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남과 북 이렇게 달라요] 고구려 고분군·개성역사지 등 두 곳, 관광 수입 목적으로 등재

입력 : 2016.03.30 03:14

북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리나라는 사시사철이 뚜렷하고, 온화한 기후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요. 또한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래로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켜온 슬기로운 조상 덕분으로 선조의 지혜와 얼이 서린 많은 문화유산을 갖고 있죠. 유네스코(UNESCO)에서는 이런 문화유산 중에서 세계인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고, 또 앞으로 보호해야 하는 문화유산을 선택하여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작년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줄타기, 한국의 유교책판,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포함해 현재까지 세계유산 12개, 인류무형유산 18개, 세계기록유산 13개를 등재했지요. 북한은 세계유산 2개, 인류무형유산 2개를 등재했어요. 지난 2004년 처음으로 '고구려 고분군'을 등재한 뒤 2013년 '개성역사지구', 2014년 '아리랑민요', 지난해 인류무형유산 '김치 담그기 풍습'을 등재 유산으로 올렸지요.

북한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구려 고분군(왼쪽)과 내부 고분벽화 현무도(오른쪽)예요.
북한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구려 고분군(왼쪽)과 내부 고분벽화 현무도(오른쪽)예요. 당시 남한은 유네스코 위원들, 각국 대표에게 북한 문화재 등재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지금도 고구려 고분군 벽화 보전을 위해 신탁기금을 내고 있어요. /UNESCO
북한은 예전까지만 해도 문화재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보호하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나 최근 들어 유네스코에 문화재를 등재하는 일에 열성을 보이고 있답니다. 왜냐고요? 그건 바로 경제 사정 때문이에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유네스코에서 제안한 경제적 지원을 거부했었어요. 사회주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자본주의 재원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자, 유네스코로부터 인정받은 문화유산들을 활용하여 관광 수입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적극적인 등재 정책을 폈지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고구려 고분군과 개성역사지구에 대해 잠시 살펴볼까요?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은 2003년 등재를 신청했다가 보류된 뒤, 2004년 재신청하여 등재됐어요. 당시 10여 명으로 구성된 우리 한국 대표단이 유네스코 위원들과 각국 대표를 상대로 북한 문화유산의 등재 지지를 요청하는 등 공동 활동을 펼치면서 동족애를 과시하기도 했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재청은 북한 고구려고분의 보존을 위하여 2000년부터 매년 10만달러의 신탁기금을 유네스코를 통하여 북한에 지원하고 있어요. 유네스코는 우리가 제공한 이 신탁기금으로 5명의 벽화 관련 전문가를 북한에 파견하여 훼손이 심한 약수리 고분 복원과 북한 문화재 보존 시스템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 정부는 북한 문화재 보호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정체성 찾기, 남북 교류, 세계 평화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북한의 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자문을 하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유네스코 등과 우리 정부가 협력하는 것이랍니다.

지난 2013년 등재한 개성역사지구에는 개성성벽 5개 구역, 만월대와 첨성대 유적, 개성 남대문, 고려 성균관, 숭양서원, 선죽교와 표충사, 왕건릉과 7개 왕릉과 명릉, 공민왕릉이 포함됐어요. 개성역사지구는 지난 2007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했으나 이듬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보류 판정을 받은 뒤, 2012년 재신청해 드디어 등재됐습니다. 개성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남과 북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일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북한은 개성역사지구를 프랑스와 협력해서 등재했다고 하네요.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한반도의 문화유산을 세계만방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김지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