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종교이야기] '성모 마리아' 상징하는 다양한 이름… 공경하는 문화서 생겨났어요

입력 : 2016.05.04 03:11

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축제일이었던 지난 2013년 5월 3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상을 둘러싸고 촛불을 든 채 기도하고 있어요.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축제일이었던 지난 2013년 5월 3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상을 둘러싸고 촛불을 든 채 기도하고 있어요. /AFP

가톨릭에서 5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성모 성월(聖母 聖月)'이에요. 꽃이 피고 푸른 잎이 돋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즈음 중세 시대 로마 제국과 게르만 민족은 봄 축제를 열었어요. 그 후 유럽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면서 5월 봄 축제가 성모 마리아를 예찬하는 행사로 확장된 거예요.

가톨릭 성당에서는 5월을 마무리할 때 '성모의 밤'이라는 축제를 열어, 신자들이 성모상 앞에 장미꽃을 바치고 촛불 기도를 해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요. 가톨릭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마리아에 대한 공경을 엄격히 구별해요. 마리아는 인류 중 가장 탁월한 신앙을 지닌 인물로,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본받을 대상인 것이죠. 신약성경에 따르면 마리아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예수의 어머니로 간택됐고, 예수를 가장 가까이서 믿고 따랐다고 해요. 또한 마리아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도 제자들과 함께 기도에 전념했대요.

성모 마리아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에요. 유명한 가곡 '아베 마리아(Ave Maria·라틴어로 '마리아님께 찬미를'이라는 뜻)'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배경 음악으로 등장했어요. 성악가 조수미의 소프라노 대표곡으로도 유명하지요. 아베 마리아는 성모를 찬미하는 기도문인 '성모송'의 첫 구절이랍니다.

성모 마리아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어요. 12억 가톨릭 신자의 존경을 받는 인물답게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존칭에서 비롯된 사람 이름이 참 많답니다. 중세 시대에는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삼갔지만, 12세기 이후 소녀들에게 마리아의 별칭을 붙여 성모 마리아의 신앙과 덕행을 본받도록 권하는 관습이 생겼다고 해요. 유명한 팝 가수 '마돈나(Mado nna)'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품, 그리고 귀부인이라는 뜻이 있어요. 김연아 선수의 세례명으로 유명한 '스텔라(Stella)'는 9세기에 지어졌다고 짐작되는 라틴어 찬가 '마리스 스텔라(Maris Stella·바다의 별)'의 줄임말이에요. 마리아가 길잡이 별이 되어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 신앙의 배를 타고 하느님을 찾아가는 신자들을 인도한다는 의미래요. 오페라 제목이자 집시 여주인공의 이름인 '카르멘(Carmen)'도 성모 마리아의 호칭이래요. 12세기 이스라엘의 카르멜(Carmel) 산에서 괴로워하던 성 시몬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서 용기를 북돋워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뜻밖에도 발음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롤라(Lola)' '롤리타(Lolita)'는 고통을 겪는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대요. 아들인 예수의 죽음을 눈앞에서 겪은 성모의 심정을 나타낸 스페인어 '마리아 데 로스 돌로레스(Maria de los Dolores·고통의 마리아)'를 축약한 이름이기 때문이에요. 그 외에는 성모의 탄생을 뜻하는 '내털리(Natalie)', 성모의 아름다움을 장미에 비유한 '로즈메리(Rosemary)', 고결함을 백합에 비유한 '릴리안(Lilian)' 등이 있어요.

파리의 유명한 성당 '노트르담(Notre Dame)'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인데,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성당을 지었다는 뜻이래요. 순수한 학문의 전당을 뜻하는 '상아탑'은 구약성경 아가서 7장 4절의 "그대(성모 마리아)의 목은 상아탑"이라는 구절에서 나왔어요. 중세 시대부터 하느님과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문화가 발전해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의 이름이 성모 마리아로부터 비롯된 것이랍니다.

 

김은영·가톨릭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