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온종일 폰만 만졌더니… 집중력 지속 시간 33% 줄어

입력 : 2016.04.06 03:09

[디지털 기기 사용]

캐나다인 대상 뇌파 측정 결과 스마트폰 출시 전엔 집중 시간 12초… 사용자 많아진 2013년 8초로 줄어
영상매체 사용, 2시간 넘기지 말고 독서·운동하며 사고·창의력 키워야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조차도 집에서는 자기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했대요. 생전에 그는 저녁이면 식탁 근처에 둘러앉아 읽은 책이나 역사에 관해 얘기하기를 즐겼다고 해요. 휴대전화 안에 다양한 기능을 접목시키자는 생각을 처음 해 스마트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가 대체 왜 그렇게 했을까요?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뇌에 좋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캐나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뇌파 측정·설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널리 쓰이기 전인 2000년에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지속되는 시간이 12초였지만 2013년에는 3분의 1이나 줄어든 8초밖에 되지 않았대요.

[심리이야기] 온종일 폰만 만졌더니… 집중력 지속 시간 33% 줄어
/그림=정서용
여러분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종이 책과는 달리 화면 한쪽에서 쉴 새 없이 팝업창으로 게임 광고, 연예인 관련 글,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이 뜨지요? 전혀 볼 생각이 없었던 흥미성 글이나 광고를 호기심에 클릭해서 읽다 보니, 원래 읽으려던 글은 집중해서 읽지 못해요. 그러다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는 알림이 뜨면 확인 안 할 수가 없지요?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할 유인이 워낙 많으니, 집중력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기억·사고·독해력 떨어져요

책이나 신문 같은 종이 매체에 비해 디지털 기기는 강한 시각·청각적 자극을 빠른 속도로 던져줘요.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은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며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지요. 이것을 '팝콘 브레인 현상(popcorn brain-팝콘처럼 터지는 디지털 기기의 자극에 익숙해진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이라고 해요. 스마트 기기에 나오는 읽을거리는 활자 책보다 내용이 짧은 게 많다는 것도 치명적이에요. 학습 능력의 기본은 글을 집중해서 읽고 문맥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독해력인데, 디지털 기기로 짧은 글만 읽어서는 독해력이 충분히 발달하기 쉽지 않아요.

또한 집중력과 사고력을 좌우하고 뇌 전두엽의 기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업 기억'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작업 기억이란 전화번호 등 짧은 정보를 외울 때 단시간 필요한 기억인데, 이런 간단한 정보는 디지털 기기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므로 인간이 스스로 기억하려는 노력을 갈수록 하지 않게 되지요. 훈련되지 않는 작업 기억은 감퇴하게 되고요.

디지털 읽기 특징은 F자형 읽기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mul titasking)'이 되니 더 좋은 것 아니냐고요?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집중력은 용량 제한이 있어서 두 가지 이상 일을 동시에 하면 대부분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고 해요. 요즘에는 친구들끼리 놀려고 같은 자리에 모여도 서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일이 많은데요. 장기적으로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연습을 못 해 성장한 후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요약하자면, 디지털 기기의 지나친 사용은 우리 어린이들이 꼭 키워야 할 능력인 집중력·기억력·독해력·사회성 등을 정상적으로 발달시키는 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예요. 미국 소아과 의사들은 만 2세 미만 유아는 영상 매체를 되도록 보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고, 중·고생일지라도 컴퓨터·스마트폰·TV 등 영상 매체 사용 시간이 하루에 총 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두뇌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답니다.

건강한 몸과 독서에서 창의력 나와

요즘엔 잠깐 쉴 때조차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아요. 때로는 침대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채팅을 하다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요. 이러면 머리가 쉴 시간이 없어 뇌 기능이 떨어지게 돼요. 현대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흔히 '멍 때린다'고 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나, 잠을 잘 때 뇌가 그동안 습득한 정보를 정리하고 조직화한다고 해요. 제대로 쉬지 않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뇌가 쉴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지요.

또한 나가서 놀면서 활발한 신체 활동을 해야 뇌에 산소 공급이 잘돼 집중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원활해지고, 뇌 발달도 촉진돼요. 휴대전화를 통한 대화보다,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눈을 맞추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진짜 대화가 정서와 사회성과 관련된 뇌 발달에도 좋답니다.

구글·애플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 기업 종사자 상당수가 자기 아이들은 만 12세 이전까지 컴퓨터를 쓰지 않는 학교에 보낸다고 해요.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하는 만 12세가 되어서야 타자, 코딩,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교육을 받아요. 첨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창의력과 사고력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건강한 몸, 그리고 독서에서 나온다는 것을 부모인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에 운동과 독서,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된 아이들은 나중에 디지털 미디어에 잘 중독되지 않아요. 스마트폰을 너무 오랜 시간 쓰지 않도록 조절하면, 더 똑똑해질 수 있답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