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모습은 볼품없어졌지만… 마음은 행복했어요

입력 : 2016.03.24 03:09

['행복한 왕자']

부유하게만 살던 왕자, 동상 된 후 가난한 이에게 몸에 있는 보석 줘
두 눈과 심장마저 잃게 된 왕자…
사람들 쓸모없는 쇳덩이 취급했지만 신은 고귀한 보석으로 여겼어요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 만약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면 우리 삶에 어떤 것이 채워져야 더 행복할 것 같나요? '좋은 성적' '돈' '뛰어난 외모' '화려한 방' '인기' '새 스마트폰' 등을 떠올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돈이 많아도 불안해하는 기업가, 최정상의 인기에서 허무함을 느끼는 연예인, 좋은 성적에도 우울해하는 사람 등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해요.

자신의 몸에서 보석 떼어 나눠준 왕자님

평화로운 궁전에서 낮에는 뛰어놀고, 밤에는 춤을 추며 행복에 취해 살았던 왕자가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를 '행복한 왕자'라고 불렀지요. 평생을 이렇게만 살았던 왕자가 죽은 후, 세상 사람들은 황금과 루비, 그리고 사파이어로 왕자의 모습을 본떠 왕자 동상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동상이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높은 기둥 위에 세워 놓았지요.

행복한 왕자는 동상이 되어 도시를 내려다보았어요. 즐거운 행복 안에 갇혀 살았던 그가 동상이 되어 처음으로 도시의 온갖 불행을 마주하게 됐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그러던 어느 날, 행복한 왕자의 동상 곁으로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야 할 이 제비는 갈대와 사랑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다가 이제야 남쪽을 향해 날기 시작했거든요. 쉴 곳이 필요했던 제비는 왕자의 몸에 앉아 잠을 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비 머리 위에 차가운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어요. 그것은 행복한 왕자의 눈물이었어요.

"저기 멀리, 좁은 골목길에 허름한 집 한 채가 있단다. 열린 창문으로 탁자 앞에 앉아 있는 몹시 야위고 마른 여자가 보여. (중략) 그 옆에는 어린 아들이 병들어 누워 있구나. 열이 심한데 오렌지가 먹고 싶다며 엄마를 조르고 있어. 하지만 그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강에서 떠 온 물뿐이야.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구나.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내 칼에 박혀 있는 루비를 그 집에 가져다주지 않겠니? 내 발은 기둥에 붙어 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단다."

왕자는 동상으로 다시 태어난 뒤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들의 불행에 연민을 느꼈던 거예요. 왕자의 말을 듣고 제비는 갈등해요. 하루라도 빨리 다른 철새들을 따라 유럽을 떠나 따뜻한 이집트로 가야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왕자가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 멈추지 않자, 결국 제비는 남쪽으로 가는 것을 포기해요. 제비는 행복한 왕자의 발이 되어 가난한 이들에게 보석을 전해주는 이름 모를 천사가 되어주었어요.

하루는 희곡을 써서 극장에 파는 가난한 작가가 추위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글을 쓰지 못하고, 굶주림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왕자가 목격합니다. 왕자는 한쪽 눈에 박힌 사파이어를 떼어 줬고, 청년은 힘을 내서 글을 쓰지요. 어느 날은 성냥을 파는 소녀가 실수로 성냥을 하수구에 빠뜨렸답니다. 이 소녀는 성냥을 판 돈을 아버지에게 바치지 않으면 집에서 죽도록 두들겨 맞는 아이였어요. 왕자는 다른 쪽 눈의 사파이어를 이 소녀에게 줍니다. 이렇게 왕자는 두 눈을 잃어 앞을 볼 수 없게 돼요. 그 후 제비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굶어서 얼굴이 노랗게 뜬 두 아이가 골목에서 쫓겨나게 된 광경을 목격하고 왕자에게 전해요. 왕자는 자신의 몸에서 황금을 벗겨 그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라고 하지요.

진정한 행복은 물질 아닌 마음에 달린 것

왕자 동상에서 뗀 루비·사파이어·황금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은 위기를 모면하고 행복해집니다. 하지만 관용을 베풀수록 아름다웠던 황금 동상은 흉측한 무쇠 덩어리로 변하게 돼요. 한겨울 추위로 제비는 죽고, 왕자의 납 심장도 두 동강 나고 말아요.

보석으로 치장한 왕자 동상을 보며 아름답다고 찬미했던 사람들의 태도는 싸늘하게 변해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느라 헐벗게 된 왕자의 동상을 보고 한 대학 예술학과 교수가 말하지요. "왕자는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다." 시의원·시장·교수 등은 그 자리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자며 싸워요.

결국 동상은 폐기돼 용광로로 들어갑니다. 겉으로 보기에 흉측한 것이니까요. 불에 녹지 않은 왕자의 납 심장과 죽은 제비는 쓰레기 더미에 버려집니다. 그런데 비극으로 끝날 뻔했던 이 이야기는 결말의 반전을 통해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것 두 가지를 가져오너라." 하느님이 명령했다. 천사가 쪼개진 납 심장과 죽은 제비를 들고 오자 하느님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제대로 가져왔구나. 이 작은 새는 천국의 정원에서 영원히 노래할 것이며, 행복한 왕자는 황금으로 만든 도시에서 나를 찬양할 것이다."

인간들의 눈에는 볼품없는 쓰레기로 보였던 왕자와 제비가 신의 눈에는 숭고한 보석으로 보였던 거예요. 불행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껴 나눔을 실천한 행복한 왕자의 진심은 아름다우니까요. 

오스카 와일드 사진

[이 책의 저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 ~1900)는 시인·소설가·극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어요. 동화 '행복한 왕자',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을 쓰며 호평을 받았지요.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믿었어요. 생전에는 불행한 삶을 보냈지만, 오늘날까지 탄탄한 독자층을 가진 작가랍니다.

정다운·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