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심리이야기] 이해력·상상력 키우는 독서… 매일 똑똑해지는 기분!

입력 : 2016.03.16 03:09

[뇌를 깨우는 '책 읽기']

독서하면 뇌가 실제 경험한 듯 느껴… 낱말보다 이야기 읽을 때 더 실감 나
운동하면 몸 건강해지는 것처럼 책 읽으면 두뇌도 튼튼해져… 기억력 좋아지고 치매도 예방돼

OECD에서 세계 국가들의 독서 실태를 조사했더니 우리나라에서 매일 책 읽는 독자의 비중은 8.4%로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어요(OECD 평균은 20.2%). 또한 수험서·업무 교재 등을 제외한 책을 1년에 한 권 이상 읽는 사람들의 비율(독서율)은 74%로, OECD 국가 평균 76.5%에 못 미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 습관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로 밝혀진 것이죠.

그런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대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나는 1년에 5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책에서 참다운 지식을 얻게 된다"고 말했어요. 최신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이자 프로그래머인 빌 게이츠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오래된 정보 기술인 활자와 책에 의존한다는 것이 역설(逆說·모순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적이지 않나요?

이해력·기억력 좋아지고 치매 예방

책 읽기(reading)란 시각적 정보인 글의 의미를 해석하고, 자료를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여기에는 뇌의 인지 능력이 필요하지요. 책 읽기는 글자가 처음 만들어진 6000~ 7000년 전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됐고, 우리가 점점 똑똑해지자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왔어요. 독서는 인간의 인지 능력과 깊은 관계가 있답니다.

[심리이야기] 이해력·상상력 키우는 독서… 매일 똑똑해지는 기분!
/그림=정서용
책 읽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예리한 뇌를 유지하도록 해줘요. 미국 시카고의 한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평생 동안 책을 읽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두뇌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대요. 이 연구팀은 평균 수명이 89세였던 294명의 사람을 조사하였는데, 독서처럼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을 일찍부터 시작해 늦게까지 지속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기억력 감퇴가 늦어진다는 결과를 밝혔답니다. 특히 인생 후반부에 책 읽기 등으로 정신을 운동시킨 사람들은 인지력 쇠퇴 비율이 평균보다 32%나 적었다고 해요. 반면 독서 등을 소홀히 한 사람들은 평균보다 48%나 빨리 기억력이 감퇴되었고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연구도 있어요. 운동을 하게 되면 심장, 근육, 뼈가 튼튼해지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치매라는 질병에 대항하도록 두뇌가 튼튼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평생의 두뇌 건강을 위해 어린이부터 청소년,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함께 책 읽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요.

이야기 읽으면 뇌가 활성화돼 실제 경험하듯 느껴요

글을 읽으면 우리가 실제로 냄새를 맡거나, 듣거나, 보는 것처럼 뇌가 활성화돼요. 한 실험에서 참여자들에게 감각을 자극하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들을 읽게 시키고, 감각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분류하라고 했대요. 우선 시나몬, 마늘, 식초와 같은 강한 냄새를 나타내는 단어와 바늘, 막대기, 구름 같은 냄새가 없는 단어들을 제시했고, 참여자들의 뇌를 촬영했어요. 그 결과 냄새가 강한 단어를 읽을 때 실제로는 냄새를 맡을 때 관여하는 후각피질 영역이 활성화되었어요. 후속적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색깔 단어도 읽게 했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색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똑같이 활성화되었고요.

뇌 기능 전체를 활성화하는 독서
특히 낱말보다 이야기를 읽을 때 뇌의 활성화 정도가 훨씬 컸어요. "엄마를 보고 웃으면서 달려간다" "화가 나서 옆에 탁자를 손으로 내리쳤다"와 같은 이야기 구절을 읽으면 실제로 엄마 품으로 뛰어가거나 탁자를 내리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그대로 작동하였어요.

결국 상황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거예요. 우리는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처지에서 생생한 경험을 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큰 목소리로 읽어 주는 것이 좋아요.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기 시작하면 책 읽어주던 것을 멈추는데, 초등학교 시기의 자녀에게도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평생 동안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갖는 데 도움이 돼요.

1913년 발명가 에디슨은 영화(motion picture)를 만들고 이렇게 말했대요. "학교에서 책은 곧 사라질 것이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모든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10년 내에 완전히 변하게 될 것이다." 에디슨의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학교에서는 책을 읽고 있고, 학생을 뽑을 때는 글을 읽는 독해력과 말하는 전달력을 평가하지요. 책이 인간에게 주는 이득이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책 많이 읽으세요.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