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99m 높이 굴뚝 그대로 살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만들다

입력 : 2016.03.14 03:42

런던의 대표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자 작품 사진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자. /테이트 모던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2000년 5월 개장한 현대미술관이에요. 1981년 폐쇄된 이후 방치되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건물을 개조했기 때문에 99m 높이의 굴뚝과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외벽은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처음엔 석탄 발전소로 계획되었지만, 런던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석유 발전소로 바뀌어 1952년부터 약 30년간 런던 사람들에게 소중한 전기를 공급했어요. 하지만 1970년대 석유 가격이 급등하는 '오일 쇼크(oil shock)'가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나자 결국 문을 닫고 말았어요.

건물은 오랜 시간 동안 흉물스럽게 방치되었고 주변 지역은 발전할 수 없었죠.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계속 사용하기로 했어요. 영국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물건을 골동품이 되도록 오랫동안 쓰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왜 미술관의 이름은 '테이트 모던'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이곳을 새롭게 만드는 데 필요한 돈과 예술품을 지원해준 사업가 헨리 테이트를 기리기 위해서랍니다. 헨리 테이트는 영국에서 설탕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유명한 사업가였는데, 예술에 대한 애정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달콤한 설탕을 파는 헨리 테이트의 너그러운 인심 덕분에 전통적인 발전소 건물에 아름다운 예술품이 더해졌던 거예요.

건축을 맡은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 헤르조그와 드뫼롱은 어둡고 무거웠던 발전소 내부의 천장과 벽에 유리창을 내서 밝은 분위기로 바꿨어요. 따뜻한 햇빛이 미술관 내부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광을 받으며 정원을 산책하듯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전기 발전기를 돌리던 1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시 공간을 마련했지요. 여기에는 거대한 조각과 설치 미술들을 환상적으로 배치했어요. 또한 투명한 원통 안에 동전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모금함에 관람객이 내고 싶은 만큼의 돈을 넣으면 젊은 예술가들에게 후원을 할 수 있답니다. 전시관 각층에서는 유명한 화가들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만날 수 있어요. 또 화력발전소 중앙 우뚝 선 굴뚝은 런던의 어느 곳에서도 이곳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밤이면 화려하게 빛을 내는 거대한 등대로 개조했답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빈 화력발전소 건물을 재활용해 굴뚝이 남아 있어요. 소장 작품으로는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자 등이 있답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빈 화력발전소 건물을 재활용해 굴뚝이 남아 있어요. 소장 작품으로는 피카소가 그린 우는 여자 등이 있답니다. /위키피디아
무엇보다도 백미(白眉·가장 뛰어난 것)는 런던의 아름다운 전망을 배경으로 그림 얘기를 하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7층의 식당이에요. 영국 사람들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쉬어가는 것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 식당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오늘의 생선과 감자튀김(today's fish and chips)'이에요. 매일 테이트 모던 바로 앞에 있는 템스 강과 인근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답니다.

'테이트 모던'의 입장료는 무료예요. 많은 사람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 거죠. 전시관 안에는 누구나 편하게 쉬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쉼터와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체험 시설도 있어요. 게다가 어린이들이 미술품을 갖고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미술관과 조금 다른 풍경이지요.

관람을 마치고 테이트 모던을 나서면 템스 강 위 보행자 다리 '밀레니엄 브리지'를 통해 런던의 상징인 세인트폴 대성당까지 걸을 수 있어요. 방문객들은 다시 이곳에 올 것을 마음속에 기약하게 되지요. 우리는 영국 런던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을 통해 "역사를 현재로 이어가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대단한 일이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답니다.



장연정(디자인 비평가) |