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神들 전쟁에 낀 인간, 자신의 한계와 맞서 싸우다

입력 : 2016.04.21 03:09

[일리아스]

신의 다툼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
그리스 연합군 영웅 아킬레우스와 트로이군의 헥토르 왕자 등 모두 죽음 두려워 않고 운명에 맞서 싸워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서사시 '일리아스'는 기원전 1250년경 실제로 있었던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했어요. 그리스와 에게해를 사이에 둔 트로이가 서로 싸워서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전쟁이지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약 500년이 지난 뒤, 호메로스는 인간과 신이 함께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상상해 '일리아스'를 지었어요. 오늘은 장대한 서사시 '일리아스'를 함께 읽어봐요.

트로이 전쟁… 신들의 다툼에서 시작돼

'일리아스'는 사실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1년의 이야기지만, 어린이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떻게 신들의 다툼과 영웅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알아볼게요.

[고전이야기] 神들 전쟁에 낀 인간, 자신의 한계와 맞서 싸우다
/그림=이병익
올림푸스 산에서 열린 어느 성대한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초대받지 못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화가 난 에리스는 결혼식장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여 있는 황금 사과를 떨어뜨려요. 이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자존심이 센 여신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이 사과가 자신의 것이라고 다투기 시작합니다. 신들의 왕 제우스는 골치가 아파졌어요. 그래서 트로이의 잘생긴 왕자 파리스에게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을 맡겨버리죠.

선택권을 쥔 파리스 앞에 세 여신은 뇌물 공세를 펼칩니다. 헤라는 부귀영화와 권세를, 아테네는 승리와 명예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결혼을 약속하지요.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어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는 이미 결혼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였어요.

약속대로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와 헬레네를 사랑에 빠지게 해주었죠.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비 자리를 버리고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갔어요. 이에 스파르타를 비롯한 전 그리스가 연합군이 되어 지금의 터키 위치에 있는 트로이와 싸우게 됐죠. 아테네, 헤라는 그리스 연합군 측을 지원해주었어요. 트로이 전쟁은 10년에 걸쳐 벌어진 고대의 세계 대전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리스 연합군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었어요. 특히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반인반신(半人半神·신과 인간이 결혼해 낳은 혼혈 인간)의 천재 영웅 아킬레우스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이 있었죠. 권력자인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여자를 가로챘기 때문이었어요. 아가멤논의 처사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싸움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아킬레우스라는 최고의 전사를 잃는다는 건 그리스 연합군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었죠.

트로이 전쟁 진행도
파리스의 형이자, 트로이군에서 가장 강한 헥토르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어요. 수세에 몰린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군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죠. 그리스 연합군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참전을 거부했어요. 보다 못한 그리스 연합군 측은 아킬레우스의 단짝 파트로클로스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친구 대신 싸움터에 나와 달라고 요청합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파트로클로스를 보면 연합군 병사들의 사기가 치솟을 테니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의 창에 찔려 전사하고 말았어요. 아킬레우스는 전쟁을 외면하다가 단짝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성난 사자처럼 전장으로 달려갔어요.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쟁에 참가하게 되면서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지고, 결국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여 복수를 달성하지요.

트로이군은 성 안으로 후퇴해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어요. 긴 전쟁을 마무리한 것은 바로 유명한 '트로이 목마(木馬·사람이 숨을 수 있는 나무로 된 말)'였죠. 그리스군은 정예 병사들을 숨긴 거대한 목마를 트로이 성 앞 해변가에 놓아둔 채 후퇴한 척했어요. 승리감에 도취된 트로이는 그 목마를 기념품 삼아 성 안으로 들여오지요. 밤이 되자 목마에서 그리스 병사들이 기어 나와 트로이 성문을 열었어요. 그리스군이 트로이성을 기습하면서,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답니다. 전쟁이 끝난 뒤 헬레네는 다시 스파르타로 돌아왔죠.

운명보다 영웅들의 '삶과 사연' 중요해

약 3000년 가까이 읽힌 고전 '일리아스'의 영웅들은 모두 인간이에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죠. 하지만 '일리아스'의 영웅들은 전투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요. 반인반신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슬픔으로 다시 전쟁에 참가할 때 이런 말을 남기지요. "저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와 맞서고자 싸움터로 나갑니다. 제우스나 다른 신들이 원하신다면 저는 언제든지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겠어요."

그리스 신화 세계에서 인간은 신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제한적 존재로 그려지기도 해요. 하지만 '일리아스'의 인물들은 자신이 죽을 운명을 알아도 트로이 전쟁에서 싸워요. 수많은 영웅이 등장해 죽음을 맞지만, 그들의 사연은 '일리아스'에 남아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교훈을 남겨주지요.

한재우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공부법 팟캐스트 진행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