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흙으로 만든 거 맞아?… 윤기 '좔좔' 항아리가 예술이네
입력 : 2016.03.25 03:09
[도자기]
'도기' 문제점 보완해 만든 '자기'
유약 바르고 1300℃에서 구워 단단하고 반짝반짝 광택 나게 해
청자, 고급스러운 빛깔에 중국 감탄… 선비 미덕 상징한 백자도 가치 높아
점토를 불에 구워서 만드는 그릇, 도기(陶器·earthenware)는 인류가 농사를 짓고 모여서 살게 되면서 수확한 음식을 모아놓기 위해 발명됐어요. 물을 길을 때도 도기에 담아 부엌이나 일터까지 옮겨오면 며칠 동안 집에 보관해 두고 마실 수 있었답니다. 또한 술을 도기에 담가 먹고, 소금에 절인 야채를 도기에 보관하면서 식문화가 급속도로 발달했지요.
작품1은 신라 시대인 5세기에 만들어진 사발 모양 그릇받침이에요. 그릇을 만드는 장인은 당시 사회에서 낮은 계층이었고, 자기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로 인정받지도 못했어요.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도기를 만드는 일 자체를 즐겼던 모양입니다. 아마 더 단단한 토기를 만들기 위해, 마치 연구실의 공학자처럼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을 거예요. 이 장인은 품위 있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표면에 규칙적으로 빗금을 긋고 사각형 구멍을 뚫는 등 예술적 여유마저 보입니다.
작품1은 신라 시대인 5세기에 만들어진 사발 모양 그릇받침이에요. 그릇을 만드는 장인은 당시 사회에서 낮은 계층이었고, 자기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로 인정받지도 못했어요.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도기를 만드는 일 자체를 즐겼던 모양입니다. 아마 더 단단한 토기를 만들기 위해, 마치 연구실의 공학자처럼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을 거예요. 이 장인은 품위 있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표면에 규칙적으로 빗금을 긋고 사각형 구멍을 뚫는 등 예술적 여유마저 보입니다.
장인들은 고심 끝에 철분을 함유한 유약을 발라 1300℃나 되는 높은 온도에서 구웠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표면이 매끌매끌하고 반짝반짝한 자기(磁器·ceramics)가 탄생합니다. 잘 구워진 도자기는 흙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져서 조직이 치밀하게 바뀝니다. 흙과 유약이 착 달라붙어 표면에 윤기가 나고 색도 아름답지요.
작품2는 12세기에 만들어진 고려청자로, 학처럼 긴 목을 가진 우아한 술병인데요. 색깔을 보세요. 원재료가 흙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당시 중국인들도 "고려청자의 색은 천하제일"이라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병의 둥근 몸통 위에 새겨 넣은 연꽃무늬의 우아함은 또 어떤가요? 이 도자기를 만든 사람을 공학자로 불러야 할지, 예술가로 불러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군요. 청자를 굽기 위해 온도를 지속적으로 감당해낼 수 있는 가마를 만드는 일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기술력이었다고 해요. 우리나라처럼 수준 높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흔하지 않았답니다.
작품3은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백자입니다. 쌀밥처럼 새하얀 이 밥그릇은 왕실에서 연회나 제사 때 사용했어요. 청결한 흰색은 깨끗하고 맑은 마음가짐과 검소한 생활 태도를 중시하던 조선 시대의 선비들이 존경하던 색이었어요. 하얀 바탕의 백자는 그 위에 그림을 그려넣기에도 좋았어요. 작품4는 백자 위에 청색 물감으로 매화와 대나무를 그려넣은 항아리예요. 매화와 대나무는 선비들이 닮고 싶었던 식물이지요. 추위와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견뎌내는 대나무, 그리고 이른 봄추위를 뚫고 피어난 매화는 백자의 흰색과 더불어 꿋꿋하고 과욕 없는 선비의 미덕을 상징한답니다.
도자기를 만들어 쓰는 민족에게는 더 세련된 그릇을 만드는 기술력이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했답니다. 더 단단하고 멋진 그릇을 사용할수록, 저장 문화가 발달해 오래도록 문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