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금 뿌리는 건 '토마토케첩 가루'… 맛도 모양도 새롭네
[분자 요리]
요리에 과학의 원리 접목시켜 분자 구조를 변형한 새로운 음식
영하 196℃ 액화질소로 급속 냉각해 액체 양념을 고체 가루로 만들기도
성분 변형, 소화 흡수율도 개선
과학을 요리에 접목시키는 분야가 하나의 요리 기술로 발달하기도 했어요. 바로 '분자요리'입니다. 분자요리는 물질의 성질을 가진 가장 작은 입자인 분자와 요리를 합친 말로, 음식의 질감을 변화시키는 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더 새롭게 변형시키거나 매우 다른 형태의 음식을 창조하는 것이랍니다.
◇분자 배열 변화로 맛·향기·형태 달라져
분자요리는 1998년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인 니컬러스 커티와 프랑스의 물리화학자인 허브 티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어요.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에 나오는 유명한 레스토랑 셰프들도 종종 분자요리법을 써서 요리의 맛과 멋을 극대화한다고 하지요. 식재료의 특성과 구조를 파악해 세밀한 분자구조까지 재조합시키는 분자요리는 미식을 향한 끝없는 노력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답니다.
- ▲ 그래픽=안병현
최근 인기 절정의 최현석 셰프가 요리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분자요리 굴튀김'을 예시로 들어서 더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분자요리 굴튀김은 특제 고추장 소스를 액화 질소(액체 상태의 질소)를 이용해 분말로 만든 다음 튀김옷을 먼저 튀긴 뒤 이를 다시 굴에 묻혀 한 번 더 튀겨낸 멋진 요리였어요. 액화질소를 통한 급속 냉각 기법은 분자요리에서 매우 자주 쓰인답니다. 질소는 보통 공기 중에서 약 78%를 차지하는 기체예요. 질소의 끓는점은 영하 196도에 달해요. 즉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질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려면 온도를 영하 196도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미지요. 극저온의 물질인 액화질소를 이용하면 양념을 차갑게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매우 작은 입자인 분말 상태로 만들 수 있어요. 최현석 셰프처럼 분말 고추장을 이용하면, 흔한 굴튀김이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기한 마술과 같은 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조리 과정에서 온도를 바꾸면, 반액체인 양념이 고체 가루가 되는 분자 배열 변화가 일어나면서 요리의 맛과 향기에 엄청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요.
식품 첨가제인 알긴산염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액체인 과일즙을 구슬 형태 반고체로 만드는 분자요리 레시피도 있어요. '망고 캐비어'는 망고즙에 알긴산염을 섞어 주사기에 채우고, 염화칼슘 용액에 한 방울씩 떨어트려서 만들어요. 그러면 망고즙이 반고체인 구슬 형태로 굳는데, 건져내어서 염화칼슘을 씻어준 후 예쁘게 장식하는 데 쓴답니다. 액체에서 반고체로 분자 배열의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형태의 요리를 만드는 것이죠.
◇식품 가열 속에 숨겨진 맛의 비밀
- ▲ 한 요리사가 라즈베리를 액화질소에 담가 얼리고, 밀대로 빻아 작은 알갱이 형태로 만들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액화질소를 이용하면 다양한 식재료를 가루로 변형시킬 수 있지요. /Cooking Issues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도 식품을 가열해 분자 배열을 바꾸는 조리 도구예요.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파의 진동을 이용해 음식을 가열해요. 마이크로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대부분 물질을 그냥 통과하는데, 식품 속의 물 분자에 흡수되기 때문에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가열해요. 마이크로파는 수분,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순서로 잘 흡수되기 때문에 음식에서도 수분과 지방을 많이 포함하는 부분이 먼저 뜨거워지게 되죠.
과학을 요리에 접목시키는 셰프들의 모습은 최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선조들의 지혜에서도 살펴볼 수 있죠. 가마솥이 그 주인공입니다. 찰지고 윤기가 흐르는 밥맛의 비밀 병기는 솥뚜껑이에요. 솥뚜껑의 무게는 솥 전체 무게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매우 무거워 솥 안의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꽉 눌러주는데, 이는 쌀알의 조직이 충분한 물 분자를 머금게 하거든요. 또 솥바닥에도 비밀이 숨어 있어요. 가장자리보다 가운데 부분이 2배쯤 두꺼워 바닥 표면의 두께가 달라요. 두꺼운 가운데 부분에 불이 가장 먼저 닿을지라도 얇은 가장자리로 열이 잘 퍼지게 하기 위해서지요. 한 번에 많은 밥을 지어도 부분, 부분 타거나 설익지 않는 비결이랍니다.
전 세계 셰프들의 손길과 집밥을 조리하는 부모님의 손맛에는 과학이 담겨 있어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요리 연구도 더 발전하면,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도 함께 좋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