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88개 건반 위 다섯 손가락… 왼손만으로 감동 선사해요
입력 : 2016.03.18 03:09
[왼손 피아니스트]
전쟁 중 오른팔 잃은 비트겐슈타인·오른손 마비된 플라이셔 등 거장들… 한 손으로 양손처럼 화려하게 연주
기초가 되는 저음 건반, 왼쪽에 있어 오른손 다쳐도 왼손으로 재기 가능해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는 왼손을 다쳐 피아니스트의 꿈을 안타깝게 포기하는 등장인물이 나와요. 왜 그는 피아노의 길을 포기했을까요? 88개의 피아노 건반이 차지하는 폭은 생각보다 꽤 넓어요. 어른들도 양팔을 옆으로 충분히 뻗어야 건반 양쪽 끝에 손가락이 닿으니, 음역의 폭이 넓은 피아노 건반 위에서 고음을 내는 오른쪽 건반과 저음을 내는 왼쪽 건반을 동시에 누르기 힘들 수 있지요.
그런데 양손으로도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를 한 개의 손만 이용해 훌륭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있습니다. 왼손 하나만으로 연주하는 이른바 '왼손 피아니스트'들인데요, 다섯 개의 손가락만으로 연주하는 '한 손 연주'의 세계도 무척 흥미진진하답니다. 왼손 피아니스트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왜 오른손 피아니스트는 드문지 알아볼까요?
◇오른손 다치고도 왼손으로 꿈 이뤘어요
왼손만으로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입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손꼽히던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 예술 애호가였던 아버지가 브람스·말러·리하르트·슈트라우스 등 유명한 작곡가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해 파울과 이중주를 하게 도왔대요. 피아노 거장으로부터 레슨을 받고 절대 음감 또한 갖췄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음악가로서 빛나는 장래가 약속돼 있었어요. 하지만 음반을 내고 피아니스트로 첫발을 내딛자마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어요. 오스트리아의 군인으로 참전하게 된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폴란드에서 벌어진 한 전투에서 그만 오른팔을 잃고 말아요. 그 후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그는 좌절하지 않고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피아노도 없이 나무 상자를 두드리며 한 손 연주를 하기 위해 훈련했죠.
그런데 양손으로도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를 한 개의 손만 이용해 훌륭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있습니다. 왼손 하나만으로 연주하는 이른바 '왼손 피아니스트'들인데요, 다섯 개의 손가락만으로 연주하는 '한 손 연주'의 세계도 무척 흥미진진하답니다. 왼손 피아니스트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왜 오른손 피아니스트는 드문지 알아볼까요?
◇오른손 다치고도 왼손으로 꿈 이뤘어요
왼손만으로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입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당시 오스트리아에서 손꼽히던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 예술 애호가였던 아버지가 브람스·말러·리하르트·슈트라우스 등 유명한 작곡가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해 파울과 이중주를 하게 도왔대요. 피아노 거장으로부터 레슨을 받고 절대 음감 또한 갖췄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음악가로서 빛나는 장래가 약속돼 있었어요. 하지만 음반을 내고 피아니스트로 첫발을 내딛자마자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어요. 오스트리아의 군인으로 참전하게 된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폴란드에서 벌어진 한 전투에서 그만 오른팔을 잃고 말아요. 그 후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그는 좌절하지 않고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피아노도 없이 나무 상자를 두드리며 한 손 연주를 하기 위해 훈련했죠.
- ▲ 왼손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맨 왼쪽)은 한 손으로도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명곡을 작곡되는 계기를 마련했어요. 피아노 거장인 리언 플라이셔(중간), 알렉산드르 스크랴빈 등도 한 손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시기가 있답니다. /Gettyimages 이매진스·위키피디아·스크랴빈재단
비트겐슈타인의 대선배 격인 왼손 피아니스트들도 있답니다. 작곡가로 잘 알려진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처음에 피아니스트를 지망했다고 해요.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던 슈만은 더 잘해보려는 욕심에 손가락의 힘을 향상시키는 특수한 기구를 이용했는데, 이것이 지나쳐 오른손 넷째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어요. 슈만은 피아니스트의 길을 접어야만 했고, 그 후 작곡가로 자신의 목표를 바꿨어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슈만의 피아노곡들을 비롯한 화려한 음악적 업적은 오른손 부상 이후 탄생했답니다.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 역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는데, 무리한 연습으로 한때 오른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그가 스무 살 때 만든 '피아노 소나타 작품 6'에는 피아니스트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분노 등이 나타나 있죠. 다행히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부상은 회복되어 피아노 연주자로도 계속 활동했는데, 그동안 '왼손을 위한 녹턴 작품 9' 등을 쓰기도 했답니다.
◇저음이 곡의 기본이자 화음 만들어
왼손 피아니스트나 왼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을 설명하면 "오른손만 쓰는 피아니스트는 없나요?" 하는 질문을 꼭 받아요. 한 명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왼손 피아니스트보다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 불편한 점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드물게 활동하는 것 같아요. 이는 작품의 화성(和聲·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이나 기초가 되는 베이스라인을 이루는 음들이 주로 건반의 왼쪽에 있는 저음들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전체 음악의 기초와 골격을 구성하는 음들이 건반 왼쪽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왼손만을 써서 연주하는 것이 더 쉽다는 뜻이죠. 일반적으로 건반의 오른쪽에 있는 높은 멜로디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신기하지요? 이렇게 기초를 튼튼히 쌓은 다음 멜로디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데에는 왼손 연주가 더 유리하답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사람인 미국의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도 왼손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시기가 있었어요. 리언 플라이셔는 어려서부터 대단한 천재로 이름을 알리며 1952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34세 때부터 원인이 불분명한 마비 증상이 오른손에 나타나 부득이하게 왼손 피아니스트가 됐어요.
플라이셔는 어려운 운명 앞에 좌절하지 않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왼손 레퍼토리(repertory·음악가가 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목) 개발에 주력하여 많은 작품을 초연했고, 제자들을 훌륭히 길러냈어요. 오른손 치료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플라이셔는 마침내 2004년, 40년 만에 두 손으로 연주한 음반을 발표했고, 그 후 두 손 피아니스트로 돌아왔답니다. 오랜 시련을 멋지게 극복해낸 플라이셔를 보면 수십 년간의 노력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루어지게 만드는 기적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