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계 유산탐방] 2600개 방 있는 왕궁, 모차르트 결혼·장례 치른 대성당 있어요

입력 : 2016.03.24 03:09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 지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오스트리아는 18세기까지 유럽 전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대했던 나라예요. 오스트리아 왕은 한때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겸했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은 유럽 여러 나라 왕과 왕비가 됐지요. 당시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정치·문화 중심지였어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매우 많답니다.

음악의 도시로 유명한 빈에는 오래된 명문 '빈 대학교'가 있어요. 1365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설립한 빈 대학교는 6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성의 요람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지요. 빈 대학은 처음 문을 열 때 법학·의학·문학 세 학부만을 운영했지만, 곧 사회과학·경제학·수학·지구과학·지리학·천문학 등 다양한 학부를 설립해 많은 분야에서 인재를 배출했답니다. 정신분석학 저서 '꿈의 해석'을 쓴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설명하기 위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고안한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오스트리아 빈 대학 출신이지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왼쪽)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들이 유럽의 정치를 이끌었던 화려한 궁전이에요. 왕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성 슈테판 대성당(오른쪽)은 청색·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지붕이 아름다워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왼쪽)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들이 유럽의 정치를 이끌었던 화려한 궁전이에요. 왕궁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성 슈테판 대성당(오른쪽)은 청색·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지붕이 아름다워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Corbis/토픽이미지·Bwag/Commons
빈 대학의 캠퍼스는 빈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어요. 그중 주요한 건물은 도심을 둘러싼 링 모양의 순환도로인 링슈트라세(Ringstra sse) 근처에 위치해 있지요. 링슈트라세 주변에는 오스트리아 역사의 깊이를 보여주는 고딕·바로크·르네상스 양식의 전통 건축물들이 몰려 있답니다. 지난 2001년 유네스코는 이 일대를 포함해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 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중세부터 19세기까지 유럽의 정치와 음악을 선도했던 빈에는 당시 세워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요. 1220년 건축되어 600여 년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들이 살았던 호프부르크(Hofburg) 왕궁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예요. '이전 황제가 사용한 방을 다음 황제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통에 따라 왕궁이 수세기에 걸쳐 증축돼 무려 방이 2600개나 된답니다. 왕궁 예배당에서는 일요일 예배 때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소년 합창단이 성가를 불러요.

오스트리아 빈 위치 지도
음악의 도시라는 칭호에 걸맞게 유럽의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 등 거장들이 생활했던 건물들이 도심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모차르트가 잠시 살았다는 '피가로 하우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졌던 성 슈테판 대성당이 대표적이에요.

14~15세기에 걸쳐 완성된 성 슈테판 대성당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 양식 사원으로 성당 내부의 조각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척이나 아름답지요. 대성당의 지붕도 화려한 금색과 청색의 모자이크로 꾸며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성당 안에 안치된 황제 프리드리히 3세의 석관과 지하 유골 안치소 카타콤은 엄숙한 분위기를 더하지요. 성 슈테판 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아픈 역사가 있지만, 꾸준한 복구 작업으로 현재 옛 모습을 거의 되찾았어요. 오늘날에도 빈 시민들은 성금을 모아 대성당의 보수를 돕고 있지요.

빈 역사 지구는 도시와 건축물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2000여 년 동안 서로 영향을 끼쳐온 다양한 문화가 함께 깃들어 있어 매우 가치있는 곳이에요. 다만 안타까운 점은 무분별한 도심 개발로 인해 전통적인 모습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유네스코는 지난 2004년 빈 역사 지구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