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따뜻한 햇볕이 뇌 자극해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입력 : 2016.04.20 03:27

[여자가 봄을 더 타는 이유]

남성보다 눈동자 더 큰 여성, 빛 영향 많이 받고 색 구분도 잘해
눈에 빛 들어오면 뇌 호르몬 생성… 기분 들뜨고 의욕 넘치게 돼
봄 되면 범죄 줄고 기부 늘어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 버스커의 봄노래 '벚꽃엔딩'이 들려오는 봄이 한창이에요. 집에만 있기 싫고 밖에 나가고 싶어지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설레고요. 왜 우리는 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질까요? 봄이 겨울보다 태양이 떠 있는 낮의 길이가 길고, 봄꽃도 펴서 풍광이 화려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답니다. 과연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요?

색깔 유전자 진화한 여성이 영향 더 받아

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뇌하수체와 연결된 빛을 느끼는 세포를 자극해요. 빛을 느끼는 세포가 활성화된 뇌하수체는 갑상선자극호르몬과 옥시토신 등 다양한 종류의 호르몬들을 생성하게 되지요. 이 호르몬들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우리의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의욕이 넘치게 한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봄이 오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남자, 여자들을 대상으로 눈 크기와 눈동자의 지름 크기를 측정해보았더니, 여자의 눈동자 지름이 남자의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동공(瞳孔·눈동자)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광수용체 세포'를 남자에 비해서 여자가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거예요. 이렇다 보니 빛에 영향을 받는 봄이 되면,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들뜨게 되지요.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미묘한 색깔 차이와 명도, 채도, 선명도의 차이를 더 잘 구분하는 시력을 가지고 있대요.

이는 색깔을 구별하는 시력 유전자가 'X' 성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남자에게 색맹이 더 많이 발견되는 거라는 의견도 나오지요. 남성은 100명 중 8명, 여성은 100명 중 1명이 색맹이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남성보다 여성이 눈동자 커요 -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팀이 남성과 여성 총 379명의 눈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동공(안구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고 검게 보이는 부분) 크기가 남성보다 약간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팀은 이 결과를 ‘외과 수술과 방사선학에 의한 해부학’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해요.
남성보다 여성이 눈동자 커요 -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팀이 남성과 여성 총 379명의 눈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동공(안구의 한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고 검게 보이는 부분) 크기가 남성보다 약간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연구팀은 이 결과를 ‘외과 수술과 방사선학에 의한 해부학’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해요. /위키피디아
왜 여성은 남성보다 눈동자의 지름도 크고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도 많을까요? 이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아주 먼 옛날 남성은 사냥을, 여성은 열매를 따는 일을 담당해 생존을 위한 음식을 얻었어요. 봄에 꽃이 피고 지면 바로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꽃은 매우 중요한 단서였어요. 그래서 여성은 꽃과 열매의 색깔, 향기, 맛, 감촉 등을 잘 느낄 수 있도록 감각이 진화했지요. 나중에 과일을 채집하려면 형형색색의 꽃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둬야 했거든요. 그러므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눈 크기와 예민한 색깔 시력을 가지게 된 거지요.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여성들이 진화론적으로 꽃을 좋아한다는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기도 했어요. 이 연구팀은 세 집단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세 가지 종류의 선물을 배달했어요. 첫째 집단의 여성들은 선물로 꽃을 받았고, 둘째 집단은 과일 바구니를, 마지막 집단은 예쁜 향초를 받았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선물을 받을 때 표정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그 결과, 꽃을 받은 첫째 집단의 여성들은 전체 인원 100%가 전부 환한 미소를 보였던 반면, 과일과 양초를 받았던 집단은 각각 90%, 77%만이 미소를 띠었다고 해요. 그로부터 며칠 후 삶에 대한 행복감과 만족도를 알아본 결과, 꽃을 받은 여성들이 특히 더 행복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봄이 오면 여기저기 피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에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행복감을 느끼나 봐요.

밝은 봄에는 범죄 줄고 기부 늘어난대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는 빛이 사람들의 도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했어요. 일반적으로 밤에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지요? 주변이 어두워지면,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줄어들어 익명성(匿名性·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생겨요. 심리적으로 익명성이 생겼다는 착각이 들면 사람들의 행동은 한층 이기적이게 된답니다. 어둠은 개인의 신분을 숨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비도덕적인 행위를 부추기고, 우리가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밝은 빛에 노출될 때 자기 조절을 더 잘하고 어두운 곳에서 자기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되지요. 밝은 곳에서는 자기 인식이 높아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봄이 되면 범죄가 줄어들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게 되며, 뜻깊은 사회 캠페인이나 기부 활동 등에 동참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은 '예배(worship)'라는 책에서 "밤에 최고의 경찰은 램프의 빛이며, 빛을 통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만큼 빛과 어둠이 우리의 심리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지요.

봄을 만끽하기 위해 야외로 나가 기분 전환하세요. 또 밝은 봄을 맞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배려해주세요. 나를 돌아보고 내 주변을 돌봐줄 수 있는 봄이 되면 좋겠어요.

곽금주·서울대 교수(심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