈에 재밌게 보여야 해요

여러분은 언제 어른이 부럽게 느껴지나요? 톰 행크스가 나오는 '빅'(1988)이라는 영화에는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된 13세 소년이 등장해요. 축제에 놀러 간 소년이 소원을 비는 마법 기계 앞에서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기적처럼 그다음 날 아침에 서른 살의 청년으로 변했어요. 어른이 되면 마냥 자유롭고 좋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어른 세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결국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게 되죠.

어린이는 아직 작고 힘도 약해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것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어린이는 뭐든 할 수 있는 어른을 부러워해요. 반대로 어른은 동심(童心·어린이의 마음)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아요. 나이가 들면 사는 데 필요한 지식은 차곡차곡 쌓이지만, 흥미진진한 생각들과 재기 발랄함은 늘어나지 않거든요. 왜냐면 지식이 많다는 것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누가 말해주기도 전에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스스로에게서 늘 잔소리와 훈계를 듣고 있는 셈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할 땐 '재미는 있는지' '가지고 놀 수 있는지'가 참 중요해요. 어린이의 눈에는 원래부터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물건만 놀잇감으로 보이지 않거든요. 집에 놓인 가구들을 모두 놀이를 위해 동원하는 어린이가 참 많지요.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인기가 있는 장난감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작품3을 보세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코 베르쥬(1901-1971)가 디자인한 단순한 모양의 나무 장난감이에요. 이걸 처음 본 어른들은 '이걸로 뭘 어떻게 노나' 싶어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어요. 아이들은 색색의 나무 블록들을 자유롭게 쌓아 입체적인 모양을 만들고, 그 위로 올라가기도 했어요. 블록을 움직여 색다르게 배열하는 등 계속 가지고 놀 방법을 달리하며 한참을 즐겁게 가지고 놀았다는군요. 아이들 입장에서 재미가 있는 디자인이란 저절로 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에요. 또한 다 놀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다른 물체로 옮아가게 하는 디자인이 좋지요.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아이의 눈은 재미를 먼저 찾아낼 줄 아니까요. 재미가 더 잘 보이는 눈, 이게 바로 어른들이 부러워하는 동심의 세계랍니다. 금호미술관에서는'Big·어린이와 디자인 전시회'가 9월 11일까지 열려요. (문의: 02-720-5114)


이주은 교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