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휘발유보다 힘센 경유… 미세 먼지 더 많이 배출해요

입력 : 2016.04.12 03:10

[미세 먼지 발생시키는 경유차]

중국서 불어온 황사 영향도 있지만 미세 먼지 만드는 대표적 원인은 경유차에서 나오는 '질소 산화물'
초미세 먼지는 폐·심장질환 일으켜… 배기가스 배출 규제 마련 시급해요

지난 주말 전국을 덮친 황사와 미세 먼지를 예보 당국이 제때 알리지 않아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영문을 모른 채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어요. 이 바람에 형형색색 핀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같은 봄꽃을 보러 나왔다가 콜록거리며 집으로 돌아간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이렇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죠?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세 먼지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 산업 지대에서 넘어온 각종 대기 오염 물질과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대에서 불어오는 황사 먼지 등 우리나라 밖으로부터 건너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이 이 오염 물질들을 우리나라 쪽으로 실어 나를 때면 '중국 때문에 우리가 고생을 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재미있는 과학] 휘발유보다 힘센 경유… 미세 먼지 더 많이 배출해요
/그래픽=안병현
하지만 국내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도 많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공사장에서 공사할 때,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때, 쓰레기 등을 불태울 때, 심지어는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미세 먼지가 배출되지요. 그러니 미세 먼지 발생을 단지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겠죠. 이 가운데 엔진이 낡은 경유 차량에서 미세 먼지가 특히 많이 나온답니다. 오늘은 경유와 휘발유가 어떻게 다른지, 왜 휘발유차보다 경유차에서 더 많은 미세 먼지가 나오는지 그 원인을 알아볼게요.

경유는 탄소가 주렁주렁 매달린 연결고리

경유와 휘발유는 원유로도 불리는 석유(Petroleum·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하는 'Petra'에 라틴어로 기름을 뜻하는 'Oleum'을 합친 단어)로부터 만들어진답니다. 먼 옛날 살았던 생명체들이 죽어 오랜 세월 땅에 묻혀 지열과 높은 압력으로 지하 깊은 곳에서 액체, 기체, 고체 상태의 탄화수소가 된 것이 바로 석유랍니다. 석유를 구성하고 있는 탄화수소는 분자 구조가 매우 다양해요. 지렁이처럼 긴 사슬 모양 종류도 있고, 반지처럼 동그란 고리 모양도 있지요. 구조와 성질이 다른 것들끼리 섞여 있으니 이 석유를 연료로 바로 사용하기는 힘들답니다. 석유를 정제하고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요.

원유를 이루는 구성 물질들은 저마다 끓는점이 달라요. 온도를 높여가며 원유를 끓이다 보면 끓는점이 낮은 물질부터 차례대로 분리돼요. 분리된 연료는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각각 교통수단에 적합한 용도로 사용하게 된답니다. 우리 어린이들의 어머니·아버지가 흔히 사용하는 자동차 연료로는 40~75℃에서 분리되는 휘발유와 230~350℃에서 분리되는 경유가 있지요.

자, 그럼 이제 경유 차량과 휘발유 차량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경유와 휘발유는 탄소와 수소가 주렁주렁 연결된 목걸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이를 '탄화수소 분자 화합물'이라고 불러요. 자동차 엔진은 이 에너지 연결고리를 끊어 태우는 연소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힘으로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지요. 끓는점이 더 높은 경유는 탄화수소 분자를 이루는 탄소의 개수가 휘발유보다 더 많아요. 화학적으로 분자를 이루는 입자 개수가 많을수록 입자 간 서로 당기는 힘이 크고, 여기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도 커지게 됩니다. 경유가 같은 양의 휘발유에 비해 더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유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이나 굴착기, 선박 같은 대형 기계에도 경유가 연료로 쓰인답니다.

질소 산화물이 미세 먼지 원인이에요

경유차를 운행하면 입자, 그러니까 고체 형태의 미세 먼지가 배출되지만 가스(기체) 형태의 오염 물질도 있어요. 대표적인 게 바로 '질소 산화물'이에요. 질소 자체는 공기 중에서 78% 비율을 차지하는 무해한 물질이지만, 경유 차량 엔진 속에서 산소와 반응해 일산화질소나 이산화질소 같은 질소 산화물이 되고 배기가스로 배출돼요. 이 가스 물질은 대기 중에서 다시 여러 화학물질과 반응하면서 미세 먼지로 변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미세 먼지에 노출되면 호흡기·심장·혈관 계통의 질환에 걸릴 수 있어요. 공기 중 미세 먼지가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기관지염 또는 폐 조직의 염증을 유발해 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주 작은 먼지가 혈관을 타고 뇌로 올라가 뇌세포를 공격하기도 해요. 미세 먼지가 무서운 이유는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랍니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보다 작고 2.5㎛보다 큰 입자를 미세 먼지라 하고, 지름이 2.5㎛보다 더 작은 입자를 초미세 먼지라고 하는데요. 특히 초미세 먼지는 미세한 코털로도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코와 기도 등을 거쳐 폐 세포까지 곧장 도달하거나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각종 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요.

정부는 오는 2017년부터 운행 중인 경유차에서 나오는 질소 산화물에 대한 배출 규제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하루빨리 경유를 대신할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이겠죠?

이희나 정발중 교사·EBS 화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