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 유산 탐방] 홍수 피해 많던 도시, 풍차로 펌프질 해 물을 퍼냈어요

입력 : 2016.04.07 03:09

네덜란드 킨더데이크 엘샤우트 풍차망

네덜란드의 킨더데이크 엘샤우트 풍차망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 강인한 풍차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요. 18세기부터 이 풍차들이 펌프로 물을 퍼낸 덕분에 간척지인 킨더데이크 지역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답니다.
네덜란드의 킨더데이크 엘샤우트 풍차망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 강인한 풍차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요. 18세기부터 이 풍차들이 펌프로 물을 퍼낸 덕분에 간척지인 킨더데이크 지역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답니다. /위키피디아
따뜻한 봄기운을 타고 전국에 꽃 축제가 한창이에요. 아름답게 핀 꽃을 보며 봄을 맞이하는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중 대표적인 꽃 축제로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쾨켄호프 튤립축제'를 꼽을 수 있어요. '쾨켄호프에 꽃이 피면 유럽의 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세계 최대 알뿌리 꽃 축제에서는 봄을 물씬 느낄 수 있지요. 축제가 열리는 3월부터 5월까지 무려 8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쾨켄호프를 찾는다고 하네요.

꽃의 나라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로도 유명해요. 풍차는 바람의 힘을 기계적인 힘으로 바꾸는 장치예요. 그런데 이 풍차는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일까요? 방앗간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이 아닐까 짐작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물론 방아를 찧거나 나무를 자르는 등 실생활에 매우 유용하게 쓰였지만, 실제로 주된 목적은 펌프를 이용해 물을 퍼 올리는 것이었답니다.

풍차를 이용해 물을 퍼내는 일에는 네덜란드의 운명이 달려있었다고 해요. 네덜란드는 고도가 낮은 땅이 많아서 홍수와 범람에 굉장히 취약했거든요. 국명 '네덜란드'(Netherlands)의 의미 또한 바다보다 낮은 땅이지요. 이러한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네덜란드 사람들은 풍차를 만들어 기계적인 힘으로 물을 퍼내고, 댐이나 제방을 쌓는 등 끊임없이 노력해 왔어요. 산업혁명 직후엔 무려 1만1000개에 달하는 풍차가 네덜란드 전역에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배수시설이 발달하면서 풍차는 점차 사라져, 지금은 950여 개 정도만 남아 있어요. 그중에서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킨더데이크 엘샤우트 풍차망'에는 19개의 풍차가 온전히 보존돼 있어 물을 다루던 네덜란드인들의 탁월한 기술을 엿볼 수 있답니다.

킨더데이크 엘샤우트 풍차망은 네덜란드의 알블라서르바르트 지역의 북서쪽 귀퉁이에 있어요. 이 지역은 11세기부터 간척된 곳으로 배수용 수로를 만들어 놓았지만, 수차례에 걸쳐 대홍수로 큰 피해를 봤어요. 특히 1421년 11월 18일 밤에 발생한 성 엘리자베스 홍수는 무려 1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지요. 당시 마을의 고양이 한 마리가 갓난아이의 요람을 둑의 가장 높은 곳으로 계속 밀어 올려 기적적으로 갓난아이를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와요. 이후 이 지역은 '어린아이의 둑'이란 뜻의 킨더데이크(Kinderdijk)로 불리게 되었지요.

네덜란드는 홍수 피해가 커지자 1726년 이 지역에 배수용 풍차를 더 건설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로부터 12년 후에 벽돌로 지은 최초의 풍차 8채가 완공되었는데, 그 생김새가 큰 돛을 연상시켜 '지상의 범선'이라고 불렸지요. 이 벽돌 풍차들은 북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간척지의 물을 저수지와 강으로 흘려 보냈어요.

하지만 풍차를 이용하는 방식의 배수가 홍수 문제의 해답이 되지는 못했어요. 결국 1868년부터는 낮은 지역의 저수지에서 높은 곳의 저수지로 물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증기 구동 펌프장을 설치하게 됐어요. 이러한 배수시설의 현대화 과정을 통해 네덜란드에서 풍차는 점차 사라졌어요. 그러나 킨더데이크에는 19개의 멋진 풍차가 여전히 남아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고, 침수의 위험에 맞서며 삶의 터전을 일궜던 네덜란드인들의 끈기와 독창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룸 포더 리버(Room for the River·강에 여유 공간을)'라는 홍수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방을 높게 쌓는 대신, 강줄기에 여유 공간을 만드는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강물의 수위를 낮추자는 거예요. 철학자 데카르트는 "세상은 신이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말을 남겼어요. 자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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