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편견과 비웃음에 맞서 싸우며… 4번 만에 여성 선거권 얻다

입력 : 2016.04.14 03:09

첫 여성 선거권 얻어낸 뉴질랜드 '케이트 셰퍼드'

13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었어요.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현대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대의정치를 하고 있지요. 이번에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어떤 정책을 실현하는가에 따라 민주정치의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런데 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권리인 '선거권'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보통선거의 원칙'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답니다. 보통선거란 만 19세 이상의 연령에 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평등선거·직접선거·비밀선거와 함께 선거의 4대 원칙이라고 불리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치러진 최초의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만 21세에 달하는 남녀 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이 부여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남자에게 먼저 선거권이 부여된 후 여성에게 선거권이 확대되는 과정을 거치거든요. 이러한 선거권 확대 과정은 곧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은 여성 선거권이 인정되는 첫 선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시에는 케이트 셰퍼드(왼쪽에서 셋째)와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기념상이 세워져 있어요.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시에는 케이트 셰퍼드(왼쪽에서 셋째)와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의 기념상이 세워져 있어요. 여성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선 케이트 셰퍼드 덕분에 현재는 성별에 관계없이 성인이라면 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죠. /크라이스트처치 공립도서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영국, 신분제도가 철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1832년 선거법이 1차로 개정되었을 때 선거권을 얻은 사람은 도시의 은행가와 돈 많은 사람들뿐이었죠. 영국의 평범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치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차티스트' 운동 (chartist·권리를 적은 헌장을 뜻하는 'charter'를 주장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하며 21세 이상의 모든 남자에게 선거권을 줄 것, 비밀투표를 할 것 등을 요구했어요. 결국 2차, 3차에 걸친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1884년에는 농촌과 광산의 노동자들까지 교육 수준이나 재산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선거권을 갖게 되었죠. 단, 여자는 예외였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여자는 남자보다 무능하고, 직접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없으며, 가정을 지키는 것이 본분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바로 영국 출신 뉴질랜드 이민자 케이트 셰퍼드였어요. 뉴질랜드에 정착한 케이트 셰퍼드는 1886년 '여성기독교인 금주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이 모임은 원래 기독교 정신에 따라 술을 금지하고, 이혼이나 여성 차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이었죠. 그러던 중 케이트 셰퍼드는 성차별 중 가장 큰 차별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게 되고, 이 모임은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고 세계 최초로 말하는 단체가 됩니다.

뉴질랜드
1888년 뉴질랜드 의회에 여성의 선거권을 정식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실패로 끝났어요. 남자들로 가득한 의회의 벽은 높았고, 과거 그녀의 금주 운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류회사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케이트 셰퍼드는 '여자는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편견과 비웃음에 맞서 싸우면서 총 세 번이나 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셰퍼드는 강하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1893년 케이트 셰퍼드는 뉴질랜드 성인 여성의 반수가 넘는 3만2000명의 서명을 받아 네 번째로 의회에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합니다. 뉴질랜드 의회는 20대18의 결과로 여성 선거권을 승인했고, 세계 최초로 여성들이 선거권을 갖게 된 나라는 뉴질랜드가 되었어요. 그날 이후 케이트 셰퍼드는 뉴질랜드의 딸로 영원히 남았고, 현재 우리 돈으로 약 7936원에 해당하는 '10뉴질랜드달러'의 화폐 인물로 기념되고 있어요.

공미라 세계사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