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인성이야기] 힘든 순간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는 '희망의 힘'

입력 : 2016.03.16 03:09

미래를 바꾸는 '희망'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봄맞이꽃 크로커스가 언 땅을 뚫고 나와 산뜻한 꽃을 피웠어요.
기나긴 겨울을 이겨낸 봄맞이꽃 크로커스가 언 땅을 뚫고 나와 산뜻한 꽃을 피웠어요.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겨울을 견뎌낸 생명들의 희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랍니다. /통천
폭풍에 배를 잃고 표류하던 선원이 어느 섬에 닿아 가까스로 살아남았어요. 마침 그 섬의 원주민들은 표류해온 낯선 사람을 딱 1년 동안만 왕으로 모시다가 기간이 다 되면 무인도로 내다버리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어요. 선원은 왕으로 떠받들어져 호화로운 궁전에서 살며 푸짐한 음식을 먹게 됐죠. 하지만 그가 버려질 무인도는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황무지였기 때문에 도저히 살아남을 방도가 없었죠. 선원은 한해살이 왕으로 살다가 죽을 운명이었어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세요. 1년 동안 왕 노릇을 실컷 즐기다 그냥 버려질 수도 있고, 무인도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거예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선원은 어떻게 했을까요? 예정된 1년이 지난 뒤 선원은 결국 무인도에 버려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얼마 후 원주민들이 선원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려고 무인도를 찾았을 때,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황무지였던 무인도가 푸른 낙원으로 변해 있었지 뭐예요. 그리고 죽었을 거라고 예상했던 선원은 그 섬에서 변함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왕으로 살던 1년 동안 이 선원은 도대체 무엇을 했던 걸까요?

주어진 1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어요. '왕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선원은 한해살이 왕으로 지내는 동안 매일같이 배를 타고 무인도를 찾았어요. 그리고 메마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고 가축을 기르며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어갔죠.

만일 선원이 희망을 잃고 절망과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허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1년 뒤에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 버려져 쓸쓸하게 죽어갔을 거예요. 이처럼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희망이 있으면 계획을 세울 힘이 생겨 미래가 바뀔 수 있어요. 오늘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자라서 '내일'이 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나요?

희망이란 차가운 땅속에서 내일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랍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어요. 겨우내 언 땅과 마른 가지에 물이 올라 싹이 트고 꽃이 피기 시작해요. 어쩌면 이 찬란한 계절의 이름이 '봄'인 이유는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은 아닐까요?

겨우내 차갑게 언 땅속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며 힘겨운 계절을 참고 이겨낸 새싹들이 마침내 땅 위로 고개를 살며시 내밀어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 순간을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릴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봄을 '희망이 싹트는 계절'이라고 하는 모양이에요.

살다 보면 겨울처럼 춥고 혹독한 시간이 닥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때일수록 희망을 가지고 꿋꿋하게 견뎌 내일을 준비하는 뿌리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봄이 되자 산과 들을 수놓은 아름다운 꽃들은 바로 희망의 힘으로 뿌리가 거둬낸 빛나는 결실이기 때문이에요.

김진락 조선소리봄인성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